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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스마트 시대에 딱 맞는 라이프스타일숍은?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malcombridge@empas.com입력  2016-11-15   
소비구조 복잡·가처분소득 감소…정보 활용하는 똑똑한 소비 증가

뛰어난 콘셉이나 감각적인 디자인 없이도 연매출 6조의 기업으로 자리한 일본 동키호테.


라이프스타일이란 말 그대로 ‘생활방식’이란 뜻이다. 생각해보면 인간의 생활방식은 예전과 정말 판이하게 달라졌다.

20년 전에는 멋을 부리려면 옷만 사면 됐다. 이 시기는 패션산업이 꽃피우던, 대기업까지는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중견기업으로 패션기업이 성장할 수 있던 시절이다. 그러나 요즘은 멋을 부리려면 옷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 헤어도 가다듬어야 하고, 메이크업과 액세서리는 필수항목이 됐고, 심지어 정말 멋쟁이가 되고 싶다면 복근도 키워야 한다.

한 마디로 소비의 영역이 크게 확장된 셈이다. 여기에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멋쟁이’의 기준은 또 한 번 미묘해졌다. 적어도 민망하지 않은 수준의 기기를 들어야 하고, 스마트폰 외에 적절할 때 태블릿을 꺼내는 센스도 필요해진 것이다.

당연 소비자로선 돈 쓸 곳이 무척 많아졌다. 옷도 사야 하고, 머리도 해야 하고, 화장품도 사야 하고, 스마트 기기도 사야 하고, 피트니스도 다녀야 한다. 게다가 2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이동통신비가 필수항목으로 추가되고 있는 것만 봐도, 현재의 소비 구조는 20년 전의 구조와 비교하면 한층 복잡다단하다.


◇ 1인당 국민소득 2.5배 증가에도 여전히 지갑 얇아
그런데 과연 20년 동안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도 이 모든 소비를 커버하고 남을 정도로 부유해졌을까? 1인당 국민소득만 보면, 우리는 1995년 1만2000 USD에서 2015년 2만8000 USD라는 놀라운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한편으론 얼마 전 나온 기사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의 근로자 50% 이상이 여전히 200만원 이하의 봉급 생활자들이다.

그럼 ‘나머지 절반이 더 많이 벌고 있는 건가?’ 싶지만, 실제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2013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월가처분소득(개인소득 중 마음대로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은 1인가구 80만5000원, 3~4인가구 73만5000원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1인가구는 80만원을 마음대로 옷 사고 머리하고 화장품 사고 피트니스 다니는 데 쓸 수 있을까. 만약 갚아야 할 대출도 없고, 저축도 하지 않으며, 아무런 민간보험도 들지 않았다면 가능한 일이다. 3-4인 가구 또한 아무 대출도 없고 저축도 보험도 고려하지 않으며, 아이들 교육에 한푼도 들이지 않는다면 가구당 73만5천원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우리의 실제 사정은 과연 어떤가? 일례로 최근 경제의 뇌관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살펴보자. 현재 부채는 가처분소득대비 173.6%에 육박한다.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른다치면, 그나마 있었던 가처분 소득의 비중은 확 줄어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에 비해 소득이 늘었다 할지라도, 실제 가처분 소득은 통신, 패션, 미용과 기타 문화생활을 마음껏 아우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 정보독점 시대 종말…똑똑한 소비 늘어
어느 나라나 그러하듯, 선진화된다는 것은 저성장의 늪에 빠진다는 것과 동일한 말이다. 한때 한국 젊은 세대는 현재의 중국 젊은 세대처럼 해외 백화점의 주요고객으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돈을 잘 쓰는 소비자였지만, 지금 한국의 젊은 세대는 일본이나 뉴욕의 젊은 세대처럼 팍팍한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이런 시기에 라이프스타일을 논하고 있다. 결국 ‘과연 어떤 라이프스타일숍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조금 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한국 경제가 선진화 시대에 진입하는 동안 세상에는 또 하나의 변화가 있었다. SNS혁명이라고 불릴만한 네트워크의 활성화로 인해, 우리는 지금 다양한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다. 빈곤해졌지만, 또 반대로 한층 세련되진 도시생활자들에게 SNS를 통한 정보는 필수적 생활수단이 되었다. 소비자들은 SNS에서 최저가 정보를 제공받고, 자기 수준에 맞는 문화거리들을 찾아낼 수 있으며,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정보의 독점 시대는 거의 저물어가고 있다.

이런 변화는 과거와는 다른 소비태도를 양산했다. 예전에는 내가 아직 갖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흠모가 소비를 유발하는 좋은 수단이 되기도 했다. 나보다 앞선, 나보다 상류층에 속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추구가 소비를 촉진했던 더 비싼 것이 선호받던 시기이다. 당시는 사회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을 시기였기 때문에 신용 카드를 이용한 다소 무리한 소비도 가능했다. 장차 충분히 메울 수 있는 기대감이 있었으므로 소득을 뛰어넘는 소비가 가능했던 것이다.


◇ 가치에 집중하는 소비 형태에 맞는 숍 고민해야
그러나 오늘날 소비자는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들에 굳이 흠모의 마음을 품지 않는다.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가치에 집중해 정보를 찾는다. 기대되는 미래가 별로 없는 탓에 무리한 소비를 할 수 없는 시대가 되기도 했고, 소비자가 누리고자 하는 것들을 가격대에 맞춰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엔 정보가 부족한 시절이어서 그저 좋은 게 좋은 줄 알았다면, 지금은 찾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찾을 수 있는 시대이다.

지금 잘 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숍들을 둘러보면 이런 소비패턴이 금새 수긍된다. 멋지고 이국적인 삶을 꿈꾸게 해주는 중고가의 라이프스타일숍들이 잘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플라잉타이거’ ‘모던하우스’ ‘미니소’ 같은 저가의 숍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한때 일본의 동키호테는 한국에선 도저히 이해불가의 유통이었다. 과거의 시각으로 보자면 동키호테는 멋지지도 넓지도 쾌적하지도 않은 숍, 어지럽고 싸구려들이 가득한 숍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처럼 가난한 젊은 세대들이 넘쳐나는 지금의 한국을 보고 다시 생각한다면. 동키호테가 연매출 6조를 이루는 이유는 너무도 쉽게 이해된다. 과연 오늘날 우리에게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일까? 스칸디나비안 풍일까? 유럽풍일까? 혹은 뉴욕 맨해튼 풍일까?

라이프스타일숍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한국인의 생활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라이프스타일숍이 멋있고 넓은 숍일 이유는 굳이 없다. 저성장의 시대, 빈곤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선진 한국의 숍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먼저 필요해보인다.


저가의 가격대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모던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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