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웨어 마켓,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2018-04-17이아람 기자 lar@fi.co.kr
메이저 가세로 유명 연예인 & TV 노출 경쟁 치열

A급 점주 모시기 경쟁까지…출혈경쟁 우려

# 최근 론칭한 골프웨어 A브랜드는 올 한해 200억원에 달하는 투자 비용을 책정했다. 스타마케팅을 위한 모델료와 광고 집행비가 50~60억원, 선수 스폰서십과 골프단 창단에 30억원을 책정했다. 또 첫해 빠른 볼륨화를 위해 60개 유통계획을 설정했고, 이에 따라 추동 물량 생산비용까지 60억원을 투입한다. 여기에 노면 상권을 공략하기 위해 핵심 점포 인테리어 지원 비용을 별도로 마련하자 200억원이 쉽게 넘어갔다.




골프웨어 시장에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지난 몇 년간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온 골프웨어 시장 흐름을 잡기 위한 기업간의 경쟁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아웃도어나 패션 중견 기업들이 시장에 속속 진출하며 새로운 마켓 형성을 준비하고 있고 기존 골프웨어 브랜드들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기업들간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곳은 노면상권이다. 기존 볼륨 브랜드부터 백화점에서 잔뼈가 굵은 기존 브랜드까지 모두가 대형유통 보다 노면상권을 1차 공략지로 삼은 까닭이다. 특히 대리점 개설을 위한 인지도 확보, 보조금, 판매 지원 정책 등을 실시하면서 많게는 100억원대가 넘는 마케팅 비용을 책정한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한마디로 주요 노면상권 확보를 위한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 같은 과다 경쟁 배경에는 그나마 노면상권 유통이 ‘남는 장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 복종에 걸쳐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골프웨어는 유일하게 성장 곡선을 달리고 있고, 침체 국면을 맞고 있는 아웃도어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의 주 구매 고객인 40~60대 어덜트 고객의 구매 패턴이 아직은 온라인 유통과 거리가 있고, 대부분 중소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메이저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투입할 경우 빠르게 안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 브랜드 경영자는 “호시절에는 캐주얼과 아웃도어 점주들이 매장 확보를 위해 투자를 했지만, 요즘같은 침체기에는 본사가 핵심 매장 확보를 위해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한정된 상권에 위치한 유력 매장을 뺏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일반 소비자뿐 만 아니라 점주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에 힘을 싣고 있고, 이는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마케팅 비용은 매년 20% 내외의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판촉 및 매장 지원 등을 제외한 광고 선전비가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10% 내외를 넘나들 정도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는 브랜드도 생겨나고 있다.


아웃도어 파워, 글로벌 소싱 앞세워 여세몰이
올 봄 출시한 ‘힐클릭’ ‘톨비스트’ ‘테일러메이드 어패럴’ 등 주요 브랜드는 이미 과감한 투자 결정 속에 여세를 몰고 있다.

블랙야크의 ‘힐크릭’은 배우 한예슬을 앞세워 70~80억이라는 대규모 금액을 책정했다. TV CF 방영 등 과거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엄두도 내지 못했던 마케팅 툴을 내세워 초기 인지도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특히 상반기에만 5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투여해 자금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아웃도어 ‘블랙야크’가 지닌 인적, 물적 인프라를 총 동원해 빠르게 볼륨화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총 60여개 매장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세아상역의 계열사인 S&A의 ‘톨비스트’ 역시 대대적인 투자를 결정했다. 고준희 씨를 광고 모델로 선정하고 TV CF와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세계랭킹 3위 유소연 프로, 유망주로 꼽히는 이혜정·박단비 프로와 후원 계약을 체결하며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유통망은 10여 개를 구축한 가운데 연내 60개 매장 구축을 목표로 정했다.

기존 브랜드 중에는 ‘와이드앵글’이 과감한 투자로 안착한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4년 론칭한 ‘와이드앵글’은 ‘케이투’, ‘아이더’ 등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론칭 첫해 부터 100억원 이라는 대규모 광고 선전비 비용을 투자했다. 대부분의 골프웨어 브랜드가 10~20억 내외의 광고 선전비를 지급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막대한 금액이다. 특히 지난해까지 연평균 1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출하며 4년간 4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투여됐다. 현재는 1천억대 볼륨을 넘어서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론칭한 ‘까스텔바작’도 만만찮다. 론칭 이후 매년 40~60억원 가량의 마케팅 투자를 병행하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까스텔바쟉’은 신선한 제품과 마케팅이 결합되어 론칭 3년만에 1000억 가까운 브랜드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또 신한코리아의 ‘제이디엑스’도 활발한 마케팅 비용 투자에 적극적이다. ‘제이디엑스’는 마케팅 비용으로 만 매년 90억원 이상을 할애하고 있다. ‘캘러웨이’ ‘레노마골프’, 등을 전개하는 한성에프아이도 지난해 65억 가량의 광고 선전 비용으로 만 지출됐다. 골프 대형사 중 하나로 꼽히는 크리스에프앤씨는 4개 브랜드에서 60억원이 지출됐다.   


무리한 투자로 시장 단명 우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대부분의 골프웨어 기업들은 포화상태와 출혈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몇 년 사이 20여 개 브랜드가 대거 유입되는 등 신생브랜드가 출현하면서 밥그릇 싸움이 치열해진데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따라서 중하위권 브랜드들은 마케팅비 부담이 가중되는 것에 대해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상위권이나 신규 업체들이 대규모 자금 투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마케팅 전쟁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혜진 크리스에프앤씨 이사는 “불과 3~4년 전에 비해 20~30%가량의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간 출혈 마케팅 전쟁은 모든 제반 비용이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신규 브랜드들이 차별화된 컨텐츠 마케팅이 아닌 기존 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자금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쩐의 전쟁’은 과다 지출로 이어지고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가 부담을 떠안는 악순환의 연속이 발목을 잡게 된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골프웨어 시장이 포화 상태를 넘어 섰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고기능, 고가격 복종으로 꼽혔던 골프웨어는 현재 외형은 커졌을지 모르지만 수익 구조는 악화된 곳이 적지 않다.

즉 골프웨어 시장이 과열을 넘어 레드오션이 되었고, 과거 8조원에 육박하며 호시절을 누렸던 아웃도어 시장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물론 쩐의 전쟁 시대 개막이 골프웨어 시장의 지속 성장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한정된 시장 파이를 놓고 치열하게 벌이는 경쟁은 불가피하고, 경쟁을 통해 살아남거나 도태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는 시장이 현재 자금의 경쟁이 아닌 본연의 아이덴티티와 상품기획 퍼포먼스로 진검 승부를 해야하는 질적 성장으로 전환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관련 기업 관계자는 “이젠 기업들이 외형 키우기에 집착하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라며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세우고, 품질력 향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아웃도어 시장의 전철을 밟지 않고 골프웨어의 지속성장을 위한 최선의 길은 외적 요인보다는 내부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