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패션쇼’의 실체

2021-02-10 정인기 기자 ingi@fi.co.kr

자연과 하나가 되어가는 ‘오픈플랜’

'오픈플랜'은 지난해 친환경패션위크 '헬싱키 패션위크'의 새로운 지속가능 해법인 디지털 패션쇼에 참가했다

늑대인간 '울버린'으로 알려진 휴 잭맨이 제작과 주연을 맡았던 영화 '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은 미국 서커스의 전설이라고 부르는 피니어스 바넘(Phineas Taylor Barnum)의 지구에서 가장 위대한 쇼(The Greatest Show on Earth)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서커스를 '수익성 좋은 자선사업'이라고 부르면서 여성차별, 기형아 노동 착취와 거짓선전을 주도했던 피니어스 바넘이 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으로 금 도금(?)돼 자신의 비즈니스를 '가장 위대한 쇼(The Greatest Show on Earth)'라고 말한 것이 듣기 불편했다. 그것은 위대한 쇼가 아니라 더러운 쇼였다.


이 영화에는 한 몸으로 붙어있는 샴쌍둥이가 나온다. 샴쌍둥Siamese Twins이란  결합쌍생아(Conjoined Twins), 두 사람이 한 몸으로 태어난 사람들이다. 결합 쌍생아를 샴쌍둥이라고 부른 이유는 시암 Siamese (태국의 예전 이름) 출신의  창과 앵 벙커(Chang과 Eng Bunker)가 미국으로 건너가 서커스에서 활동하면서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한 몸으로 붙어있는 창과 앵은 각자 결혼을 해서 각각 10명의 자녀와 11명의 자녀를 두었다.


성격이 밝은 동생 앵Eng은 건강했지만, 비관적인 창Chang은 항상 술과 담배를 가까이 했다. 결국 창은 병을 앓았는데 결국 잠자다가 죽었다. 바로 옆에서 깨어나지 않은 형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동생  앵은 '그럼 나도 간다'라는 말을 하고 형을 따라서 2시간 만에 죽었다.  이들이 죽은 후에 부검을 했다. 창은 뇌혈전으로 죽었는데, 동생 앵의 사망 원인을 당시에는 알 수 없었다. 단지 형의 죽음에 의한 공포증에 의한 쇼크사로 추정됐다. 두 명이 한 몸으로 살고 있다고 한 사람이 죽었을때 받는 충격에 대해서 상상하는 것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수 많은 샴쌍둥이들은 이런 현실을 언제가는 맞이하게 된다.


지구에서 불완전하게 공존하는 자연과 경제(인간의 공동체)는 샴쌍둥이다. 다른 생명체들은 일반적인 쌍둥이처럼 자연과 서로 닮고 서로 공존한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는 자연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을 제외하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지구에 살고 있는 다른 생명체와 달리 인간만이 지구와 생태적 상호 보완 관계가 아니다. 


우리는 지구와 공생하면서 샴쌍둥이처럼 붙어 살아야 한다. 하지만 80억의 인간이 지구에서 살면서 지구를 오염시키는 쓰레기를 안만들 수는 없다. 선진국 리더들이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0을 목표로 하지만 30년동안 지구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까지 인간이 해왔던 사실로 분명한 것은 지구는 죽어간다는 것이다.


'서스테이너블 패션 서밋 서울'서 친환경 실천을 강조하는 이옥선 디자이너


◇ 지구에서 공존하는 자연과 경제는 샴쌍둥이
만약 샴쌍둥이 형 창이 동생을 위해 술과 담배를 멀리했더라면 어떻게 살았을까? 동생 앵은 술에 취한 형이 계속 담배를 피울 때, 그의 마음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앵은 형이 옆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그는 형과 분리 수술 대신 어떻게 죽음을 기다렸을까? 환경운동가 폴 호켄은 기업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 인간의 운명은 다른 모든 생명체와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원칙에 대한 존중이 비즈니스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그린 뉴딜과 환경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먼저 필요한 것은 기업과 자연이 생태계로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 말은 우리는 지구와 샴쌍둥이로서 자연을 보호하지 않으면 결국 인간의 파괴를 가져온다는 말이다. 이런 원칙을 존중할 때, 우리의 비즈니스의 혁신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당장 실천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삶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천을 중시하는 서스테이너블 패션 '오픈 플랜'


