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캐주얼의 글로벌 바로미터 ‘슈프림’
2019-09-01박진아 IT 칼럼니스트 
독특한 소셜미디어 마케팅 전략으로 럭셔리 브랜드 제쳐


지난 7월 ‘슈프림(Supreme)’은 2019년 여름 시즌 19차 드롭리스트를 발표했다. 발표 이후 매장은 오픈 이전부터 연일 사람들이 줄을 지어 입장을 기다리는 진풍경을 만들어 냈다. 허나 이 모습은 이제 ‘슈프림’에게는 익숙한 광경이다.


지금부터 25년 전 뉴욕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로 시작한 ‘슈프림’이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소비자 사이에서 상징적인 위상을 누리며 럭셔리 브랜드의 대열에 서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슈프림’ 홈페이지 첫 페이지


‘슈프림’은 1970~80년대 이후 미국에서 스케이트 보드 문화가 저물어가는 것에 저항하며 당시 유행한 힙합 문화를 결합한 스트리트 브랜드로 인식됐으며, 1994년 뉴욕에서 영국인 제임스 제비아가 정식 론칭했다. 빨강색 박스 속 흰색의 굵고 비스듬한 퓨튜라체 로고는 현대 미술가 바바라 크루거의 프로파간다 미술 양식을 패러디했다.

◇ ‘슈프림’의 드롭판매 전략, 가치 상승의 원동력


대다수 패션산업 관계자들은 럭셔리가 그토록 매력적인 이유는 희소성과 신비로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슈프림’은 이러한 점에 착안해 고객을 움직이고 열광하게 만든다. 신비로운 인상을 주기 위해 세심한 큐레이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정 공급과 색다른 방식으로 홍보한다. 홈페이지 메일링리스트와 소셜미디어에서 수집한 고객들에게 무작위로 매주 ‘슈프림’ 드롭리스트를 전달한다. 고객 전부가 아닌 일부 선별된 고객들에게만 비밀스럽게 신상품 발매 소식을 알리는 것이다.


최신 패션에 민감한 젊은 ‘슈프림’ 마니아들은 신작 드롭리스트가 소셜 미디어 계정이나 이메일로 도착하기를 애타게 기다리며 스토어로 달려갈 채비를 한다. ‘슈프림’ 매장이 문을 열기 전 날 밤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모습은 애플의 신제품 출시 직전 애플스토어 밖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애플 팬들의 열정을 방불케 한다.


‘슈프림’은 매주 목요일(일본에서는 토요일) 오전 11시 온라인 스토어와 IRL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일시적으로 판매를 시작한다. 그 주의 ‘드롭’ 품목은 소량만 출시된다.  슈프림의 ‘드롭’ 상품들은 모두 한정 수량 판매되기 때문에 남보다 매장 개장 시간 보다 늦게 도착한 고객은 당연히 구매가 어렵다.


여기서 ‘슈프림’이 최근 럭셔리 브랜드 대열에 합류했다는 증거를 확인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베이(Ebay)나 그레일(Grail) 같은 리셀 사이트에서 아이템당 원가보다 최대 1200%까지 프리미엄이 붙어 판매되기 때문이다. 물론 ‘슈프림’은 이와 같은 제품 유통 정책을 ‘한정’ 판매라고 명명하지 않는다. 빨리 변하는 유행에 맞춰 철 지난 재고를 팔지 않겠다는 철학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슈프림’을 추종하는 주 고객층은 인종적·문화적 배경을 불문하고 대도시에 사는 중산층 이상 부유한 가정 출신의 젊은이들이다. 모바일 기기와 소셜미디어와 친숙하고 또래집단 사이에서 ‘쿨’함을 지향하고 좋은 기회를 놓치기 싫어하는 일명 ‘FOMO(Fear Of Missing Out)’ 성격을 가진 밀레니얼과 Z세대 소비자들의 경쟁 심리는 이 기묘하면서도 폭발적인 ‘슈프림 신드롬’을 한층 더 부채질한 것이다.


‘슈프림’ 애플 앱스토어

2016년 발매한 ‘슈프림’ 로고가 들어간 벽돌. 매장에서 소비자 가격 20달러에 팔렸으나 이베이를 통해 1000달러에 재판매됐다


◇ ‘슈프림’, 소셜미디어 활용의 모범사례로 회자


‘슈프림’의 영향력은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열성 팬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하는 1인 미디어 홍보를 통해 더욱 확장되고 있다. 그들은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또래 친구들과 ‘슈프림’ 매장을 방문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신제품 구매를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 매장에 입장해 물품 구입에 성공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소통한다. 이들은 이를 통해 ‘쿨’한 지위를 쟁취하고 또래 집단은 이를 보고 동경해 팔로워가 된다. ‘슈프림’은 이들을 통해 ZM세대들 사이에서 더욱 강력한 지위를 갖게 된다.


‘슈프림’은 콜래보레이션도 능수능란하게 활용한다. ‘슈프림’과의 협업은 파트너 브랜드로 하여금 기하급수적 시너지를 창출하는 효과를 낳는다. ‘나이키’를 비롯해서 ‘롤렉스’ ‘플레이보이’ ‘반스’ ‘노스페이스’ ‘스톤아일랜드’ 등과 협업해 이슈를 만들어냈다.
특히 2017년 ‘루이비통’과의 협업은 특히 ‘슈프림’이 럭셔리 브랜드로 지위를 높이고 ‘루이비통’은 젊은 소비자들을 새롭게 확보하게 해준 성공적인 협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슈프림’은 런던, 파리, 뉴욕, 로스앤젤레스, 일본 등에 1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올 하반기 샌프란시스코 마켓 스트리트에 13번째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디지털 매체를 한껏 활용해 현대 소비자들의 내면의 심리를 자극한 ‘슈프림’의 탁월한 브랜드 홍보 전략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들 사이에서 회자될 만큼 국제적 바로미터로 자리잡고 있다.


‘슈프림’ 2019 가을겨울 시즌 룩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