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루(ギャル)’ 혁명 일본 영 패션 빅뱅
2009-10-09글 김묘환 CMG 대표 



‘갸루(ギャル)’는 ‘소녀’를 뜻하는 ‘걸(girl)’을 일본어로 표기한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갸루’란 말이 일본 패션계에 등장한 것은 지금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1993년경 <프라이데이> 등의 매체에 처음 ‘갸루’와 관련된 표현이 보이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확산되어 사용된 것은 1996년 경부터이다.

다양한 색상으로 염색한 머리에 메시 헤어스타일, 교복을 입고 루즈삭스에 로퍼를 신고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스티커 사진 자판기를 애용한 여고생 무리들 계층에 주목하기 시작한 일본의 미디어들이 본격적으로 그들을 ‘고갸루コギャル’라고 세그먼트 하기 시작한 데서 오늘날 일본 ‘갸루’ 열풍의 시초를 찾을 수 있다.

처음 ‘고갸루’라 칭하게 된 연령은 1980년대 전반 태생의 여성으로 ‘포스트 단카이 주니어’ 세대로 구분한 연령층에서 비롯됐다. 당시 일본 경제의 버블 추락 이후 암울한 경제 상황과 더불어 원조 교제와 같은 사회의 부정적 이미지와 더불어 태어났지만 이들의 스타일이 이미 여고를 졸업했지만, 계속해서 교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멋쟁이 하이틴’ 붐과 더불어 각종 TV의 와이드 쇼와 다양한 매체들에서 특집이 연일 다루어지면서 위, 아래 다양한 연령층의 ‘갸루’가 만들어졌다.

즉 ‘고갸루’ 세대의 여자가 자신의 하이틴적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성인이 되고 난 후 연령대를 불문하고 간단하게 ‘갸루’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때 태어난 대중 스타가 아직까지도 건재한 아무로 나미에다.

이러한 ‘갸루’의 탄생이 패션산업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은 1994년 ‘시부야109’의 재탄생부터라고 할 수 있다. 당시 20,30대를 위한 토털 생활 전문점으로 고전을 하던 TMD가 ‘갸루’라는 폭풍을 감지하고서 109를 ‘갸루’ 전문 백화점으로 전환해 재개점 한 이후 현재까지 일본 여성패션 유통의 큰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일본의 대중 스타 하마자키아유미나 모닝구무스메 같은 ‘갸루’를 대표하는 아이돌들이 시부야109 스타일을 고수하고 자신을 프로모션하기 위한 첫 번째 장소로 이용할 정도로 시부야109의 영향력은 아직까지도 대단하다. 최근에도 데뷔와 함께 스타 대열에 합류한 신인 ‘갸루’그룹 줄리엣도 시부야109에서 론칭 행사를 할 정도라면 ‘갸루’와 관련한 시부야109의 영향력은 짐작할 만하다.


성과 지상주의 세대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영향력 확대



「에고이스트」 「록시」 「마우씨」 등 잇따라 인큐베이팅

시부야109가 만들어낸 ‘갸루’의 대표주자는 1999년 론칭한 「EGOIST」를 비롯해 「ROXY」 「BlueMoonBlue」 「COCOLULU」 「Lowry’s Farm」 「Moussy」 등 십 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갸루’를 타깃으로 하는 많은 패션 브랜드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갸루’가 만들어낸 파생어만 보아도 ‘갸루’가 갖는 파괴력을 짐작할 수 있는데 우선 오키나와 출신인 아무로나미에의 검은 얼굴 따라 하기가 트렌드이던 ‘갸루’ 초창기인 90년대 중반에 태어난 강구로(ガングロ)족 열풍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선탠 열풍이 불어 관련 산업이 급속도로 신장하는 일이 있었고, 이 강구로족이 분화되어 선탠 대신 화장으로 검게 하고 머리는 하얗게 물들이는 야만바(ヤマンバ)족이 태어나 검은 화장품이 등장했다.