◇ 브랜드 본질을 바꾸는 계획, '오픈 플랜'
폴 호켄은 그의 저서 [비즈니스 생태학]에서 '저기 먼 곳에 환경이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환경이다. 환경은 우리의 정신이자 소망이며, 이 환경은 우리가 지금 치유할 방법을 찾고 있는 이 세상을 창조했다'라고 말했다. 환경을 위한 패션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우리(인간)가 환경이다]라는 연결과 공존의 가치관을 따르고 있어야 한다. 기업인은 처음부터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인간만을 위한 계획이 아니라 환경과 하나 된 인간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시작해야 한다.


패션 브랜드 '오픈 플랜'의 이옥선 디자이너는  인간을 위한 브랜드가 아닌 자연과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파리의 패션 박람회에서 만난 튀니지 바이어가 제 이름의 의미에 대해 궁금해했습니다. 저는 그에게 제 이름은 '기름질 옥'자에 '베풀 선'자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저는 기름진 땅에서 거둔 좋은 것들을 주위와 나누며 살라는 뜻이라고 설명을 했어요. 그랬더니 그 바이어가 말했습니다. "네 이름의 의미는 네가 하는 일(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일) 그 자체구나!" 제 이름과 제 삶을 연결해서 처음 생각해 보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오픈 플랜'이란 단어는 뉴욕 출장 중에 들른 휘트니 뮤지엄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건축용어로 사용되는 개념인데 의미를 잘 몰랐던 당시에도 단어 자체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비교적 쉬운 두 단어로 이루어져 있고 긍정적인 여러 이야기를 이미 그 안에 가지고 있는 듯이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오픈 플랜'을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우리 브랜드의 이름으로 결정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오픈 플랜'을 시작할 당시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해 우리가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지, 혹은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막막했습니다. 그저 구해지지 않은 답을 핑계로 더 도망가지 않겠다고, '일단은' 시작해서 찾아보겠다고 결심하고 세상을 향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죠.


시간이 흘러 현재의 저는 과거의 저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잘 모르는 일들이 훨씬 많지만, 우리의 계획(plan)에 대해 마음을 열어 이야기(open)하는 것이 얼마나 적극적인 행동인지. 그것을 동력으로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열릴 수 있는지. 그러니 'OPEN PLAN'이 우리의 이름이고 'OPEN PLAN 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말이에요.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에 공감하시나요? 우리는 과거에 사과였고 강이었으며 미래의 비이자 바람입니다. 우리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연이라고도 불리는 이들 모두는 우리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이들이 끊임없이 우리에게 보내는 중요한 메시지에 대해 OPEN PLAN 하는 것(원하는 바(plan)를 알리는(open) 것)이 저의 이야기입니다."


브랜드 '오픈 플랜'과 디자이너 '이옥선'은 폴 호켄의 말대로 자연과 하나가 되어갔다. 브랜드 '오픈 플랜'은 브랜드 이름답게 자신의 비즈니스 계획을 고객에게 알리고 함께 함으로 그 이름처럼 된 것이다. 우리도 이옥선 디자이너를 인터뷰하기 전에 브랜드 '오픈 플랜'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호기심이 많았다. 왜냐하면 '오픈 플랜' 관련 자료에는 지금하고 있는 환경 브랜드 경영, 철학 그리고 이름에 관한 스토리가 노출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터뷰하기 전에 '오픈 플랜' 브랜드 네이밍 스토리를 상상했다. Plan의 어원은 평평하다는 뜻의 plane에서 나왔다. 평야Plain를 만들고 건물을 세운다는 뜻에서 '계획'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그래서 우리가 해석했던 Open Plan의 의미는 [인간이 자연에 대해서 비즈니스 담을 쌓지 말자. 혹은 인간의 패션쇼 커튼으로 자연 파괴의 실체를 감추지 말고 그대로 보여주자. 패션 비즈니스의 실체가 지구 쓰레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함께 계획을 세우자] 정도까지였다. 이처럼 브랜드 '오픈 플랜'은 자신의 철학을 Open Plan이라는 환경 메시지로 우리에게 말했고 우리는 그렇게 해석할 수 있었다.


