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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패션 소비자들에게 라이프스타일 시대는?
김묘환 CMG 대표  입력  2016-11-15   
지역공동체 및 디지털활용…획일적 트렌드 아닌 다양한 생활상 수용

분카야자카텐의 창업자 요시타로 하세가와


지난 8월 서울 롯데백화점 영프라자 명동점에 오픈한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Flying Tiger Copenhagen 이하 플라잉타이거)’이 한 달여 만에 월 매출 6억원에 가까운 실적을 올렸다. 뒤이어 오픈한 현대 판교점에서도 매출은 차이가 있지만 고객유입효과가 증명이 되면서 한동안 뜸했던 라이프스타일 업태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기 시작했다. 골프브랜드가 라이프스타일 라인으로 확장을 꾀한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기존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도 상품 재정비에 나서고 매장 입지 재조정에 들어가는 등 국내 패션계에 라이프스타일 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시나브로 타오르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과연 한국시장에서 라이프스타일 시대는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일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방관적 입장에서 라이프스타일 시대의 향도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과거의 경험처럼 누군가를 뒤쫓다가 추월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건 아닌지? 라이프스타일 시대에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아직까지도 미미한 건 사실이다.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씬에서 한 획을 그리고 2015년 1월 사라진 분카야자카텐(Bunkaya Zakaten)의 창업자 요시타로 하세가와는 일본에서의 라이프스타일 산업의 태동과 관련해 매우 의미있는 언급을 한다.

분카야자카텐은 영국의 폴 스미스가 충실하고 열정적인 고객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2013년 분카야자카텐 40주년 기념 상품을 스스로 콜래보레이션해 영국과 일본에서 동시 발매할 정도였다. 일본 라이프스타일 씬에서 분카야자카텐은 상상 이상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고 이러한 콘텐츠를 40여 년 운영한 요시타로 하세가와의 언급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어디부터 시작되는지에 대해서 짧지만 충실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분카야자카텐의 시작과 관련한 한 매체와의 인터뷰 중에 자신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했던 70년대 (그는 일본의 유명 미술대학인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상업디자인을 전공하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다) 당시를 “백화점을 가도 유행이라는 미명 아래 획일적으로 팔리는 물건만 있었고 나 자신만을 위한 스타일을 추구할 수 없었던 시대였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자신과 같은 진취적인 젊은이들이 분카야자카텐 같은 시도를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한다.


◇ 라이프스타일 시대는 시장의 선택
요시타로 하세가와가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시대는 다양한 것처럼 보이지만 획일화하고 두근거림을 제공하지 못하는 기존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로부터 출발했다. 바로 과잉된 성장 속의 물질적 가치추구에 의한 잉여의 홍수로부터 탈출해 서로의 차이를 새롭게 형성하고 스스로가 설렘의 욕망을 갖기 위한 노력으로 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일본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른 일본 라이프스타일 시대는 4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시대 태동을 참고하면서 늪에 빠진 듯한 지금 한국의 패션 시장에서 라이프스타일의 현상을 한번 살펴보자. 80년대 말 길게 보아 90년대 초반의 고도 성장기엔 국내 브랜드들도 소비자가 패션으로부터 느끼려 하고 얻으려 했던, 두근거리게 하거나 차이를 돋보이게 하거나 설레게 하려는 것에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국내는 20세기말의 IMF를 극복해내면서 당시엔 위기탈출의 적절한 선택인 것처럼 여겨졌던 가격과 유행추구의 가치만을 쫓아 시장이 재편됐다. 하지만 이후 소위 패스트패션 혹은 SPA라 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판박이 같은 범용상품(commodity)을 쏟아 놓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정체성 혼란에 빠졌고 패션상품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서 가격이미지가 왜곡되는 심각한 상황에 돌입했다. 이러한 시대상에 반발한 새로운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획일적 트렌드 추종에 반하는 다양한 생활상을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언더그라운드 문화처럼 나타나고 있는 것은 일본과 한국이 매우 유사성을 보인다.




'분카야자카텐X폴스미스' 콜래보레이션


◇ 시장을 움직이는 건 늘 소비자
일본 패션사에서는 하나에 모리, 다카다 겐조, 요지 야마모토 같은 디자이너들이 일본 패션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고 한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소비자들이 기억하는 일본 패션은 디자이너들이 아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채택하는 테이스트 믹스(Taste Mix) 단계로 발전한 브랜드와 소비자 그리고 지역이 함께 표현해낸 일본의 패션 사회가 세계성을 향하여 획기적으로 진일보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일본에서 생활 잡화와 F&B를 복합으로 전개하면서 시장의 소비자들에게 처음 보는 낯선 제품과 서비스, 의식주를 한 공간에서 동시에 제안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한 주체는 1981년 ‘애프터눈티’를 론칭한 사자비리그그룹이었다. 그리고 한국에는 1992년 ‘전망 좋은 방’을 열었던 데코그룹이 있었다. 데코그룹은 당시 트렌드세터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조심스럽게 확대해 나가면서 국내 최초라 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제안형 업태의 기초를 선보여 나갔다.

