변화된 시장에 올라 탈 새로운 채널과 플랫폼

2018-06-01  

김묘환 컬쳐마케팅그룹 대표

한국 패션 씬에서 ‘홀세일 사업’ 가능성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 패션업계에서 심심치 않게 사용하는 용어 중에 ‘홀세일’이란 단어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당장 이 글이 실리는 지면의 주제도 ‘리테일 마켓 주도하는 파워 홀세일 브랜드’란다.

홀세일(Wholesale)이 무엇인지 용어적 정의부터 살펴본다면, 캠브리지 대사전에는 ‘of or for the selling of goods in large amounts at low prices to shops and businesses, rather than the selling of goods in shops to customers’, 즉 ‘상점에서 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하거나 판매하기 위한 행위’라고 표현하고 있다. 또한 대칭적 단어로 리테일(Retail)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용어적 의미와 상관없이 홀세일이 리테일의 한 카테고리인 것처럼 혹은 리테일의 새로운 표현인 것처럼 혼동하고 있는 것이 현재 업계의 현실이라고 보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적절한 용어를 찾아내지 못한 건지, 필요하다면 업계에서 통일된 용어를 찾아내야 하는 것도 과제라고 생각한다.

멀지 않은 과거에도 국내 패션 시장에서홀세일을 뜻하는 도매와 리테일이라 부르는 소매의 형태는 분명 존재했었다. 이제 40년 남짓한 역사를 지닌 한국의 패션 브랜드 시대 이전 국내 의류시장은 전후의 가내수공업을 막 벗어나기 시작한 60년대를 시작으로 동대문과 남대문 시장의 도매기능에서 출발해 전국의 소매망을 본격적으로 구축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 본격적인 전문 브랜드 시대가 도래했을 때에도 남대문 시장 등지에는 도소매를 병행하는 형태로 홀세일의 흔적이 남아 생명력을 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아동복을 취급하는 부르뎅상가나 포키아동복, 캐주얼의 페인트타운, 커먼프라자로까지 이어져서 내려왔으니 국내 패션 시장에서 홀세일의 흔적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 막 패션계에 등장하는 신인들에겐 낯선 상황이겠지만 국내 패션시장에도 오랜 시간 의류 도소매와 더불어 수출형 봉제 산업의 부산물인 보세 시장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 왔다. 그렇다면 지금 패션업계에서 거론하는 홀세일은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


홀세일과 리테일의 차이는 프로세스


자본주의 국가들, 특히 선진국에 진입한 국가의 국민들은 소득의 대부분을 필요한 물건 구입이나 생활비용으로 지출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소비 부류를 중산층이라 부르고, 중산층이 두터운 국가의 경제는 비교적 안정적인 발전을 한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에 의해 ‘소비가 미덕이며 소비가 국가의 발전을 이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소위 자유주의 경제에서 주장하는 중산층 경제의 실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각 사회의 발전 양상을 보면 소득의 일정 구간을 차지하는 실질 중산층과 자신 스스로 중산층이라 믿는 자각중산층의 갭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사회에서는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소비시장도 당연히 문제가 노출 되는데 도소매의 개념이 혼돈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상황에서 발생했다. 대량생산의 문제점이 극대화되기 시작한 1980년대 미국의 소매시장에 Costco Wholesale과 Sam’s Club 같은 회원제 창고형 매장들이 생겨나면서 기존에 정의되던 도매와 소매로 구분되던 시장의 개념에 혼돈을 주게 된다. 도소매 양립형인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고 또 성공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소비자들이 용어의 혼돈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후로 디지털혁명의 진행은 양립형이던 도소매 병행을 도소매 혼재형으로 변화시키고 이런 소비 행위가 일어나는 마켓플레이스의 변화까지도 이끌어 내게 된다.

이러한 일들이 불과 이십여 년 사이에 벌어지고 있으니 관련업계에서 느끼는 체감은 정신이 없을 정도일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소매시장을 대표하던 백화점의 경우 브랜드 인지도와 쇼핑의 편리성, 그리고 다양한 상품의 판매, 프로모션의 적극성과 신선함 등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로열티를 높이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20세기 대표적인 소매형태로 자리잡았었다.

그러나 정보 전달체계의 발달과 중산층 구조의 붕괴에 따라서 소비자들이 합리적이고 계획적인 소비 성향을 보이는 데다가 실리 위주여서 충동구매나 전시구매를 않는 현상이 주류를 이루게 됐다. 여기에 소비자들은 철저하게 기존 상품보다 뭔가 색다르고Different, 보다 나은 품질Better의 상품을 보다 싸게Cheaper 구입하려는 구매원칙과 함께 밸류 지향 소비는 백화점의 추락으로 이어졌음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우리가 BCD 소비라고 부르는 소비시장 변수는 패션시장에도 여러 변화를 이끌어 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패스트 패션이나 글로벌 SPA 브랜드의 성장에 따른 브랜드 의존성 추락과 가격 이미지의 파괴, 그리고 이에 따르는 각국 패션 시장 지형도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 속에서 과거의 가격으로 구분하던 홀세일과 리테일의 차이도 무의미한 일이 되었다. 그럼 지금 이야기하는 홀세일과 리테일의 구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건 프로세스의 차이로 구분을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표 1]에서 보여주는 것은 매스 프로덕트 시대에 상품 프로세스의 단계적 구분과 시장 정보의 전달 플로우를 간략하게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단계별 상품의 공급량과 정보의 피드백이 반비례하는 왜곡이 발생하는 프로세스를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격구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개념의 홀세일은 바로 이런 정보 왜곡 프로세스 사이에서 물류와 정보전달 플로우의 완충역할을 하면서 소정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라 할 수 있었다.