'오픈플랜'은 전체 소재의 91%를 자연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 친환경 브랜드=브랜드 자체가 자연의 일부
패션 브랜드가 친환경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재활용 소재로 만든 특별한 상품보다 브랜드 자체가 자연의 일부가 되기 위한 '진짜' 계획을 보여주어야 한다. 앞으로 전지구적인 그린 뉴딜이라는 계획에서 자신도 환경 브랜드로서 위대한 쇼(?)를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상품에 환경 스토리를 각색하거나 인위적인 조작을 해서는 안된다. 상품에 에코와 그린이라는 이름을 넣을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이름은 '정의'가 아니라 '해석'이기 때문이다.  


로마 격언에 '노멘 에스트 오멘(Nomen est omen)'이라는 말이 있다. '이름에 운명이 있다(In name is destiny)'는 뜻이다.  이스라엘 왕 솔로몬은 자신의 저서인 전도서에서 '좋은 이름이 좋은 향수보다 낫고 죽는 날이 태어나는 날보다 낫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좋은 이름 그 자체로서 훌륭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 이름처럼 살아갈때 이름이 완성된다는 뜻이다. 마치 '오픈 플랜'이라는 단어가 건축용어이지만 환경 패션 브랜드의 이름으로 '오픈 플랜'이 되었을 때는 자연과 공존하는 이름과 행위로 바뀌는 것과 같다. 기름진 땅에서 거둔 것을 나누는 이름인 [이옥선]은 그 이름대로 [오픈 플랜]으로 자연이 된 것이다.  


◇ 스스로 '위대한 쇼'에 속지 말자.
우리가 만든 패션 상품의 최종 모습이 무엇인가? 우리가 만든 옷은 3년 뒤에 어디에 있을까? 그 옷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질문의 대답은 환경 전략이 아니라 생태계 철학이 필요하다. 그동안 기업이 환경 비즈니스에 관한 철학이 없었던 이유는 이웃을 자연의 일부와 인격체로 대하지 않고 소비자로만 보기 때문이다. 사람을 소비자로 규정하고 있는 마케팅 관련 책을 보면 인간을 타깃으로 설정하고, 반드시 물건을 사게 만드는 각종 광고, 홍보 그리고 판촉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비즈니스, 경영전략, 혁신 사례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인간을 인격체로 보지 않고, 자연을 생명의 근원지로 보지 않는다.


브랜드를 보면 이 기업이 소비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 명품 카피와 트렌드를 반영한 저렴한 가격의 브랜드는 자연을 파괴하면서 오직 사람의 소비 성감대만 찾아서 충동구매로 자극하는, 그런 비정상적 인격이 만든 제품이다. 브랜드를 만들면서 자연이라는 거울을 무시한 채 만드는 모든 브랜드는 인격체들이 만들지 않은 브랜드다.


따라서 물건을 사는 사람은 자신을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브랜드만 구매하면 시장은 자연의 자정 작용에 따라 달라지게 되어 있다. 경쟁사를 의식하지 않고 가치(생명)를 존중하면서 만든 브랜드, 자연에 대해서 책임과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브랜드, 오늘 구매한 브랜드가 미래 자연과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것이라는 확신으로 만든 브랜드, 구매한 사람이 타깃과 소비자가 아니라 옆집 이웃이라는 관계성을 의식해서 만든 브랜드를 구매하자는 무브먼트를 작동시킬 수 있다. 제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지만, 브랜드는 고객이 만든다. 좋은 브랜드는 좋은 고객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이것이 생태학적 비즈니스 구조이다.


좋은 브랜드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당신의 브랜드의 플랜을 자연과 고객에게 보여주어 동참시켜야 한다. 더 당신의 브랜드가 '소비'가 '응원'으로 바뀌어야 한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하지만 용기가 필요하다. 왜 당신의 브랜드가 인간과 자연을 위해서 존재해야 하는 계획을 보여주면 된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권민 객원 에디터 unitasbran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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