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메이저, 新성장동력 위해 ‘스트리트 씬’ 도전
2019-09-01황연희 기자 yuni@fi.co.kr
삼성, LF, 코오롱, 신원 등 스트리트 캐주얼 신규 출시

브랜드 인수 투자도 적극적, 문화코드 공감이 성공 열쇠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패션 메이저들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미 4~5년 전부터 스트리트 캐주얼이 패션시장의 트렌드로 주목받았지만, 패션 메이저 기업들은 이에 대해 무덤덤 그 자체였다. 그저 일시적인 트렌드이거나 함께 어울리기 싫은 ‘아싸(아웃사이더)’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유통에서는 이미 롯데가 2012년 영플라자 명동점에 젊은 백화점을 표방하며 스트리트 캐주얼 상품군을 구성했고, 신세계는 2015년 강남점에 ‘파미에 스트리트’를 오픈하며 관심을 표시했지만, 정작 메이저 패션기업들은 그저 다른 세상 이야기로 치부했다. 하지만 최근 스트리트 캐주얼이 밀레니얼, Z 세대들의 열혈 지지를 받으며 소위 ‘인싸(인사이더)’로 부상함에 따라 관련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하거나 신규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남성복과 여성복 등에 주력하던 에너지를 온라인 기반의 스트리트 캐주얼에 쏟으며 미래 성장동력을 도모하는 차원이다. 


실제 삼성물산과 LF,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패션 대기업은 과거에는 10~20 세대를 공략할 캐주얼 브랜드를 1~2개쯤 전개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영 제너레이션을 공략할 만한 브랜드가 부재한 상황이다. 또 현재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들이 대부분 오프라인 영업에 치중되어 있어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온라인 채널에 대응할 콘텐츠가 전무한 것도 고민으로 꼽히고 있다. 한마디로 “미래 소비자 공략에 실패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는 비단 패션 대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중견 기업들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이를 직시한 메이저 기업들은 1020 소비자를 위한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에 임하는 자세도 적극적으로 바꿨다.


스포츠 브랜드들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 컬렉션을 론칭하며 스트리트 감성을 수혈하고 있다. 헤드X로맨틱크라운

뉴발란스X디스이즈네버댓


◇ 브랜드 협업에서 신규 론칭까지 


패션 메이저들의 스트리트 씬에 대한 도전은 초기엔 소극적이었다. 잘 나간다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캡슐 컬렉션을 론칭, 영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이다. 그저 ‘잘 되면 다행, 안되면 그만’ 이라는 ‘한 발 걸치기’ 전략이다.


협업은 스포츠 브랜드들이 선봉에 나섰다. 최근 몇 년간 ‘엄브로xLMC’ ‘리복x커버낫’ ‘리복x크리틱’ ‘헤드x로맨틱크라운’ ‘헤드x키르시’ ‘뉴발란스x디스이즈네버댓’ ‘휠라x에이라이프’ 등 수많은 사례가 나타났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 ‘푸마’ 등도 ‘디스이즈네버댓’ ‘아더에러’와의 협업 제품을 개발하는 등 열기를 반영했다.


이 가운데 ‘헤드’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가장 많은 재미를 봤다. ‘헤드’는 2017년 스트리트 캐주얼 ‘P.B.A.B(피밥)’과의 테니스 보이 컬렉션을 시작으로 매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와의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는 ‘로맨틱크라운’, ‘키르시’와의 협업을 진행했는데, 특히 ‘로맨틱크라운’과의 협업은 고객 반응이 좋아 올 상반기까지 3번을 진행했다. 또 지난해 여름 ‘키르시’와 협업해 래시가드를 출시한 것은 4차 리오더를 진행할 정도로 인기였다. ‘헤드’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10~20대 고객층의 유입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재도약의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패션 대기업들이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를 수용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사진은 ‘두낫디스터브'


일부 기업들은 직접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적극적이다. 보끄레머천다이징은 최근 관계사 이터널그룹을 통해 여성 스트리트 캐주얼 ‘레이브(Raive)’를 전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에 앞서 지난 2016년에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로큰 맨션’을 론칭하기도 했다. 신원은 2017년 한중 합작으로 남성 캐주얼 ‘마크엠’을 론칭했으나 올해 이를 스트리트 캐주얼로 리론칭해 영 마켓을 공략하고 있다.


