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 스트리트 패션에 날개 달았다
2019-09-01서재필 기자 sjp@fi.co.kr
카시나가 씨 뿌리고 무신사가 꽃 피운 국내 스트리트 패션

대기업까지 뛰어든 편집숍 시장, 콘텐츠 차별화가 관건

스트리트 캐주얼의 성장을 뒷받침한 패션 플랫폼들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태원, 홍대, 압구정 일대에 자리했던 단일 스트리트 편집숍 중 시장 안착에 성공한 카시나, 웍스아웃 그리고 원더플레이스, 바인드, 어라운드더코너는 점포 수를 늘리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커버낫’ ‘LMC’ ‘비바스튜디오’ ‘디스이즈네버댓’ ‘앤더슨벨’ ‘로맨틱크라운’ 등 연매출 100억원을 뛰어넘는 스트리트 스타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온라인 편집숍의 성장과 밀접하다. 특히 온라인 편집숍은 무한한 채널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본사의 재고 관리 시스템만 탄탄하다면 브랜드 볼륨을 확대하기에 용이한 장점을 가진다.


무신사가 스트리트 캐주얼의 온라인 플랫폼의 최강자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추격하기 위해 힙합퍼, 플레이어 등이 뒤쫓고 있으며 신생 온라인 플랫폼 하이버, 쿠치샵 등도 점차 세력을 키우고 있다.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스트리트 패션 플랫폼은 초창기에는 웍스아웃, 카시나 등의 수입 스트리트 캐주얼 웨어의 편집숍이 주도권을 잡았으나 지금은 원더플레이스, 에이랜드, 바인드, 어라운드더코너 등이 내셔널 스트리트 캐주얼의 성장에 힘입어 볼륨 확대에 성공했다. 


원더플레이스는 올해 매장 70개까지 확장하고 매출 2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사진은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거래액 1조 1000억원을 바라보는 무신사(왼쪽)와 떠오르는 신규 플랫폼 하이버.


◇ 온라인은 ‘무신사’, 오프라인은 ‘원더플레이스’ 강세


스트리트 캐주얼 판매의 장이 되고 있는 플랫폼 양상은 온라인에서는 ‘무신사’, 오프라인에서는 ‘원더플레이스’로 양분되는 추세다.


무신사(대표 조만호)는 올해 목표거래액은 1조 1000억원으로 압도적이다. 지난해 거래액 4500억원, 매출 1081억원을 기록했다.
김태우 영업기획본부장은 “현재까지 전년대비 200% 이상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어 목표거래액 1조 1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라며 “무신사 TV, 브랜드 연계 콘텐츠 이슈화 등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호응을 얻으면서 소비자들의 유입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시작부터 스트리트 캐주얼 DNA가 강하게 녹아있는 플랫폼이다.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처음 출발한 후 입소문을 타며 규모가 커지자 거리 스냅샷, 한정판 운동화 소식 등을 전하는 웹진으로 진화했고 후에 커머스 기능과 콘텐츠 큐레이팅 기능을 더해 지금의 무신사가 만들어졌다.


무신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입점 브랜드들의 공유 오피스인 ‘무신사 스튜디오’, 패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무신사 파트너스’, 미디어 커머스까지 확대 가능한 ‘무신사TV’, 디자이너 발굴 육성 프로그램 ‘무신사 넥스트 제너레이션’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며 온라인 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9월 정식 오픈하는 홍대의 ‘무신사 테라스’는 입점 브랜드들의 오프라인 전시장 및 컬처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으로 어떤 모습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줄 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현재 글로벌 마켓 진출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를 위해 9만9000㎡ 규모의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에 무신사가 있다면, 오프라인에서는 원더플레이스(대표 김영한)가 세를 확장하며 볼륨을 키우고 있다. 에이랜드에 비해 후발주자였던 원더플레이스는 지방에서 시작한 열세를 극복하고 전국 62개 매장을 확보했다. 9~10월에만 8개 매장을 추가 오픈한다. 원더플레이스는 올해 매장 70개까지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외형 매출은 2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동대문 제품 비중이 높았던 원더플레이스는 국내외 디자이너 및 내셔널 브랜드 비중을 높이는 한편 PB 육성을 병행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고객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브랜드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오프라인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브랜드들의 니즈와 신선한 콘텐츠를 원하는 원더플레이스의 니즈가 만나 제대로 시너지를 냈다. 허나 원더플레이스에 입점하는 브랜드는 소위 ‘잘나가는’ 브랜드로 한정되어 있다.


