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서 성장하는 2세대 한국 패션
2018-09-15강경주 기자 kkj@fi.co.kr
i.t 중심의 홀세일 각광…관건은 ‘착한 공급가격’

‘만지’ ‘네스티팜’ 등 메이저 기업 제휴도 늘어


‘스타일난다’부터 ‘로켓런치’ ‘랩’ ‘앤더슨벨’ ‘스테레오바이널즈’까지. 한국 패션의 차이나 드림이 세대를 건너 이어지고 있다. 온오프라인 편집숍 유통과 스트리트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로 압축되는 한국 패션의 2세대가 중국 시장으로 무대를 옮기며 지속 성장에 나서고 있다.

한국 패션은 그간 이랜드로 대표되는 중국 직진출 외에도 꾸준히 중국 시장에서 유통되어왔다. 따이공이라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들은 ‘스타일난다’ 등의 브랜드를 직접 대량 구매해 현지에 판매했고 이에 따라 브랜드의 인지도와 매출도 급상승하는 효과를 얻었다.


'스타일난다'를 전면에 내세운 중국 i.t의 상하이 매장

이에 힘입어 국내 브랜드들은 중국 현지에 진출하기를 원했고 확실한 유통 파트너를 찾았다. 중국 현지 기업은 물론 편집숍, 온라인 채널도 동시에 적극적으로 한국 브랜드에 러브콜을 보냈다.


대표적인 것이 I.T 그룹이다. I.T는 디자이너 브랜드 위주의 숍 i.t(스몰 아이티)로 중국에 100여 개의 대형 매장을 운영 중이며 매년 전년대비 15%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는 대표적인 리테일 기업이다. 특히 ‘스타일난다’ ‘랩’ ‘로켓런치’ 등을 메인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례다. ‘랩’은 현재 i.t를 위해 월 1회 수주회를 열고 있으며 중국 본토와 홍콩을 포함해 38개 i.t 매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I.T는 이처럼 대표적인 B2C 채널로 꼽힌다. I.T는 각 브랜드를 2~3개월 전에 수주해 각 매장으로 재분배한다. 대형 유통을 보유하고 있으니 브랜드 입장에서는 I.T와 거래하면 중국 전역으로 넓힐 수 있다.
또 사전 수주를 통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원가를 낮춰 경쟁력 있는 배수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해외 홀세일 뿐만 아니라 국내 온라인 채널에서도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 K-패션에 손 내미는 중국 메이저 - 편집숍 i.t
i.t는 국내 에이전시를 활용해 K-패션에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홍콩 i.t의 국내 에이전시로 알려진 에비나(대표 안정우)는 현재 홍콩i.t 13개 매장을 대상으로 연간 4~5회 수주회(리오더 4회는 별도)를 진행하고 있다. ‘참스’ ‘스톤헨지’ ‘샐러드볼’ ‘느와’ ‘앤더슨벨’ ‘아이아이’ ‘카이’ 등의 상위 브랜드는 i.t를 비롯한 아시아권 바이어에게 1회 수주시 최대 2억5000만원을 수주하고 있다.
한재환 ‘샐러드볼’ 대표는 “해외 세일즈에 능통한 글로벌 세일즈랩(에이전시)이다 보니 첫 계약과 함께 곧바로 세일즈가 일어났다. 올해 i.t를 포함해 10억원 가량의 홀세일 매출이 예상된다”며 “i.t를 비롯해 아시아권 바이어들은 국내와는 다른 지역 맞춤형 디자인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른 새로운 상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고영지 에비나 실장은 “B2C 중심의 국내 사업과 B2B 방식인 해외 수주사업은 성격이 다르다. 수주 비즈니스는 초기에는 볼륨이 작아보이지만, 실력이 검증되고 거래선이 늘어난 이후에는 지속성장이 가능한 비즈니스다. 다만 국내 시장과는 스타일과 수주 시기가 달라 세심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i.t는 숍 브랜딩 측면에서 가장 각광받는 편집숍이다. 현지에서도 해외 유명 브랜드를 구매할 수 있는 편집숍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PB인 ‘초콜릿(Chocoolate)’ ‘이츄(Izzue)’ ‘베이프(A BATHING APE)’를 운영한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스트리트 캐주얼 ‘디스이즈네버댓’은 올해 S/S 시즌부터 중국 i.t와 홀세일 거래를 시작, 현지 약 10개 매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조나단 ‘디스이즈네버댓’ 대표는 “해외 업체와 직접 거래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사입 물량도 수억원대여서 성과도 나쁘지 않다”며 “중국 i.t 측에서 국내 에이전시를 통해 먼저 제안이 있었다. 중국 진출에서 가장 고민했던 것이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는 것이었다. i.t가 현지에서 브랜딩이 잘 되어 있는 점에서 리테일 파트너로 적절하다고 판단해 거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 i.t와 거래를 시작한 '디스이즈네버댓'

◇ K-패션에 손 내미는 중국 메이저 - 현지 패션 기업
i.t와 같은 브랜드 편집숍 유통 외에도 중국 현지 패션 기업과 손을 잡는 경우도 많아졌다.