이 야만바족이 분화되어 피카추 캐릭터 등으로 코스프레하는 키구루민(キグルミン)족이 태어나 또 다른 스타일이 탄생한다. 키구루민은 짧게 유행하긴 했지만 일본의 대표적인 카테고리 킬러 유통인 돈키호테의 성장에도 기여를 했다. 가장 최근까지도 영향력이 대단한 ‘갸루’는 로리타 족이라 할 수 있다. 유럽의 영화에서나 봄직한 스타일의 옷들로 치장한 어린(?) 소녀들이 세레부족이란 신조어와 함께 여성 패션을 리드해 가고 있다.

2005년경부터 코베 지역의 패션리테일이 중심이 되어 확산시킨 코베 세레부가 일본 전역을 휩쓸 정도로 여성패션에서 로리타 열풍은 강하게 불었다. 올 초 일본에 론칭한 미국의 리테일 SPA인 「KITSON」은 이러한 분위기로 인하여 안정적인 진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갸루’의 확산은 성의 구분을 뛰어넘어 ‘갸루남’ギャル男(ギャルお)혹은 우리오빠(お兄系おにいけい)라고 부르는 남자들로 까지 확산되었다. 이러한 확산중의 한 부류가 초식남(草食男)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부류의 남자들을 위해서 <egg>나 <men's> <Cawaii!>와 같은 잡지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며 ‘갸루’는 아메바와 같은 확산을 시작하는데 더 어린 계층인 중학생도 최근 <Seventeen>이나 <Hanachu>와 같은 잡지가 큰 영향을 미치면서 여중생의 ‘갸루족’ 도 급증 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들만의 커뮤니티(Girl Circle을 줄여 갸루사라고 함)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2006년 일본티비에서 미니시리즈로 제작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갸루사’도 시부야에 모여 바라바라댄스(국내에선 클론의 구준엽이 추는 테크노댄스로 알려져 있다.)를 추는 여자 그룹의 일상을 담은 드라마로 ‘갸루’ 열풍의 한 면을 보여주었다.

올 3월 일본 외무성은 3명의 어리고 예쁜 소녀들, 즉 ‘갸루’들을 대중 문화 홍보 대사로 임명했다. 아오키 미사코, 키무라 유, 후지오카 시즈카 세 명은, 전범국가 일본, 경제동물 일본이 아니라 '귀여운 나라' 일본을 대표하여 국가가 지원하는 비용으로 갸루의 귀여움과 감각적 스타일을 통하여 일본 대중문화를 세계에 홍보하는 여행에 나서고 있다. 첫 활동은 방콕에서 열리는 일본의 패션 페스티벌 TGC(Tokyo Girls Collection)의 첫 번째 해외 나들이에 국가를 대표해서 나섰다.

일본 외무성의 이런 움직임은 일본 문화가 포장되고, 브랜드화되어 해외로 수출될 수 있다는 그들의 믿음 하에 '멋진 일본'을 선전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수많은 시도 중 하나다.


‘도쿄걸즈 컬렉션’ 흥행몰이
‘귀여운 나라=일본’ 전파



일본의 리얼클로즈를 세계로…  ‘일본 문화’ 전도사 역할

이미 1950년대 당시 일본의 주력 산업인 완구 및 문구 수출을 위하여 시도하였던 만화 캐릭터 홍보 플랜부터 시작해 당시 주 고객들이 각각 속한 커뮤니티에서 오피니언 리더로 자라난 1970년대엔 오사카 엑스포를 통하여 자동차, 전자 등 주력산업을 세계에 확산시킬 때, ‘메이드 인 재팬’ 만화 캐릭터와 함께 메이드 인 재팬 문구류를 사용하고 자란 세계의 고객들은 일본 제품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부여하였고 오늘날 경제 대국 일본의 기초가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만화,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패션 등의 많은 영역에서 일본이 가지고 있는 이 오래된 리버리지 전략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테마들은 철저히 기업이나 개인에 의해 주도된 유기적이고 의도된 무브먼트였다. 이러한 시점에서 과연 정부 주도의 이러한 ‘Cultural Communication Push Out’이 일본식 컬처 트렌드를 21세기에도 다시 한번 세계적 트렌드로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일본 내부적으로도 논란 거리 임엔 분명하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순간 「유니클로」가 파리 오페라점을 출점했다는 웹 기사를 보면서 「유니클로」의 야나이 회장이 부르짖는 ‘패션의 대동아 공영’ 주장이나 일본 정부의 ‘갸루’ 홍보대사 위촉이 정교하게 일맥상통한 점이 있다고 판단한다.