김인유 원더플레이스 MD 팀장은 “입점과 사입을 위해 해당 브랜드가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살핀다. 또한 다가오는 시즌에 대해 흥행할 만한 상품을 예측할 수 있는 상품기획력과 브랜드 가치도 중요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허웅수 ‘그래피커스’ 대표는 “온라인 쇼핑의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고객들이 실제로 브랜드를 접하고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채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피커스’는 분더샵에 입점해 있는데 고객들이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슈프림’ 정식 제품을 판매하는 핏츠로이 압구정 매장


◇ 대기업 스트리트 캐주얼 편집숍에 눈독


편집숍 시장은 상대적으로 패션 대기업의 영향력이 약했던 영역이다. 패션 대기업들도 편집숍 비즈니스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스트리트 캐주얼 편집숍의 경우 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낮고 브랜드와의 관계성도 낮아 진입을 꺼려했다.


스트리트 편집숍 어라운드더코너를 운영하고 있는 LF 역시 유통 볼륨을 다시 확대하고 있다. 2014년에 시작한 어라운드더코너는 한때 매장 수를 10개까지 늘렸으나 급변하는 스트리트 캐주얼 마켓에 적응하지 못하고 볼륨을 줄이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재정비 기간을 거쳐 지금은 스트리트 캐주얼 편집숍 시장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온-오프라인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있다.


어라운드더코너는 가로수길점, 인천스퀘어점, 타임스퀘어점, AK&점 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대구 동성로에 대형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 중 매출 베스트 점포는 가로수길점으로 지난해 약 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편집숍 관계자는 “상품 콘텐츠 구성을 철저하게 소비자 관점으로 바꾸었다. 입점 브랜드 입장에서 제대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구매 니즈나 편의성에 관점을 맞췄다. 10~20대 밀레니얼 세대로 타겟을 포커싱하고 이에 맞는 브랜드를 대거 확대했다. 젊은 고객들은 편안한 구매 환경보다 많은 브랜드를 보고 선택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끊임없이 새로운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브랜드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라운드더코너에서는 ‘디스이즈네버댓’ ‘LMC’ ‘앤더슨벨’ ‘비바스튜디오’ ‘MMLG’ 등이 상위권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모어댄도프’ ‘ESC스튜디오’ 등을 차별화 콘텐츠로 육성하고 있다.


어라운드더코너 압구정 플래그십스토어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자체적으로 스트리트 편집숍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건대의 커먼그라운드 셀렉트숍을 통해 스트리트 편집숍을 전개하고 있다. 커먼그라운드 셀렉트숍은 지난 2017년 스트리트 캐주얼 콘텐츠를 확대하기 위해 2층에 400여㎡ 규모로 처음 오픈했다.


초기 ‘챔피온’ ‘앤더슨벨’ ‘참스’ ‘베이비 센토르’ 등이 효자 역할을 했다. 매출이 기대 이상으로 나오자 지난 4월 매장 규모를 1층까지 확충하고 면적도 826㎡ 규모로 늘려 유스컬쳐 공간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하창명 커먼그라운드 점장은 “이번에 셀렉트숍을 2배 규모로 확대하면서 ‘립앤딥’ ‘오베이’ ‘CRANK’ 등 하이엔드 브랜드 비중을 높인 결과 이곳을 찾는 20대 영 고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인테리어도 색다르게 꾸몄다”고 말했다. 


인디에프가 운영하는 바인드도 빠른 트렌드 반영과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매장 수를 37개까지 확대했다. 사입 콘텐츠의 비중을 높인 바인드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철저하게 판매율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연매출 외형은 약 450억원 정도지만 일반 브랜드 대비 영업이익률이 높은 편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신촌점 유플렉스에 자체 편집숍 ‘PEER’를 오픈했다. AK플라자의 ‘오피셜 홀리데이’, 롯데백화점의 하이엔드 스트리트 편집숍 ‘GR-8’, 신세계백화점 ‘파이에 스트리트’관 등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현대백화점의 PEER는 또 다른 측면에서 기대를 모은다.


PEER는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자체 편집숍 중 최대 규모로 영업 면적만 793㎡에 달한다. 입점 브랜드 수는 70여개로 패션 브랜드 외에 가방, 주얼리, 잡화 등 액세서리 비중도 높였다. ‘키르시’ ‘MMIC’ ‘비바스튜디오’ ‘어텐션로우’ 등 기존에 백화점에서 보기 힘들었던 브랜드를 적극 유치하고 카페 ‘멜로워’와 복합 공간을 구성한 하는 등 기존 백화점에서 전개한 편집숍과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선보였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에서 운영하는 커먼그라운드 셀렉트숍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15일 신촌 유플렉스에 대형 스트리트 편집숍 PEER를 오픈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전개하는 하이엔드 편집숍 비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