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한국 패션에 글로벌 매력을 더했다
2019-09-01서재필 기자 sjp@fi.co.kr
‘디네댓’ ‘커버낫’ 등 1020 소비자 감성 자극하며 상승세

글로벌 스포츠 및 럭셔리와 협업해 가치 업그레이드

스트리트 캐주얼이 전세계적으로 주류 패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슈프림’ ‘오프화이트’ ‘아크네 스튜디오’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럭셔리 및 스포츠 브랜드와 견줄만한 가치를 과시하고 있다. 국내도 이에 영향을 받아 등장한 스트리트 캐주얼들이 연일 상승세를 이루고 있다.


‘카시나’ 해운대 매장


스트리트 캐주얼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걸쳐 이지 캐주얼에 식상함을 느낀 젊은 소비자들의 감성을 충족시키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카시나’는 20여년 역사를 지닌 스트리트 캐주얼 문화를 전파한 1세대 편집숍이다. 베이직한 디자인 일색의 이지 캐주얼이 아닌 해외 구제 아이템들을 수입해 판매한 것이 당시 젊은 소비자들에게 ‘쿨(COOL)하다’는 느낌을 주며 인기를 끌었다.


이를 시작으로 웍스아웃, 라이플, 배럴즈, 등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 판매하는 다양한 편집숍들이 등장했고, 편집숍을 운영하던 이들 스스로가 ‘직접 입고 싶은 옷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라이풀’ ‘커버낫’ ‘브라운브레스’ 등과 같은 1세대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탄생해 1020대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현재의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을 만들었다.


신찬호 레이어 대표는 “‘라이풀’의 시작은 ‘나이키’ 한정판 신발을 비롯해 해외 유명 브랜드들의 아이템을 수입해 재판매하던 편집숍이다. 이후 아메리칸 캐주얼 감성의 옷을 직접 만들어 입고 싶다는 생각이 현재 ‘라이풀’로 발전했고, 이 후 ‘LMC’ ‘칸코’ ‘퍼즈’ 등 다양한 브랜드를 론칭하며 영향력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 ‘팬덤 현상’ 보여주는 스트리트 캐주얼


지난달 8일 오후 12시 30분부터 홍대 AK& 앞은 젊은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바로 무신사 테라스 가오픈을 기념해 열린 ‘디스이즈네버댓’의 2019 FW 컬렉션 PT 행사 때문이다. 가오픈임에도 불구하고 이 날 하루 동안 3000여명이 몰릴 정도로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줬다.


박인욱 ‘디스이즈네버댓’ 대표는 “새로운 컬렉션 발매가 아닌 발표하는 자리임에도 많은 팬들이 몰렸다. 우리 브랜드에 대한 팬들의 관심과 무신사 테라스에 대한 스트리트 캐주얼 팬들의 기대가 부합해 이렇게 많은 이들이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신사 테라스는 이 날뿐만 아니라 다음날 열린 ‘아디다스’ 오즈위고 론칭 행사 역시 수 천명의 팬들이 몰렸다. 온라인으로만 보았던 강렬한 인상의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콘텐츠를 오프라인에서 직접 체험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강하게 반영된 사례다.


‘아디다스’ 오즈위고 론칭 행사 in 무신사 테라스


스트리트 캐주얼은 면세점에서도 주류 패션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MLB’는 오프라인 면세점에서 패션 부문 매출 1위를 놓치지 않는 브랜드다. 롯데면세점 소공점 내 ‘MLB’ 매장 앞 중국 관광객들이 줄을 지어 있는 광경은 이제는 더 이상 어색한 풍경이 아니다. 이들은 양 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면세점을 빠져나간다. 이는 과거 ‘보이런던’이 중국 보따리상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던 모습과 흡사하다.


‘아크메드라비’는 최근 면세점에서 ‘MLB’의 아성을 위협하는 다크호스다. 올해 상반기 전국 7개 면세점에서 1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최근 과거 ‘보이런던’의 중국 유통 파트너였던 ‘본드스트리트’와 3년간 200억원 규모의 홀세일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외에도 ‘널디’ ‘키르시’ ‘앤더슨벨’ 등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시내 면세점에서 국내외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며 승승장구 중이다. 한국면세점협회 관계자는 “올 1분기 시내면세점의 패션 부문 매출은 전년대비 30% 성장했으며 이는 국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의 활약이 크게 작용했다. 최근에는 면세점에서 먼저 스트리트 브랜드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 ‘MLB’ 매장 앞에 모인 중국인 관광객들


◇ 스트리트, 럭셔리 누르고 글로벌 시장서 전성기


영국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 '리스트'가 지난 5월 발표한 상반기 최고 브랜드는 미국의 스트리트 브랜드 ‘오프화이트’가 차지했다. 스트리트 브랜드가 ‘구찌’ ‘발렌시아가’ ‘발렌티노’ 등 럭셔리 브랜드들을 뒤로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부터 럭셔리 브랜드 모두 협업을 희망한다. 그리고 스트리트 브랜드와 협업한 아이템들은 엄청난 수요와 함께 품귀 현상을 달고 다닌다.


최근 ‘오프화이트’와 ‘나이키’가 협업한 운동화는 발매와 함께 완판되며 리셀(재판매) 가격만 10배 이상 뛰기도 했다. 칼 라거펠트의 생전 마지막 작품인 ‘샤넬’과 스트리트 브랜드 ‘퍼렐’의 협업은 지난 3월 출시와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샤넬’의 하이엔드 감성과 ‘퍼렐’의 스트리트 감성이 만나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2017년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협업으로 오픈 전 날 밤부터 소비자들이 매장 밖에서 대기행렬을 이룬 것은 글로벌 스트리트 브랜드의 인기를 말해주는 대표적인 일화다.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들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에게 협업 제안을 받으며 그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아더에러’는 ‘푸마’와 지난해에 이어 올해 2월 두 시즌 연속 협업을 진행했다. 협업을 기념해 개최한 전시회에서는 ‘푸마’의 70년 헤리티지와 ‘아더에러’의 젊은 감성이 만남에 열광하는 1020대 소비자들이 연일 방문하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아웃도어 소재 전문기업 고어텍스는 국내 최초로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인 ‘디스이즈네버댓’과 두 해 연속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LMC’는 ‘나이키’ 시그니처 에어포스1 발매 기념 행사인 ‘배틀포스서울’의 국내 유일한 마케팅 파트너로 활약 중이다.


김남규 무신사 MD팀장은 “과거 유행했던 패션 아이템을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해석하고,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10~20대를 중심으로 패션 트렌드가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라며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보편적이지 않고 눈에 띄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며 확연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샤넬 X 퍼렐’ 협업으로 한국을 찾은 퍼렐 윌리엄스

디스이즈네버댓’ 2019 FW 컬렉션 in 무신사 테라스

‘푸마 X 아더에러’ 협업 기념 전시회

‘나이키 X LMC’ 배틀포스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