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로 디자인하고 VR로 쇼핑한다

2021-02-10 황연희 기자 yuni@fi.co.kr

버추얼 샘플링에서 디지털 콘텐츠까지 화려한 가상 세계


여성복 A업체, 지난 3년 동안 샘플 제작을 위해 구입한 오리지널 샘플만 수천만원대로 쌓여있고, 메인 상품에 선택받지 못한 개발 샘플만도 수백장이다. 정기적으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패밀리세일을 진행하지만 불필요한 비용 발생을 막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무엇보다 발 빠르게 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데 매월 기획 모델 수의 2~3배에 달하는 샘플을 제작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고 있다.


친환경 패션 위크로 특화시킨 '헬싱키패션위크(HFW)'는 지난해 7월 진정한 디지털 패션 위크를 개최했다. 일반적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온라인으로 송출하는 방법으로 디지털 패션 위크를 개최하는 것과 달리 3D 콘텐츠로 디자인을 제작,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한 '찐' 디지털 패션 위크였다. 디자이너의 의상, 모델들을 디지털화해 디지털 공간 속에서 패션쇼를 진행한 것으로 이것이 새로운 친환경 패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도한 것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가상스크린 터치처럼 버추얼 샘플링, 버추얼 화보, 버추얼 스토어 등을 VR 기술로 즐길 수 있다


서스테이너블 패션을 위한 디지털 혁신 중 패션 디자인, 기획 단계에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3D 디자인, 버추얼 샘플링이다. 내수 패션 브랜드는 물론 해외 시장을 타겟으로 홀세일 비즈니스를 하는 브랜드들도 필요 이상의 샘플을 제작, 그 중에서 상당 수는 세상에 빛을 발하지 못하고 사장되어야 하는 운명이다.


현재 디자인 샘플링 수가 가장 많은 여성복의 경우 평균적으로 2배 이상의 샘플을 개발한다. 이 중 약 40~50%는 시즌 기획으로 선택되지 못하는 샘플들이다. 사장될 수밖에 없는 샘플 기획을 위해서 원단, 샘플 제작비는 물론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이 가상 샘플(Virtual Sample)이다. 


'헬싱키패션위크'에 참가한 'Patrick Mcdowell'의 디지털 패션 컬렉션

◇ 샘플 리드 타임 대폭 축소
글로벌 기업에서 비롯된 3D CLO, 옵티텍스, 브라우즈웨어를 활용한 버추얼 샘플 제작이 국내에서도 일반화되고 있다. 버추얼 샘플 제작 프로그램 중 대표적인 3D CLO는 가상 샘플 제작 기술의 발달로 비용 및 자원 절감은 물론 혁신적인 리드 타임의 단축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한다. 클로버추얼패션은 3D CLO 샘플과 실제 샘플의 차이가 거의 없으며 실시간 동기화로 디자인 변형이 용이한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김광일 클로버추얼패션 부사장은 "CLO는 무엇보다 '리드타임'의 혁신이 강점으로 기존 샘플 리드 타임이 평균 37일로 이 중 샘플 채택 비율은 15%에 불과한 반면(6개월 동안 디자인 기획 단계에서 CLO를 사용한 M사 기준), 3D CLO 샘플 리드 타임은 27시간, 샘플 채택 비율은 55%로 물리적 샘플보다 4배 가까운 수치다"며 "또 커뮤니케이션, 품질 및 효율성, 이커머스 마케팅은 물론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시너지효과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다. 3D CLO는 글로벌 섬유 기관 및 조합들과 제휴를 통해 최대의 원단 물성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 소재의 물성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고 심지, 심테이프, 다림질 같은 후처리 공정까지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다. 또 의류 샘플 제작뿐만 아니라 가상의 매장 디스플레이, 매거진 화보 등 더욱 창의적인 활용까지 가능해졌다.


글로벌 수출 기업 세아상역은 현재 글로벌 기업들과 물리적 샘플 작업도 진행하고 있지만 가상 샘플 작업 비중을 원하는 곳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지난해 처음 3D팀을 신설했는데 올해부터 팀명을 버추얼 테크니컬 디자인팀으로 변경했고 팀원 수도 14명으로 늘렸다.


최예나 세아상역 버추얼 테크니컬 디자인 팀장은 "3D 버추얼 샘플을 사용한 이후 바이어들과 실시간으로 체크가 가능하고 수정사항 등도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 시간, 비용 등 물리적으로 많은 이점이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코로나19 이후로 활용 범위를 빠르게 넓히고 있어 국내 패션산업에서도 이를 적극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D3D(대표 하지태)는 3D 패턴 연구소로 3D 가상의상, 패턴, 샘플, 생산 등의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아상역, 한세실업, 한솔, 리무역 등 글로벌 수출 기업은 물론 삼성물산 등 패션 대기업, 디자이너 브랜드 등 다양한 기업이 D3D에 3D 샘플 의뢰를 하고 있다.