케이브랜즈도 올해 ‘GU#’을 스트리트 패션 셀렉트숍으로 확장하면서 콘텐츠 강화를 위해 신규 스트리트 캐주얼을 론칭했다. ‘디프론트’ ‘로우픽셀’ ‘아미끌로’를 새로 론칭했으며 온라인 판매권을 인수한 ‘그루브라임’도 ‘GU#’ 내에 전개하고 있다. 케이브랜즈는 ‘GU#’을 강화하기 위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의 추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골프웨어 ‘루이까스텔’을 전개하는 브이엘앤코도 현재 20대 영 타겟을 공략할 젊은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도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번 시즌 ‘쥬시꾸띄르’와 ‘에드하디’를 동시 론칭해 스트리트 마켓에 도전장을 냈으며, LF도 지난 연초 스트리트 캐주얼 ‘던스트(Dunst)’를 신규 출시했다. 또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은 최근 온라인 마켓을 기반으로 ‘기글’ ‘두낫디스터브’를 동시 선보였으며 삼성물산 패션부문 역시 여성 캐주얼 ‘오이아우어’를 론칭했다.


'에드하디(왼쪽)'와 ‘던스트'

'마크엠'


◇ 기업 DNA도 바꾸며 은밀하게


메이저 기업들은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기존과 달라진 작전을 펼치고 있다. 타겟 소비자나 브랜드 특성이 다른 만큼 기존과 다른 노선을 선택했다.


우선 채널을 온오프 편집숍, 면세점 등 신유통을 선택했다. 이터널그룹의 ‘레이브’는 오로지 W컨셉에 특화된 브랜드로 론칭해 인기를 얻고 있고, LF의 ‘던스트’는 편집숍 ‘어라운드더코너’와 온라인쇼핑몰 LF몰, 어라운드더코너몰, 29CM, 서울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다. 수인터내셔날의 ‘휴그레이’, 원풍물산의 ‘오버캐스트’ 역시 온라인쇼핑몰과 일부 편집숍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미국 프리미엄 스트리트 캐주얼 ‘에드하디’를 론칭하면서 면세점에 우선 진출했다. 중국 고객과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다. 제주 신라면세점에 첫 매장을 오픈했고 롯데 본점, 두타면세점, HDC 신라면세점에 입점했다. ‘에드하디’는 화려하고 정교한 그래픽의 클래식 라인을 비롯해 젊고 편안한 디자인의 애슬레저, 로고와 강렬한 레터링을 강조한 스트리트 라인으로 구성됐다. 


일부 기업들은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모기업 정체를 철저하게 감추고 있다. 기업 신뢰도를 앞세워 유통망을 확보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던 기존 방식과 대조적이다. LF는 지난 연초 ‘던스트’를 론칭하면서 기업과 연계해서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다. 다만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브랜드가 인기를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LF 전개사가 드러난 케이스다.


