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근의 패션 브랜드의 AI 활용법> AI 실장님 디자인 컨펌해 주세요?!

2021-02-15 김해근 브래키츠 대표 hg.kim@brackets.solutions

‘스티치픽스’가 던진 화두…Self BI부터 실현할 때


2018년초 '타미힐피거'와 IBM 왓슨이 협력해 디자인한 결과물이 발표되었을 때 세계 패션계가 주목했다. 그 결과물에 흥분해 AI가 디자이너를 대신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점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 후로 3년이 흘렀지만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테스트 주행을 위해 도로를 달리고 있는 반면 패션 산업에서는 AI가 산업 생태계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패션 AI 영역은 그동안 정체되어 있었던 것일까? 아니, 그 반대다. 기획-생산-물류-리테일 등 패션 밸류 체인 전반에서 AI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추천 알고리즘 활용이 돋보인다. 추천이란 엄밀히 말하자면 개인화 추천(Per sonalized Recommendation)이다. 개인화 추천을 잘 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다량의 데이터(Big Data)를 수집해야 하고 각 개인별로 다른 추천 결과를 제시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하고 자동화되어야 한다. 즉 AI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인 것이다. 게다가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 관점에서도 구매 의사 결정 단계에 개입을 하게 되니 투자 대비 효과도 직관적이다.


당연히 성공 사례도 있다. 다 아는 얘기지만 바로 스티치픽스(Stitch Fix)다. 작년말 실적 서프라이즈로 주가도 폭등했다 하니 거품만은 아닌 것 같다. 스티치픽스가 성공한 비결은 뭘까? "기존 패션 사업에 데이터 과학을 접목한 것이 아니라, 데이터 과학 중심으로 패션 사업을 재정의하였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맞는 얘기다. 그래서 이들이 브랜드 론칭이 아니라 여성복 편집숍이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1000개(수십개가 아니라)가 넘는 브랜드를 끌어 모은 것이다.


여기서 브랜드를 전개하는 패션 회사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그럼 우리는 뭘 해야 하지? 자사가 가진 모든 브랜드를 총동원해서 개인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해도 AI를 활용했다는 실적은 되겠으나 파괴적 혁신에 다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AI를 활용하면 다음 시즌 트렌드 예측할 수 있지 않나요?" 이런 질문을 가끔 받는다. 하지만 현재 AI 기술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이게 질문으로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단기 목표가 된다면 조급한 것이다. AI가 가져올 큰 변화를 부정하자는 게 아니다. 그건 비전의 영역이지 오늘의 비즈니스 계획과 투자 계획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근차근 시작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몇가지만 짚어보자.


AI 개인화 추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제품 속성에 태깅이 정확해야 하고 마케팅 관점의 태깅까지 포함해야 한다


◇ 기술에 대한 이해 - AI는 만능이 아니다
자율주행차는 AI 기술을 자동차에 심으면 끝이지만 패션업은 옷에 AI 기술을 심는 게 아니다. 패션업은 기획부터 SCM,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프로세스 전반에 AI 기술 접목이 요구된다. 그러기에 AI 기술에 대한 전사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물론 높은 자리일수록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그 이해가 AI에 대한 찬사로 그쳐서는 안된다. AI에 대한 무조건적인 열광의 시간은 끝났다. AI 적용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영역과 시도 자체가 무모한 일은 얼추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다. 물론 앞으로 무모한 영역의 일이 점차 현실의 영역이 되어갈 것이지만 점프업이 매일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AI가 마케팅 용어와 세일즈 메세지로 남발되고 있는 이 때에 그 경계가 어디쯤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야 그것을 어떻게 비즈니스로 접목할 수 있는 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 AI 이전에 Self BI부터
데이터 없이 AI는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 회사 내부 데이터가 시작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가진 데이터의 양과 질이 장차 우리 회사 AI의 품질을 좌우할 것이다. 결국 우리가 가진 데이터의 양과 질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이 스스로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 결정하고 보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부족한 데이터가 무엇이고 표준화해야 할 데이터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부족한 데이터를 채우고 표준화해 나가는 것이 AI를 위한 첫걸음이며 이것이 데이터 기반 조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ERP, CRM, POS에 쌓여 있는 데이터조차 분석에 활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과거의 데이터웨어하우스와 EIS에 머물러서는 데이터 기반 조직을 만들 수 없다. 말단 MD라도 자기가 생각한 관점으로 IT 도움없이 판매 분석을 언제든지 해 볼 수 있는 툴과 환경이 필요하다. Self BI(Busin ess-Intelligence)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 스티치픽스가 우리 브랜드를 추천하게 만들기
BI를 열심히 한다고 저절로 AI가 되지는 않는다. BI를 통해 AI를 위한 포텐셜이 쌓이긴 하겠지만 결국 AI 그 자체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개별 브랜드 입장에서 AI를 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AI라는 것이 빅데이터(Big Data)가 있어야 하지만 패션 기업이 사내에 빅데이터란 것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외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는 수많은 AI 기술이 존재한다. 앞서 예로 든 스티치픽스가 대표적이다. 이런 말이 있다. "감성적인 마케팅은 충성스러운 인간을 만들 수 있지만 충성스러운 AI 엔진은 만들 수 없다." 편집숍의 AI가 우리 제품을 고객에게 추천하도록 만드는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결국 데이터다. 편집숍은 우리가 제공한 데이터를 활용한다. 그러자면 우리 제품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정확하고 풍부한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제품 속성에 태깅이 정확해야 하고 마케팅 관점의 태깅까지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태그들이 편집숍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까지 일관되게 배포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 AI 기반의 외부 서비스를 내부 업무에 활용할 수도 있다. 자사몰에서 외부의 추천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새로운 AI기반 서비스들이 출시되고 있는만큼 열심히 쇼핑을 해야 한다. 하지만 효용을 과장하는 경우가 많으니 AI 기술에 대한 안목이 필요하다.


◇ 새로운 시도는 별도 조직에서
더 확실히 앞서가고 싶다면 스티치픽스와 같은 도전이 필요하다. 패션의 문법을 바꾸는 새로운 시도 말이다. 이것은 기존 조직의 변화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바닥부터 새로 쌓아야 한다. 별도 법인에서 시작하든 최소 사내에서 별도 본부 정도로 독립적인 조직이어야 한다.


디자인부터 AI를 활용하는 AI 디자인 브랜드일수도 있고 AI가 MD를 수행하는 온라인 브랜드일수도 있겠다. 어떤 것이든 AI가 처음부터 끝까지 알아서 하는 모델일 필요는 없다. 스티치픽스도 5000명이 넘는 스타일리스트들이 최종 선택을 한다. AI가 만드는 차이가 작을지언정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거나 내부 프로세스를 충분히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큰 차이를 만들 것이다. 작은 차이를 만들 수 있는 AI기술들은 많다. 그것을 새로운 고객 경험으로 연결할 수 있는 패션과 시장에 대한 혜안이 부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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