매스Mass의 시대에 도매와 소매의 개념 구분은 시장 태동기에 사용된 ‘거래 규모와 거래 건수, 거래 대상 품목과 가격 등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판매가 이루어 지는 플랫폼의 성격에 의해 규정되기 시작되었다. 같은 공급자가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소매가 될 수도 있고, 도매가 될 수도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표 2]에서 보여주고 있는 현재 디지털 시대의 플로우를 보면 보다 복잡해진 공급체계와 다양해진 시장의 형태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왜곡이 사라진 보다 정확한 정보의 전달 체계를 표현하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홀세일은 바로 이런 디지털시대가 불러온 세상의 변화를 반영한 체계를 의미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금 혼란된 리테일과 홀세일의 개념 정의는 하이브리드하게 혼재된 성격을 보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디지털시대 홀세일 시스템의 조건은
현재 국내 패션 시장에 의미 있는 홀세일 체계에 대한 접근은 시장의 변화를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현재 국내 패션 업계에 나타난 현상들은 저성장 소비시장, 법적 규제 강화와 준수의무의 증가에 따른 직간접비용의 증가, 기존 프로세스에 따른 비용통제의 한계와 투입가격의 상승 압박, O2O, 더 나아가 O4O까지 등장하는 새로운 플랫폼의 고도 성장 추세, 매스시대의 마지막 부산물인 패스트패션과 SPA에 의한 가격 이미지의 왜곡과 이에 따르는 Limited Price의 횡행, 스마트한 디지털 모빌리티의 발달에 따라 더욱 현명해지는 소비자들까지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큰 변화의 조류에 휩싸여 있는 것이 현재 패션 업계의 현실이라는 점을 분명히 깨닫고 홀세일 시스템은 바로 이런 상황의 돌파구로 모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시대 홀세일 시스템을 추구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우선 기존 공급망(Supply Chain)의 수정이 필요하다. SC에서의 비용과 스피드 양면에서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두 번째 로컬을 벗어나 역외시장을 목표로 재구성해야 한다.

역외시장으로는 China+로 말해지는 고도성장 개발시장 Emerging Market을 의미 한다. 역외시장을 목표로 하기 위해선 시장의 PEST상황과 비관세 장벽을 포함한 진입장벽에 대한 이해와 대처 능력등을 배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Sourcing비용을 압축하기 위해서 글로벌한 네트워크의 구축과 유지가 가능한 인재의 발굴과 운용이 필요하다.

아래 [표 3]는 디지털시대 시장에서 전개되는 프로세스에서 홀세일이 담당해야 하고 경쟁해야 할 구도를 간략하게 표현한 그림이다.




기존 소매업자(패션 업계로 한정 진다면 브랜드)와도 경쟁해야 하고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을 무대로 전개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생존 방식은 위의 표에서 보여준 것처럼 다양한 공급망을 정보의 왜곡없이 소비자와 연결하는 필요 충분조건을 갖추는 일이 생존의 조건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다시 정리한다면 오래 사용한 채널 노후화에 따른 소비자의 관심 이반은 새로운 채널과 플랫폼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서 새로운 공급자도 요구된다. 모빌리티의 증가가 불러온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고도화는 다양한 상품을 요구한다. 트렌드로 포장되어온 브랜드 아이덴티티보다는 감성적 연결이 된 쌍방향 시스템이 시대적 요구이다. 소통하지 않는 상품과 기업은 의미가 없어진다. 단지 가격경쟁력이 비교우위 경쟁력을 선점하던 시대는 무형 이미지의 가치가 동반된 차별화 경쟁력을 요구하는 시대로 이전하고 있다.

가격경쟁력의 상실이 시장성의 상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패션 피플들에겐 다시금 황금기를 맞이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성비 시대가 가고 가심비 시대가 패션에 돌아오고 있다는 의미지만 오랜 시장 본질을 잃어버리고 타성에 젖은 기성 세대들에겐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스타트업하는 뉴 피플들에게 기대해 볼만 하다.

마지막으로 이제까지 우물 안 개구리 인줄만 알았는데 국가경제성장에 병행해 코리아 이미지의 글로벌 시장 확산은 새로운 기대를 하는 패션 피플들에게 가장 희망적인 보호장치가 될 것이다.

리테일이든 홀세일이든 기회를 보고 기회에 올라탈 수 있는 사람과 조직만이 대해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홀세일은 기회를 발견하고 기회에 올라탄 사람의 도구를 의미하는 용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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