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캐주얼과 금융자본 결합? “지금부터 시작”
2019-09-14이은수 기자 les@fi.co.kr
글로벌 VC·국내 메이저… 뷰티 이어 패션에 관심

글로벌 향한 명확한 포트폴리오 선행돼야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글로벌 주요 기업 대다수가 스타트업에서 시작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따른 생존 전략의 하나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플랫폼, AI, 빅데이터, 로봇산업 등 첨단 ICT 중심으로 금용권 투자가 주를 이었으며, 최근에는 패션, 뷰티 등 콘텐츠 관련 분야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패션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 패션기업에 투자를 진행하는 글로벌 VC도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 투자사들에게도 투자처로서 주목성이 커지고 있다.

◇ ‘아크네스튜디오’ ‘베이프’ 글로벌 자본 업고 성장


국내에서 주목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 ‘아크네 스튜디오’ 역시 금융자본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2013년부터 사모투자펀드부터 럭셔리 패션기업인 케어링(Kering)까지 다양한 투자처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금융회사 골드만삭스의 투자로 5억 유로(한화 기준 6400억원) 상당의 판매실적을 올렸으며, LVMH그룹 계열 사모펀드 L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또한 최근에는 미국 투자 펀드 IDG캐피탈과 홍콩을 기반으로 하는 I.T그룹이 최대 주주로 바뀌면서 새로운 도약에 나서고 있다. ‘아크네 스튜디오’와 15년 동안 협력해 온 I.T그룹은 아시아 지역 브랜드 확장에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800개 매장의 유통을 관리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아크네 스튜디오'쇼룸


I.T그룹은 ‘슈프림’과 함께 스트리트 씬에서 독보적인 일본 브랜드 ‘베이프(A BATHING APE)’를 비롯해 ‘AAPE’, ‘핑거크로스(Fingercroxx)’, ‘베닐라수트(Venilla Suite)’를 포함한 광범위한 브랜드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1992년에 설립된 IDG캐피탈은 이미 온라인 쇼핑몰 ‘파페치’, 프랑스 브랜드 ‘몽클레어’ 등에 투자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 ‘젠틀몬스터’ ‘미미박스’ ‘더프트앤도프트’ 글로벌 투자 받아


한국 브랜드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는 “한국 패션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해외 브랜드 못지않은 수준으로 올라왔다.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의 대표 VC인 IDG캐피탈차이나로부터 투자 유치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뷰티 커머스 플랫폼 ‘미미박스’는 존슨앤드존슨 계열 벤처캐피탈(VC) ‘JJDC(Johnson & Johnson Development Corporation)’로부터 3500만달러(약 39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는 ‘미미박스’가 유치한 첫 번째 전략적 투자다. JJDC는 미미박스가 고객 데이터 기반 전략을 통해 기존 뷰티 산업에 혁신을 가져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존슨앤드존슨은 미국 시가총액(약 2424억달러) 8위 기업으로 제약, 메디컬, 화장품, 소비재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JJDC를 포함해 JJ이노베이션, J랩스 등과 같은 투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혁신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핸드크림 브랜드 ‘더프트앤도프트’를 전개하는 제너럴브랜즈(대표 박재홍)는 팰리스인베스트먼트(Palace Investment)로부터 5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팰리스인베스트먼트는 사모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싱가포르 기관 투자가인 팰리스 캐피탈의 자회사다. 이 회사는 이전에도 비치다이스파트너스 및 엘비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젠틀몬스터’ 가 ‘앰부시’와 협업한 고글 형태의 풀 아세테이트 선글라스


◇ PWD·슈퍼홀릭, SCM, 마케팅, 재무 등 전방위 지원


이 같은 글로벌 VC의 투자에 자극받아 국내 패션시장에서도 성장 잠재력 높은 브랜드를 발굴해 투자 및 체계적으로 육성시켜야 한다는 분위기다.


현재 시장에서 활동 중인 디자이너 브랜드는 대략 2000개로 매출은 100억원 이하가 대부분이다. 이들 중 자기 색깔이 분명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육성시켜 글로벌 마켓을 겨냥한다면 국내 패션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이들이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SCM 외에도 인지도를 높이고, 소비자와 공감할 수 있는 마케팅, 글로벌 리테일러를 연결할 수 있는 세일즈랩 등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대표적인 기업은 대명화학그룹(회장 권오일). 이 회사는 코웰패션과 케이브랜즈, PWD 등의 패션기업과 모다아울렛과 패션플러스 등의 유통기업까지 패션산업 전반에 걸쳐 10여개 관계사를 전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PWD(대표 박부택)가 스몰 브랜드 육성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스트리트 씬에서 주목받고 있는 ‘LMC’ ‘오아이오아이’ ‘키르시’ 등 지분 투자를 했으며 ‘피스워커’ ‘가먼트레이블’ ‘86로드’ ‘페이탈리즘’ ‘메종미네드’ 등을 인수했다.


관련 전문가는 “디자이너 브랜드 중에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브랜드들이 많다. 이들을 발굴해 전문화 및 가속화 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 성장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을 선별해 그들에게 필요한 브랜딩, 소싱, 세일즈, 경영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지원하며, 소녀시대, BTS를 발굴하고 성장시킨 것처럼 패션업계에도 이와 같은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자본시장과 제휴를 위해서는 경영의 투명성은 기본이고 미래시장, 특히 글로벌 시장에 대한 명확한 포트폴리오가 선행돼야 한다. 아직까지 상당수 브랜드들이 국내 B2C 마켓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어 미래 가치가 낮게 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LMC’만의 아이덴티티가 돋보이는 FW 컬렉션


패션전문 투자사이자 컴퍼니 빌더로 알려진 슈퍼홀릭(대표 홍석진, 김윤회)은 디자이너 브랜드 ‘인스턴트펑크’에 100억대 투자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슈퍼홀릭은 패션, 엔터테인먼트, IT, 소비재 등 투자처는 다양하지만 패션, 뷰티산업과의 시너지 여부를 중점을 두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컴퍼니 빌더 업무를 수행, 일례로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한 경영 / 마케팅 / 유통 / 생산 등의 업무를 슈퍼홀릭이 컨트롤 타워가 되어 서포트 해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10개 이상의 브랜드를 인큐베이팅해 발전해 나가고 있을 정도다. 최근 3년 이내 투자한 패션기업은 아이웨어 브랜드 ‘라피즈센시볼레’에 100억원을, 여성 온라인 쇼핑몰 ‘폴샵’ ‘걸즈비’ ‘미뉴잇’ 등에 20~100억원, 디자이너 브랜드 ‘인스턴트펑크’에 100억원 투자를 진행했다.


남궁지환 슈퍼홀릭 실장은 “매출액 100억 미만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중에서도 탄탄한 스토리와 아이덴티티가 확고함에도 불구하고 경영, 마케팅 부족으로 인하여 빛을 못 본 브랜드 들이 많다”며 “앞으로 패션기업 투자를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며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브랜드 인큐에비팅도 추진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인스턴트펑크’가 FW시즌을 맞아 출시한 엣지있는 패턴과 디자인이 돋보이는 컬렉션

‘키르시’ FW시즌 컬렉션 걸 스카웃트(왼쪽)와 ‘5252바이오아이오아이’의 ‘GO ON THE TRIP’ 콘셉 컬렉션

‘피스워커’ FW 셔츠 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