얼핏 일본과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에는 1981년과 1992년 사이의 물리적인 시간차 10여 년만 존재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질적 괴리는 더 크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판단일 것이다. 2009년 이세탄백화점에서 사자비리그로 옮긴 미네코기가 론칭한 ‘론허만(Ron Herman)’같은 라이프 스토어나 대학가 출판사 창고를 개조하여 단숨에 지역의 코너스톤을 만들어 버린 ‘라카구(La Kagu)’ 같은 스토어를 보면, 가히 넘사벽이라 할 만큼 일본기업들의 라이프스타일 업태와 국내기업 간에는 물리적 시간차 이상의 간극이 분명 존재한다.

그렇지만 일본 라이프스타일 업계를 촉발시킨 ‘애프터눈티’가 등장하던 당시의 상황과 유사하게 우리 시장에도 생활상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분명 관찰할 수 있다. 그 반면에 이 시대상이 요구하고 있는 새롭거나 즐겁거나 혹은 기다려지는 그 어떤 것에 대한 시장의 니즈에 국내 업계가 성실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렇기에 지금의 긴 불황국면도 사회적 상황이나 사건·사고 탓만으로 돌리기엔 껄끄러운 내부의 문제가 존재한다.

국내에도 2014년 7월 ‘로리즈팜(Lowrys Farm)’으로 잘 알려진 일본 아다스트리아 사가 진출하면서 라이프스타일 스토어인 ‘니코앤드(niko and...)’를 론칭했고, 2015년 스웨덴의 ‘이케아’, 2016년 덴마크의 ‘플라잉타이거’에 이르기까지 라이프스타일 시대의 상징적인 진출이 곳곳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니코앤드’의 브랜드명에 숨겨진 ‘Nobody I know own style’ 의 의미처럼 ‘내 스타일은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지금의 소비자들에게 국내 패션업계는 과연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 무슨 장벽이 있는지, 잘못된 접근은 무엇인지, 신중하게 파헤쳐볼 필요가 있다.


◇ 편집숍이 라이프스타일 스토어인가?
지난 2008년 신세계그룹의 ‘분더샵’ 이후 2012년 ‘마이분’이 본격 오픈하고 ‘10꼬르소꼬모’나 이태원 ‘쿤위드어뷰’와 같은 선구적인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들에 의해 패션매장과 라이프스타일의 결합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패션 시장에 라이프스타일 시장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주류를 이루는 까닭은 무엇일까? 또 글로벌 기업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세적 진출을 한 인디텍스 ‘자라홈’이나 신세계 ‘자주’, 이랜드 ‘버터’, 그리고 몇 차례 우여곡절을 겪다 지난해 새 주인을 만나 적극적인 공세에 나선 국내 1세대 라이프 스토어라고 할 수 있는 ‘코즈니’에 이르기까지 국내의 대부분 라이프스타일 업태가 다른 기업들에게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가로수길, 홍대, 삼청동길뿐 아니라 부산, 대구 등지에도 수년 전부터 붐을 이루며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사라진 수많은 편집숍들은 다 그저 그렇게 비슷한 라이프 스토어였을까? 이런 이유들로 국내의 패션기업들은 라이프스타일 시대의 도래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2014년 와세다대학 근처의 출판사 창고에서 론칭한 '라카구' 전경



◇ 라이프스타일 시대의 시행착오는?
이러한 수년 간의 일련의 사실들을 분석해 보면 국내에 라이프스타일 업태를 도입했던 초기 프론티어들이 범한 몇 가지 시행착오가 분명 드러난다.

우선 대기업군 대부분은 하이엔드 지향의 그들만의 리그에 머무르고 있는 과오를 범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은 단어가 지닌 의미 그대로 생활인 지향이어야 하는데 그들은 욕망만을 자극하려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공급자 자기만족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두 번째로 라이프스타일 업태의 기본은 지역 밀착인데 이들 기업은 지역 밀착보다는 과거의 번화한 스트리트를 찾아 들어갔다. 라이프스타일은 없고 과거의 영광을 대체하겠다는 대체장르로서 라이프스타일을 채택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한 행동이다. 아직 시장에 낯선 그 무엇이 시장과 교감도 하기 전에 치솟는 비용의 부담에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자로 전락한 경우이다. 패션업 황금기에 대한 향수인지 여전히 국내기업들은 고비용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번화한 곳에 같이 몰려가서 과거의 성공공식에 따르고 있다는 안일함에 사로잡혀 죽은 유전자를 이식하려 애쓰고 있다.   

