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이커머스, 라스트마일 & 풀필먼트서 결판난다

2021-02-10 서재필 기자 sjp@fi.co.kr

에스엔패션그룹·브랜디…새벽배송으로 선제 공격
빅데이터·ERP 기반 풀필먼트 고도화 선행돼야


브랜디 동대문 풀필먼트 센터


패션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라스트 마일(Last Mile)' 배송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라스트 마일 배송은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배송지를 떠나 고객 앞에 도착하기 직전의 마지막 과정을 일컫는다. 라스트 마일 배송은 신선식품 중심으로 부각됐으며, 새벽배송까지 등장하는 결과를 낳았다. 스마트폰 진화로 쇼핑앱들이 고도화되고,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상품을 보다 빠르게 찾게 되면서 주문, 결제까지 리드타임이 크게 단축됐다. 하지만 여전히 배송까지는 기다림이 필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라스트 마일 배송은 패션산업에도 구매경험을 제공하는 핵심 가치로 떠올랐다.


라스트 마일 배송이 주목받는 이유는 빠른 배송이 소비자들에게 바로 사서 바로 입어볼 수 있는 오프라인 구매 경험과 비슷한 만족도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가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빠른 배송 니즈가 크게 증가했고, 코로나19로 비대면 온라인 구매가 중심 소비 문화로 정착한 것도 영향이 컸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소비자 구매 이력을 추적해 그 고객에게 구매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추천하는 것에 소비자들은 이미 익숙해지면서 구매까지 걸리는 시간은 이전보다 빨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이 상품이 고객들에게 전달되기까지는 빠르면 하루, 늦으면 2~3일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이를 줄일 수 있으면 소비자에게 브랜드 또는 기업의 로열티를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라스트 마일 배송은 패션 이커머스 시장에서 풀어야할 마지막 과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풀필먼트 인프라를 구축하고 물류 혁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나이키'가 나이키닷컴 회원들을 대상으로 오후 1시 전까지 결제 완료하면 오후 6시까지 상품을 배송하는 '오늘도착' 서비스를 실시했다. 앞서 쿠팡은 국내 최대 규모의 풀필먼트 인프라와 자체 배송 네트워크로 당일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 패션시장에서는 에스엔패션그룹과 브랜디가 배송 전쟁의 불을 붙였다. 에스엔패션그룹은 지난해 5월 마켓컬리와 손잡고 소호몰 최초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오후 9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7시까지 상품을 집 앞까지 배송한다. 보다 높은 구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라스트 마일 이전 퍼스트 마일부터 80% 디지털화를 완성시키면서 정확한 시간에 배송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브랜디도 비슷한 시기에 물류 스타트업 팀프레시와 손잡고 새벽배송 서비스 '하루배송'을 시작했다. 일반 새벽배송과 다른 점은 '당일 주문-당일 수령'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전 8시에 주문한다면 저녁 8시에 받아볼 수 있다. 이는 그간 패션기업들이 구현하지 못했던 '12시간'내 배송을 안착시켜 주목받고 있다.


서정민 브랜디 대표는 "이커머스는 속도가 생명이다. 기존 '느린 배송'에 지친 MZ세대들의 마음을 돌리고,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발 맞추기 위해서는 IT기술과 물류 인프라 구축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 브랜디, 데이터 입힌 정교한 배송 실현
브랜디는 새벽배송 실현하기 위해 2018년부터 매일 거래되는 수만 개의 상품 데이터를 수집하여 수요 예측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꾸준히 높여왔다. 1만2000 여 셀러들에게서 하루에 7000여개씩 쏟아지는 신상을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매일 수많은 고객에게 각기 다른 상품을 추천하고 그들의 구매 이력을 재추적한다. 또한 매일 입고되는 수만 가지 상품들을 용이하게 적재 및 분류할 수 있도록 동대문에 7272㎡(약 2200평) 규모의 동대문 풀필먼트 센터(통합물류센터)를 구축했다. 브랜디 동대문 풀필먼트 센터 내에서는 하루 평균 3만건의 배송 물량을 소화하고 있으며, 전체 물량의 20%를 선매입하고 4일 내 모든 재고를 소진한다.




소비자가 22시까지 상품을 선택하고 구매까지 완료하는 시점부터 브랜디 새벽배송의 퍼스트 마일이 시작된다. 전산시스템에 상품 결제 정보가 입력되면 풀필먼트 센터에서 23시까지 상품 피킹과 패킹 작업을 실시한다. 그 이후에는 써드파티인 팀프레시 TC(Transfer Center)까지 상품 입고를 완료시킨다. 본격적인 새벽배송은 다음날 2시부터가 시작이다. 분류된 물품마다 태그를 부착하고 배송 차량에 상차한 후 배송이 시작되고 7시 이전 소비자 집앞에 물건이 놓이게 된다. 이 때 하차한 물건은 배송을 끝낼 때마다 스캔을 통해 전산에 배송완료가 입력되고 구매 과정이 데이터로 남게 된다.