하지태 D3D 대표는 "기존에는 반복되는 샘플 수정 작업으로 의사 결정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3D 가상 샘플을 통해 즉각적으로 수정 및 반영이 가능해 불필요한 샘플링을 위한 원부자재 및 시간 낭비가 줄어든 것이 큰 변화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오프라인 매장 닫고, 가상 매장은 열고!
백화점 폐점, 오프라인 매장 셧다운, 오프라인 브랜드의 온라인 전환 등은 결국 오프라인 매장의 축소와 직결된다. 오프라인 매장이 줄지 않았다고 해도 소비자들의 외출 자제로 오프라인 매장 유입률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최근 패션 업계에서는 매장 방문을 할 수 없는 고객들이 옷을 착장해보고 매장 환경과 동일한 공간에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가상 스토어 오픈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앤더슨벨'이 청담 플래그십스토어의 가상 스토어를, '펜디'가 갤러리아 명품관과 동일한 가상 스토어를 오픈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섬의 '시스템', 더블유디씨레이블이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의 버추얼 스토어를 공개했다. 더블유디씨레이블은 편집숍 외에도 스니커즈 브랜드 '니커보커'의 3D 증강현실(AR)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달 중순 선보일 예정이다.


'투미'에서도 2021년 춘하시즌 컬렉션 론칭과 함께 가상매장 '투미고즈버추얼'을 소개했다. 해당 가상 매장은 아시아 태평양 및 중동 지역에서 독점 공개될 예정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맞게 리테일 서비스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3D 및 증강현실을 통해 실제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보는 것과 유사한 입체감과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펜디' '시스템' '더블유디씨레이블'의 가상 스토어는 패스커(대표 최현석)가 제작했다. 패스커는 AR, VR 기술을 활용해 가상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디지털 게임 모듈을 활용해 버추얼 3D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다양한 콘텐츠 확장으로 연결해주고 있으며, AR 룩북, 가상스토어까지 발전시켜 나갔다.


최현석 패스커 대표는 "지난해 11월 AK타운, AK플라자 분당점에서 '시리얼 패션 위크' 행사를 개최했다. 3D, VR 기술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가상 피팅 서비스를 제공한 이벤트였다. 이를 통한 구매 전환율이 20.1%를 기록해 3D 가상 기술이 구매 전환과 상당한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에는 가상스토어 개발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식스'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세계 교역이 힘들어지자 VR로 뉴 시즌 프리젠테이션을 재현하고 신제품 Metaracer, Metasprint, Metarise를 공개했다. Oculus Quest 헤드셋을 바이어들에게 배송하고 홀로그램 쇼를 진행, 전체 주문의 90%를 디지털 방식으로 수용할 수 있었다.


◇ 가상의 디지털 마케팅 콘텐츠
가상의 세계는 제품 개발, 매장 운영에만 적용되지 않았다. 고객들과 소통하는 방법에서 가상의 디지털 콘텐츠가 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D2C 거래의 상당 부분이 이커머스로 옮겨 탄 상황에서 고객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쇼핑몰 내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 디지털 콘텐츠 접목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 대표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3D 디지털 콘텐츠다. '디스이즈네버댓'은 이번 봄시즌 증강 현실을 활용한 패션 필름을 제작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모델들의 착장 이미지를 360도 회전하는 디지털 기술로 선보여 고객들이 흥미를 자아냈다.


3D 디지털 트윈 모델로 제작된 '데상트' 에너자이트 GT

'데상트'는 지난해 반발력이 우수한 러닝화 에너자이트 GT 제품의 특성을 어필하기 위해 3D 디지털 모델을 개발, 이를 이커머스 및 SNS 마케팅 소스로 활용했으며 '네파'는 현재 자사몰의 모든 제품을 3D 디지털 모델로 선보이고 있다.


'리복'은 지난해 퓨리 부스트 출시에 맞춰 패스커 플랫폼에서 Fury Boost Challenge Event를 진행했다. 퓨리 부스트 모델을 3D 디지털 모델로 개발해 AR 카메라를 활용해 자신의 개성넘치는 스타일링을 완성하는 것이다. 가상으로 퓨리 부스트를 크게 신어볼 수도, 손에 떠받치거나, 신발 속에 들어간 장면을 연출하는 등 아이디어가 넘치는 인스타피드들이 올라왔다.


오르빗뷰로 촬영한 '스톤아일랜드' 360뷰



이처럼 3D 360도 콘텐츠 제작을 돕는 솔루션 기업으로는 오르빗뷰, 패스커, 브리즘 등이 있다. 오르빗뷰코리아는 폴란드의 360도 촬영 장비인 '오르빗뷰'를 국내 도입해 보급화에 앞정서고 있으며 패스커는 웹매거진으로 AR, VR 기술을 활용한 3D 콘텐츠를 B2B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상스토어 개발에 대한 문의가 급증했다.


브리즘(대표 김민중)은 자동화 프로세스를 통한 초실감 3D 스캔 솔루션 스타트업이다. 3D 스캐닝 기술을 활용해 제품의 3D 콘텐츠인 '3D 디지털 트윈' 모델을 만들어 주고 있으며 이를 이커머스 플랫폼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데이터 최적화 작업을 돕는다. 또 생성된 3D 콘텐츠를 이커머스, 마케팅, 비주얼 머천다이징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원소스 멀티유즈'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해주고 있다. 이외에도 상세페이지 제품 이미지, 디지털 동영상, 버추얼 스튜디오, 리얼뷰 등의 기능이 가능하다. 먼저 신발, 가방 등 잡화 아이템에 적용해 '휠라' '데상트' '네파' '컬럼비아' '뉴발란스' 등 스포츠, 아웃도어 기업들이 의뢰하고 있으며 올 봄부터 의류 아이템의 3D 디지털 트윈 모델도 개발할 계획이다.


디지털 3D 콘텐츠는 이커머스 쇼핑의 더욱 풍부한 경험을 위해, 고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구매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식스'의 VR 뉴시즌 프리젠테이션





 



황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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