일본 경제가 ‘갸루’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제 금융위기 상황 속에서 내수 침체 등 불황이 극심한 가운데 ‘갸루’를 대상으로 한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갸루 산업혁명'이란 말이 등장할 정도로 ‘갸루’들을 타깃으로 한 산업이 세분화되고 규모가 커지면서 대중들에게 익숙한 의미로 등장한 것이 분명하다.

패션산업에서 일본의 ‘갸루’는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소비주체였던 ‘갸루족’들이 패션업체 경영인, 디자이너, 잡지사 기자 등 각 분야에 진출해 이 같은 프로슈머로 나서 문화를 확산시킨 것도 ‘갸루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섹시한 감각, 수퍼밸류를 추구하는 소비자에 적절한 믹싱 감각, 헤어스타일에서부터 네일 아트 등 신체 전부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강력한 디테일 구색에 더불어 현실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일탈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적당하게 현실감 있는 환타지의 추구 등은 젊은 일본 여성을 지칭하던 속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매력적이고 거대한 글로벌 콘셉이라는 사실이 분명하다.

2005년 8월 시작하여 이제 5년차에 접어든 ‘Tokyo Girls Collection’도 ‘갸루’ 시장의 확산을 가져온 한 축임에 분명하다. “일본의 리얼클로스를 세계로”란 핵심 과제를 바탕으로 무너지는 서구의 하이엔드 디자이너 컬렉션 시장을 대신해 「ZARA」 「H&M」 등 소위 패스트 패션 그룹이 새롭게 형성하기 시작한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일본 패션의 진입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첫 걸음으로 2005년 가을 시작한 TGC 는 「유니클로」 야나이 회장이 부르짖는 일본 패션의 세계화와 같은 궤를 보여준다.

「UNIQRO」 등 패션메이저들이 계속해서 메인 스폰서로 나서고 후지TV는 전 과정을 녹화 방영하고 동남아를 비롯한 RDE국가들에 문화 수출로서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일본 정부까지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TGC는 분명 ‘갸루’란 글로벌 트렌드를 활용한 일본 패션업계의 야심 찬 OSMU 스타일 글로벌 전략의 하나이다. 2007년부터 매년 봄 중국 베이징 CHIC에 등장하고 올해부터 태국을 시작으로 동남아 공략에 나선 것도 적극적인 일본 패션업계의 계산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영 쇼퍼 공략 위한 유일한 대안
‘리얼클로즈’는 글로벌 트렌드



亞 영 쇼퍼 욕구 충족시키는 한국 브랜드 절실

바야흐로 세계적인 Fast Fashion 열풍과 더불어 경제 위기 속에서 유일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영 쇼퍼(Young Shopper)의 대두,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갸루’ 속에 숨겨져 있는 본뜻인 1972년 미국의 청바지 브랜드 「랭글러」가 진 브랜드를 통해서 세상에 등장시킨 여성해방 용어인 GAL가 지닌 뜻으로 남성이 만들어낸 소녀란 의미가 아니라 멋지고 활발한 젊은 여성으로서의 ‘갸루’가 세상을 움직인다는 글로벌 무브먼트에 일본 패션업계가 동승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패션산업은 신체보호란 기능적 출발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상징적 과정을 거쳐 이미 세상은 멋진 프랑스 패션과 그 브랜드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우리가 존재하는 증거 전체가 패션이 되어버리는 3차원적 공간 개념의 시대, 쉽게 표현해서 본질적 라이프스타일 패션 시대에 우리가 오랜 세월 갖고 있는 상식적 패션의 개념은 이미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고 우리가 생각하고 필요로 하는 시점에, 우리의 존재가 머무른 그 장소에서, 우리가 타인을 배려하며 소비할 수 있는 만큼만을 요구하는 패러다임이 확산 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갸루’ 패션은 이런 패러다임에 가장 근접한 실체일지도 모른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보자는 원대한 꿈을 펼치려는 이 순간 우리업계에 더 많은 과제가 주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