서정민 브랜디 대표는 "지난해 새벽배송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는데, 재구매 의사가 99.3%를 기록했고, 배송만족도는 97.5%를 기록할 정도로 대다수 소비자가 만족도를 나타냈다. MZ 소비자들의 니즈에 응답하기 위하 물류과 데이터 고도화에 아낌없이 투자해 패션배송 타임라인 단축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엔패션그룹 구로 물류센터

◇ 에스엔패션그룹, 퍼스트 마일부터 확실하게 잡았다
에스엔패션그룹은 80% 이상 자동화된 물류 인프라로 퍼스트 마일부터 효율적인 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구로 자체 물류센터는 완성도 높은 배송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박스 접는 기계, 자동 다리미, 옷 접는 기계, 바코드 부착 기계 등 자동화 설비들을 구비, 소호몰 시장에서는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기존 사람이 하는 일을 최소화하면서 남은 인력들을 검수에 투입시켰고 배송 직전까지 상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최근 5280㎡(1600평) 규모의 물류센터 공간을 30% 가량 확대했다. 이 곳에서 평균 1만건 이상의 물량을 소화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마켓컬리의 배송 인프라에 상품을 태우면서 새벽배송을 완성시켰다.




이 회사는 매일 소싱하는 2만여개 이상의 신상품들을 입고와 동시에 정확한 수량을 파악하고, 전산에 등록한다. 자체적으로 구축한 ERP 시스템을 통해 모든 아이템의 재고를 확인할 수 있으며, 소비자는 상품 재고만 있으면 어떤 아이템이든 당일 21시까지 결제만 완료하면 다음날 7시까지 원하는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새벽배송 주문이 들어오면 그 즉시 상품 분류와 패킹이 진행된다. 선택된 상품은 롤러를 통해 스팀다리미 기계를 거쳐, 비닐이 씌워지고, 옷접는 기계를 거쳐 반듯하게 접힌 후 패킹된다. 마지막으로 출고를 위한 집하장으로 옮겨지는 과정까지 모두 자동화로 진행되고 있으며, 24시 마켓컬리 물류 차량이 도착해 상차하기까지 2000여 박스 물량을 작업한다.  


에스엔패션그룹 관계자는 "단순 배송만을 시행하는 3자 물류에서 보다 높은 구매 만족도를 제공하기 위해 풀필먼트 구조를 갖추게 됐다. 고객들이 원하는 시간에 완성도 높은 상품을 보내는 것이 맞물려야만 라스트 마일 배송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지난해 여주에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하고 풀필먼트 인프라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 무신사-에이블리, 라스트 마일 경쟁 합류
무신사도 라스트 마일 배송에 뛰어든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여주에 66,115㎡(약 2만평) 규모의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했다. 앞서 2019년 물류 기업 비앤엠로지스를 인수하고 무신사로지스틱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더불어 온라인 솔루션 기업 엑스투소프트도 투자를 통해 관계사로 두고 디지털 작업을 진행하면서 풀필먼트 인프라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무신사는 3500여개 이상 브랜드가 입점해 있고, 지난해 거래액은 1조 4000억원에 달한다. 거대한 온라인 공룡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자체 물류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상품 배송이 브랜드마다 일정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꼽혔다. 하지만 통합 풀필먼트와 자체 로지스틱스를 갖추게 되면서 리딩 기업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무신사 관계자는 "더욱 체계적인 풀필먼트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도화 작업에 힘쓰고 있다. 입점 브랜드들이 소비자들 기억에 남는 구매경험을 제공하고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확실한 물류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블리 역시 입점사들을 위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풀필먼트를 통해 배송하는 경우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1~2일이 소요되지만, 셀러 자체 배송은 빠르면 2~3일, 늦으면 상품이 재입고될 때까지 배송예상 시간을 가늠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에이블리는 지난해 자체 풀필먼트 센터 리뉴얼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파트너스 입점사가 아닌 셀러스 입점사들의 물량을 전체 중 40%까지 끌어올렸다.


◇ 라스트 마일 핵심은 풀필먼트 인프라와 데이터 관리
패션 이커머스 관계자들은 라스트마일 배송은 풀필먼트 인프라와 빅데이터 활용에서 경쟁력이 결정된다고 말한다. 풀필먼트는 물류 전문기업이 배송상품을 위탁받아 보관, 포장, 배송, 재고관리, CS까지 물류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대행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입점 브랜드들의 판매와 배송이 원활해야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 기업들에게 풀필먼트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주문한 상품이 물류창고를 거쳐 고객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자동화된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많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아이템에 대한 수요를 예측하고 안정적인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도움도 필요하다. 빅데이터는 여러 소비자들의 구매 내역이 쌓이면서 소비자 구매 빅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여기서 인기 카테고리와 키워드, 아이템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ERP는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기업 전체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 및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ERP와 RFID를 연동해 효율적인 재고관리는 풀필먼트에 힘을 더해준다. 매장이나 물류 창고에서 재고가 부족한 아이템은 즉각 거래처와 생산공장에 주문 발주를 넣어 빠르게 재생산에 돌입할 수 있다. 반면 재고가 남는 아이템은 새로운 판매 전략을 기획해 처리한다. 또한 상품들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등의 배송 추적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차질 없이 라스트 마일 배송까지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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