세 번째로 라이프스타일 상품만 진열했지, 시장과 소통하는 스토리도, 시대가 요구하는 공유도, 현재까지 보여주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행히 최근에 보여지는 국내 시장의 라이프스타일 확산 조짐은 과거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게 보아야 할 것 같다. 사회적 관점에서 라이프스타일 무드의 확산은 몇 가지 이유를 거론할 수 있다. 3만불 소득 시대의 도래나 스마트 소비의 확산, 싱글 세대의 증가, 탈시장이나 탈채널과 같은 리테일 환경의 변화와 같은 요인이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에서의 라이프스타일 시대 도래와 근본적으로 차이 나는 점은 디지털 기기의 매개역할이라는 점이다.

최근 연남동이나 서촌 혹은 익선동 등 라이프스타일 얼리어답터들이 몰려들고 있는 근린형 상권지역을 둘러보면,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의 다양화와 수적 증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지역에서 2~3년 전부터 눈에 띄게 증가했던 개인의 작업실과 매장을 겸한 공방이나, 현재 미디어를 장악한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인 ‘푸드열풍’을 불러온 인기 절정 셰프들의 업장은 패션기업들이 범한 우를 따르지 않고 있다. 절대 번화한 대로를 택하지 않고, 철저하게 지역밀착형이고며, 섣부른 확장보다는 분산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라이프스타일 씬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기존의 어떤 관계(예를 들면 대형 플랫폼에 공생하여 쉽게 성장하겠다는 생각과 같은)에 의존하지 않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시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함께 먹고 마시고 나눌 수 있는 디지털 시대 생활인의 라이프스타일 공유를 보여주며 새로운 확산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라이프스타일 성장의 필요충분 조건은?
이런 배경 속에서 우리 패션업계가 지금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콘텐츠형 라이프스타일 산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라이프스타일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이 앞서 보여준 라이프스타일 시대에 대한 연구학습도 필수적이지만, 디지털 세대 생활인들에게 접근하기 위해선 세상과 공감하는 훈련도 필수적이다.

물론 이런 시류에 따르려는 기업형 움직임보다 더 시장에 영향력이 있는 현상은 자신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라이프스타일 업태에 대한 정의가 바로 현재 우리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방향성이자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웃한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모델은 40여 년 동안 다양하게 잘 성장해 왔다고 판단된다. 일본에서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가 성장한 배경은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라이프스타일 시장의 성장은 패션시장을 비롯한 소비재시장이 생활인의 감성에 지배 받는 감성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현상, 고도 고령화 사회 진입 가속화에 따른 사회적 라이프스타일 영역이 다시 근린으로 이전하고 있는 사회적 상황, 오랜 불황의 지속으로 저성장의 경제적 구도와 이에 따르는 불확실한 노동 환경, 지역 기반화의 확대라는 경제적 관점, 이외에도 독신세대의 증가에 따른 싱글 소비나 소셜다이닝 같은 사회적 트렌드가 확산되고 디지털 문명의 전파에 따라 새로운 지역공동체나 의식공동체가 다시 부활하는 등의 배경 요소에 기인한다.

실제 이러한 배경은 시장 전반에서 기존 시장모형으로부터 이탈하는 탈시장화나 탈채널 현상으로 나타나고, 소비자적 측면에서 탈연령화와 탈시공간화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생활인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로 세팅을 다시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압박하는 것도 사실이다.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후발 주자들인 우리들은 ‘이 시대의 생활인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바를 얼마나 잘 적절하게 반영하여 새롭게 구성되는 지역성 기반 위에 펼쳐놓는지가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모델들의 성패를 가늠한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다.

국내에서 라이프스타일 스토어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수년 전 가로수길, 청담동, 홍대를 중심으로 일었던 편집숍 붐이 패션 브랜드들이 기존 상권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기 위한 접근이었다면, 지금 일고 있는 라이프 스토어는 다른 각도에서 검토하고 이해해야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라이프 스토어 개괄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감과 정보 공유, 과거와 다른 지역 기반의 스토어 입지에 대한 학습, 새로운 업태에 대한 이해와 직무에 대한 재교육과 재배치가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산업을 구축하기 위한 업계의 공동 노력과 협력 체계가 우선적으로 시도되어야 한다.



서촌 베어카페 / 분명 이 시대의 생활인은 새롭고 신선한 것을 찾고 있고 재미 있는 것을 추구하고 만족할만한 사소한 행복에 빠져들려 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시대 진입, 그것은 그렇게 멀리 있는 별을 따는 일이 아니다. 우리사회에 킨포크 열풍을 몰고 온 서촌 베어카페에서 좋은 사운드에 묻혀 잘 뽑아낸 커피 한 잔과 ‘오뗄두스’의 케익을 먹어가면서 원고를 마무리하고 ‘스트키쉬’ 카드지갑 하나를 사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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