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감성 공유하는 ‘컬처 코드’ 쇼핑 명소
2009-10-09김양민 기자 kym@fi.co.kr


올 초 단순한 상품 소비에 그치지 않고 ‘프로슈머’로 발전한 고객들을 잡기 위한 방법으로 ‘컬처 비즈’, ‘컬처 마케팅’이 패션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환경, 건강, 아티스트 등을 앞세운 일시적인 문화 마케팅 정도로 소비자들을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의 1525세대들은 수동적 소비자로 그치지 않고 상품의 생산과 있어 자신들의 의사가 반영되기를 원한다.

주입식 마케팅에서 벗어나 소비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속 가능한 유통·브랜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 코드’의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통과 고객, 브랜드와 고객간의 문화 교류를 통해 차별화된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는 마켓과 브랜드를 만나본다.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

매주 토요일 홍대 놀이터에서는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생산과 소비의 새로운 대안 시장 프리마켓이 열린다. 비가 오지 않는 한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열리는 프리마켓에는 1525세대를 비롯해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찾아온다.

프리마켓에는 벽이 없다. 일상과 예술 사이의 거리, 작가와 시민은 모두 함께 열린 공간을 채워나간다. 작가들은 창작한 작품을 가지고 나와 시민들이나 다른 작가와 자유롭게 소통하고 교류한다. 순수 창작품을 만드는 작가만이 참여 가능하다.

현재 1000여명의 작가가 등록되어 있다. 매주 120여명이 참가하는 장터에서 소비자들은 일반적인 미술작품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하얀 컨버스 운동화, 모자에 그림을 그려 팔기도 하고, 다양한 액세서리도 눈에 띈다. 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연인끼리 두 손 꼭 잡고 앉아 길거리 화가에게 그림을 부탁하기도 한다.

의자 몇 개가 놓여진 그늘집 밑에서는 ‘에프터눈 스테이지’가 열린다. 음악, 무용, 퍼포먼스 등 장르와 관계없이 다양한 공연이 열리는 무대는 작고 소박하지만 아티스트들은 자기 작품과 창작세계를 자유롭게 펼쳐 놓는다.

이곳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구분의 중요치 않다.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른 작가, 소비자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인다. 시민들도 직접 작품을 만들어보며 새로운 소통과 상품의 의미에 대해 깨닫는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프리마켓에서는 매주 새로운 문화생산과 소비의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無콘셉’에 마니아 몰리는 가로수길 ‘플로우’

지난 2007년 오픈해 매년 매장을 확장하고 있는 플로우는 최근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가장 ‘핫’한 매장 중 한 곳이다. 오픈 당시에는 일본 수입 제품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디자이너 편집숍의 성격이 강하다. 플로우의 콘셉은 ‘無콘셉’이다. 급변하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해서다. 매장의 VMD도 정해진 주기 없이 콘셉에 따라 변화한다. 플로우는 이름 그대로 디자이너-쇼룸-바이어-매장-고객들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추구한다.

김정홍 대표는 “트렌드에 따라 변화하기는 하지만 따라가는 것만은 아니다”며 “적절히 트렌드를 앞서가면서 차별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상품은 유니크함은 강하지 않더라도 마니아 성향이 강한 것이 주를 이룬다. 패션에 관심이 높은 10대, 20대 마니아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30개 이상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으며, 매출은 한 브랜드에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일어난다. 입점 조건은 독창성, 기능성, 디자이너 히스토리 등 3가지를 통해 결정된다. 또 의류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액세서리, 패션 관련 서적들이 판매되고 있다.

플로우를 열게 된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옷을 좋아하는 20대가 옷을 살만한 장소가 없었다. 보세 상품은 대량 생산을 통해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가지고 있었고, 쇼핑 채널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백화점 유통에 집중되어 있는 한국 패션을 안타까워했다. 플로우에 가면 ‘소수만을 위한 앞서있는 옷’들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





거리 예술가들의 자유공간 「사쿤」

‘주황색 캔에 담긴 이빨 마스크’로 대표되는 「사쿤(SAKUN)」은 거리 아티스트의 그래픽이 돋보이는 브랜드다. 올드 스쿨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힙합 문화, 일본의 스트리트 빈티지 패션과 결합하면서 홍대 패션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전국에 4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서울에는 홍대 매장이 유일하다.

「사쿤」은 스트리트(Street)와 아티스트(Artist)의 첫 글자와 群(무리 군)이라는 의미로 ‘거리 예술가들의 집단’을 의미한다. 거리라는 공간 속에서 문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상품에 반영하고 있으며 창의적인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통해 발전하는 컬쳐 브랜드이다.