김지만 디자이너의 ‘만지’는 지난 3월 중국 패션유통 전문 무역기업 ‘소주 녹지무역유한공사’와 MOU를 체결하고 중국 진출을 시작했다. ‘만지’는 디자인과 상품 기획을 맡고 중국에서는 유통을 맡는 형태로 6월에는 소주시에 1호점을 오픈했고, 올해 안으로 상하이와 항저우에 2, 3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이달 27일 열리는 CHIC-영블러드에 참가해 중국내 브랜딩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김지만 디자이너는 “‘만지’가 동대문 두타나 롯데백화점 본점 등 팝업에서 성과가 좋았다는 것을 높게 평가했다고 하더라. 팝업 스토어에서 매출 1등도 하면서 중국 시장에도 먹힐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다”며 “2년 가까이 지켜봤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신뢰감도 생겼다. 믿고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현지 유력 파트너를 만났으니 국내외로 비즈니스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유력 남성복 기업 지우무왕은 올 초 스트리트 캐주얼 ‘네스티팜’의 상표권을 인수했다. 중국 내에서 스트리트 패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브랜드의 형태가 잘 갖춰진 콘텐츠를 찾은 것. 지우무왕은 ‘네스티팜’의 상표권 인수 이후 중국 소비자에 맞춘 스트리트 캐주얼로 리뉴얼해 전개 중이다.

디자이너 브랜드 '샐러드볼'은 에비나 쇼룸과 손잡고 해외 홀세일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 글로벌 첫걸음, 공급 경쟁력을 갖춰라
i.t와 같은 리테일러와의 홀세일 비즈니스는 2세대 한국 패션이 체감하는 대표적인 해외 진출 방안이다. 곧 홀세일 비즈니스를 잘하는 브랜드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홀세일 비즈니스에 있어서 공급가는 거래 성사에 있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른바 ‘바이어 마진이 높은 착한 가격’이 뒷받침되어야 리테일러에게 브랜드의 매력을 표출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브랜드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B2C로 매출을 키우려다 보니 공급가와 판매가의 갭을 줄여서라도 가격경쟁력을 높인다. 리테일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홀세일가를 책정하다 보니 적정 마진을 가져가기 어려워진다.

리테일러 입장에서는 홀세일가의 3~5배 수준으로 판매가를 책정해야 사입을 통한 재고 부담을 안더라도 안정적인 유통이 가능해진다. 국내 오프라인 편집숍들이 사입에 나서길 꺼리는 것도 판매가의 40~60% 수준으로 사입해야 하고 이를 완판해야 이윤이 남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상하이 CHIC-영블러드(CYB) 전시회에서 만난 중국의 한 바이어는 “CYB에 참가하는 한국 브랜드는 중국에서 보기 어려운 콘셉트와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관심이 있다”면서도 “거래를 위해 가격 이야기를 해보면 조건이 맞지 않아 쉽사리 성사시키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결국 B2B에 나서서는 이미 낮출 대로 낮춘 배수율 때문에 바이어가 이익을 낼 수 있는 원가구조를 만들 수 없다. 홀세일 비즈니스 모델이 가져가야 할 공급경쟁력은 싸게 만들어 싸게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바이어에게 돌아가는 마진을 높여야 하는 것이 숙제다.

1차적인 과제라면 생산원가를 낮춰 바이어와 리테일러가 이익을 볼 수 있게 해야할 것이다. 때문에 공급경쟁력은 근본적으로 물량에 정비례해 움직일 수 밖에 없다. 물량과 납기, 봉제 숙련도에 따라 선택지가 있는 글로벌 소싱 네트워크는 홀세일 비즈니스 볼륨화의 전제조건이다.

국내 생산에 주력했던 브랜드들도 이에 따라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는 해외로 생산처를 옮기는 추세다. ‘커버낫’ ‘디스이즈네버댓’ 등의 스트리트 캐주얼은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동남아로, ‘샐러드볼’도 헤비 아우터 생산지를 찾아 중국 등지로 움직였다.

중국 현지 유통 기업과 MOU를 맺고 중국 진출을 시작한 '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