코오롱인더스트리트 FnC부문도 최근 ‘기글’과 ‘두낫디스터브’ 2개의 스트리트 캐주얼, 패션잡화 ‘아카이브 앱크’를 론칭하는데 ‘아카이브 앱크’는 홈페이지, SNS 채널 어디에도 코오롱과 연계된 알림 메시지가 없다. 제이앤드제이글로벌도 34년 전통의 ‘잠뱅이’를 전개하고 있지만 하이엔드 캐릭터 데님 ‘LAB101’을 론칭하면서 기업을 베일 속에 숨겼다. 온라인 쇼핑몰을 활용하는 젊은 고객들에게는 기업의 오래된 히스토리가 오히려 올드한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명일 제이앤드제이글로벌 전무는 “‘LAB101’은 브랜드 론칭 때부터 아예 기존 조직과 전혀 다른 인력으로 구성했고 브랜드 마케팅 전략도 다르게 접근했다. ‘잠뱅이’와의 연결성을 전혀 배제하고 상품 개발이나 디자인, 마케팅 모든 면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펼쳤다. 특히 젊은 소비층을 고려해 무인 판매 매장, 클라우드 펀딩 판매 등의 이색 전략이 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에 대한 접근은 문화코드를 공감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사진은 '프롬스런던'


◇ 문화코드 공감하는 사업부 구성


엄마들 사이에서는 자녀 교육의 3요소로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웃지 못할 이야기지만 제대로 된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서도 ‘아빠의 무관심’이 필요하다. 소위 오너의 무관심이 약(?)이 된다는 말이다.


국내 패션 비즈니스는 오너 중심으로 발전한 케이스가 많기 때문에 오너의 관심과 참여도가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트리트 캐주얼의 경우 오너의 관심이 커질수록 오히려 실패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굳이 경영자의 관심이 아니더라도 기존 브랜드 사업본부장, 디자인 실장에게 10~20대를 타겟으로 하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를 책임지게 하는 것도 무리수일 수 있다. 스트리트 업계 관계자들은 제도권 패션 기업들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를 제대로 전개하고 싶으면 새로운 인력 수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밀레니얼이나 Z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인력으로 사업부를 구성해야 하고, 과거 성공 모델과 같은 일정 목표를 향한 무리한 추진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내부에서 자체 잉태하기보다는 외부에서 출시된 브랜드에 투자하거나 경영에 참여해 ‘독립성’과 ‘매니지먼트’의 시너지를 창출해 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 최근 패션 기업들은 신규 사업을 추진하면서 젊은 조직을 선택하고 있다. 기존의 성과가 우수했던 인물이거나,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인물을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들을 적임자로 판단한 것이다. LF의 ‘던스트’ 팀은 현재 5명의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LF 정보실 출신의 유재혁 팀장이 총괄하며 디자이너는 스트리트 캐주얼에서 수혈했다. 이 회사는 최소한의 인력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다 규모의 성장에 따라 조직을 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사내 프로젝트팀을 결성하고 이들을 통해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내 프로젝트 그룹팀 ‘커먼마켓’에 의해 ‘기글’과 ‘두낫디스터브’가 론칭됐는데, 두 브랜드 모두 외부 인플루언서와 협업으로 론칭했다. ‘기글’은 서울대생 SNS 인플루언서 임기용과 론칭한 아메카지룩의 스트리트 캐주얼이며 ‘두낫디스터브’는 모델 에이전시 GOST의 3명의 모델 인플루언서(안재형, 김준수, 유채림)와 함께 론칭한 브랜드다. 이 회사는 인플루언서들이 상품 디자인과 판매를 담당하고, 기업은 생산과 배송을 책임지는 이원화 전략으로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시장 반응을 살핀 후 브랜드 확장을 고려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엠비오’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리론칭하면서 ‘엠배서더’라는 사내 조직을 활용했다. 앰배서더는 1984년 이후 출생한 남성 직원 20명으로 구성되었는데 브랜드 로고, 상품 기획, 품평회 등에 이들을 참여시켰다. 또한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선호도 등을 상품 기획에 반영하기 위해 이들의 의견을 적극 참조했다.


한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관계자는 “메이저 패션 기업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지만 아직 주목받을 만한 성공 케이스가 없다. 왜? 여전히 기존 방식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채 흉내만 내려고 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며 “기존 브랜드 운영에 익숙한 사람은 제외시키고 온라인 마켓,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에 대해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로 인프라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