「사쿤」은 ‘TEETH OF INSTINCT’라는 슬로선 아래, 인간 본성에 대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한다. 브랜드가 궁긍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본능의 자유’이다. 요즘 세대들의 자유로운 감성을 그래픽을 통해 표현하고, 상품의 독특한 디자인과 잘 결합시키고 있다.

「사쿤」은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콜래보레이션을 시도하고 있으며, 매년 주제를 정해 일기를 쓰듯 브랜드만의 히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2006년은 존재감, 2007년은 반항, 2008년은 키덜트 였다. 올해 주제는 본능으로 에로스, 행위, 관계가 인간의 본성으로 보고 있다. 원초적이고 솔직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각자 나름대로의 본능을 인식하는 작업을 상품에 반영하고 있다.

「사쿤」의 가장 큰 장점은 대중과 호흡한다는 것이다. 고객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아트 마케팅을 실천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시, 파티 등을 통해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폴햄」 ‘맨발’ 문화와 접속하다

지난달 28일 명동 롯데 영플라자에 문을 연 에이션패션(대표 박재홍)의 ‘더폴햄갤러리’에는 이색적인 신발이 매장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본지 주최 ‘2009 서울패션소싱페어’에 참가해 인연이 된 박은주 작가의 ‘맨발’이 자리잡고 있는 것.

‘맨발’은 하얀색 운동화에 사람의 발을 다양하게 표현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실용주의 예술 작품이다. 어린아이 신발부터 「폴햄」의 로고가 그려진 어른용 신발까지 다양한 디자인과 사이즈의 신발이 전시·판매되고 있다. 특히 10대 고객들과, 「팀스폴햄」을 구매하기 위해 아이와 함께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폴햄」과 「엠폴햄」을 유행시킨 에이션패션은 ‘행복한 가치 창출로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라는 기업 비전 아래 선도적인 기업 문화를 실천해나가고 있다. 이번에 198m²(60평) 규모로 첫 선을 보인 ‘더폴햄갤러리’ 역시 기업 비전과 그 맥을 같이 한다. 「폴햄」「엠폴햄」「팀스폴햄」 등으로 구성된 매장은 각 브랜드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으며, 각기 다른 3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잘 반영했다는 평이다. 특히 ‘맨발’은 홍대의 컬쳐코드가 볼륨 브랜드와 결합된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박은주 작가는 “폴햄과 같은 기업에서 예술 활동과 문화 전파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고객들이 매장을 찾았을 때 신발을 보고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에이션패션은 앞으로도 브랜드만의 컬처 코드를 전달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 ‘더폴햄갤러리’에서 전시·판매할 계획이다.





영 층의 플레이그라운드 「닥터마틴」

닥터마틴에어웨어코리아(대표 양용근)의 「닥터마틴」은 영 소비자들이 키워가는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5월 <서울 월드 DJ페스티벌>, 7월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9월 <글로벌 게더링 페스티벌> 등 3번에 걸친 대규모의 페스티벌에 참여한 「닥터마틴」은 매니아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닥터마틴」은 바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펀(fun)’의 요소를 매니아들에게 가장 강하게 선보일 수 있는 창구로 락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고객과의 커뮤니티를 통해 브랜드 열혈 매니아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

매니아들이 모여 운영되고 있는 블로그의 경우 9월말 현재 1만 100명을 넘어섰다. 연초보다 무려 2배 이상 신장한 수치다. 일부 상품이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 등 매스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홍보 파급효과를 극대화시켰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 이전에 브랜드 오리지널리티에 맞는 마케팅 메뉴얼을 구축하고, 영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하기 위해 그들과의 소통 능력, 소통 창구를 터득하고 만들어냈다는 점 또한 남다르다.

블로그에서 운영되고 있는 ‘닥마 다방’은 그야말로 소비자들과 매장 직원들간의 수다 방이다. 상품 정보 뿐만 아니라 매장 운영이나 제품 구성에 대해서도 전문가 못지 않게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다. 민재용 차장은 “「닥터마틴」은 대중이 접근하기엔 브랜드 장벽이 높은 편으로, 영 소비자들 중에서도 흔히 엣지 있는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민 차장은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고객 커뮤니티와 관련 “현재 「닥터마틴」의 충성 고객은 새로 창출된 고객이기보다 단지 ‘놀 장소’가 없었던 고객이 움츠리고 있다가 밖으로 나와 「닥터마틴」을 만난 것 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