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지털 세상에 매료되다
2009-10-23예정현 기자 




패션계가 디지털에 흠뻑 빠졌다. 아르마니, 돌체&가바나, 다이앤폰스텐버그, 디올 등이 현대인의 필수품, 핸드폰 디자인에 나서고 샤넬과 디올, 알렉산더맥퀸이 인터넷을 통한 광고 캠페인을 펼치는가 하면 일찌감치 아이팟 박스를 선보였던 펜디에 이어 샤넬은 올 파리패션주간에 핫 디지털 기기 블랙베리를 위한 디자이너 케이스를 론칭하며 21세기의 핫 스타, 디지털 세계를 패션으로 끌어왔다.

또한 알렉산더맥퀸, 버버리, 돌체&가바나 등 그들의 런웨이 모습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했고 마크제이콥스는 런웨이 프론트로에 13살짜리 블로거를 내세우는 등 패션계는 아이디어의 창고로, 또한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방편으로 디지털 시대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테크놀로지가 패션과 만나는 방법

패션과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조우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첫 번째는 테크놀로지의 딱딱한 면을 보완하고 예술적 미감을 덧붙이기 위해 패션 디자이너와 제휴, 제품의 차별성을 더하는 방식으로 삼성+아르마니, 삼성+다이앤폰퍼스텐버그, 삼성+안나수이, LG+프라다, 모토롤라+돌체&가바나, ModeLabs Group+디올 핸드폰 등이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일종의 이벤트성 마케팅 전략으로 진행되었던 디자이너 핸드폰은 패션과 테크놀로지의 시너지 현상이 일궈낸 독특한 심미안이 어필하면서, 일시적 유행이 아닌 필연적 만남으로 시장 점유율이 급속히 증가했다.

2011년쯤에는 글로벌 핸드폰 시장의 20%가 비전문 핸드폰 업체, 즉 패션 디자이너나 패션 하우스의 제품이 될 것으로 전망될 정도다. 실제로 스위스 시계업체 태그호이어(Tag Heuer)는 시계 업계 최초로 핸드폰 시장에 뛰어들었고, 데님 업체 리바이스, 이탈리아 레더 브랜드, 만나디라덕, 스와롭스키도 핸드폰을 론칭하며 디지털 테크놀로지 시장을 패션계의 영역으로 옮겨오는 분위기.

어찌 보면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패션 업계가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부문으로 세력을 펼칠 수 있는 길을 터준 고마운 존재로 어패럴과 액세서리 혹은, 홈퍼니싱 정도에 한정되어있던 패션 디자이너의 파워는 이제 핸드폰과 생활 가전 등 테크놀로지 분야까지 폭넓은 세력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패션이 만나는 두 번 째 방식은 패션 디자이너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크리에이티비티이 워넌으로 혹은 런웨이 무대나 시장 개척의 수단으로 접목되는 현상이다. 즉 온라인 상거래나 모바일 상거래를 통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제품을 유통시키고,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소비자의 소통하며 욕구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힘 덕분이다.

실제로 알렉산더맥퀸이나 샤넬, 디올 등이 인터넷을 통한 광고 전략을 펼치고 각종 블러그나 페이스북에 패션 브랜드에 대한 세세한 정보가 교류되는가 하면 버버리가 일종의 팬 카페라 할 수 있는 쇼셜 네트워킹 사이트 artofthetrench.com를 론칭해 소비자를 모으고 있는 것도 결국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열어준 디지털 고속도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간단히 말해서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패션계의 행동반경을 넓혀준 고마운 선물인 셈이다.



런웨이를 살피는 디지털의 눈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런웨이와 연계시킨 대표적 디자이너는 알렉산더맥퀸이다. 그는 두 대의 거대한 로봇을 동원 런웨이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관람석 뒤쪽 구석까지 쇼의 이미지를 전달했고 인터넷 사용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레이디가가의 신곡, Bad Romance를 배경으로 한 그의 드라마틱한 런웨이를 실시간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일찌감치 트위터 광풍에 동참, 온라인 사용자와 친숙한 접근의 장을 만든 그는 또한 디지털 패턴의 미니크리놀린, 크랩 모양의 울트라 하이힐에서 보듯 테크노적인 요소를 크리에이티비에 적극 반영했고 레이디 가가 특유의 테크노 솔과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접목한 패션 무대를 구성해 앞서가는 느낌이 물씬했다.

이번 파리 패션 주간에 가장 인상적인 무대로 꼽히는 맥퀸의 런웨이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스테이지 구성에 일가견이 있는 SHOW studio가 만들어 낸 작품. 또한 온란으로 생준계한 맥퀸의 패션쇼를 지켜본 사람들이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통해 이미지를 전달하는 등 온라인을 통해 그의 런웨이 무대를 보는 사람들의 숫자가 4천명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런웨이 무대를 참관한 기자들의 사진과 기사, 혹은 영상 정도가 디자이너와 소비자를 연계시키는 장치였다면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런웨이가 프레스와 버이어 뿐 아니라 그의 패션에 관심이 많은 수많은 잠재적 소비자에게 접촉의 문을 열어준 효과적이고 민주적인 만남의 장을 제공한 셈.

흥미로운 점은 구찌그룹이 디지털의 패션 도입을 긍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찌그룹의 최고경영자 로버트폴렛은 알렉산더맥퀸이 산하 레벨 중 가장 테크노 지향적인 브랜드라고 밝히며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통해 온라인 소비자들과 양방향 소통하는 것이 브랜드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평소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한 팔리는 제품’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그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사회적 변화의 핵심이자 패션계의 변혁을 이끄는 이슈로 시장의 성공을 위해서도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피할 수 없는 의무라고 주장한다.



M-커머스, 새로운 유통 수단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모바일 상거래(M-commerce) 또한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가능케 한 패션계의 변화 중 하나다. 모바일 상거래는 현대인의 필수품, 핸드폰 통신 서비스를 활용한 전자 상거래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한 전자 상거래를 말한다.

즉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핸드폰을 사용, 온라인에 접속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특히 디지털과 친숙한 일본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어 2006년 초 일본의 모바일 상거래는 26억 달러에 달한다. 또한 온라인 구매자의 1/4이 컴퓨터가 아닌 핸드폰을 통해 인터넷에 접근,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나 모바일 상거래는 온라인 매출을 촉진하는 장치로서 매력이 높다. 실제로 랄프로렌은 지난해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 모바일 상거래를 시작, 디지털 세대들과 본격적인 소통을 시작했다.

이밖에 감각적인 진 하우스 디젤(Diesel)은 2007년 온라인 럭셔리 쇼핑몰 육스(YOOX)에 3차원적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온라인 플래그십 Diesel Style Lounge을 오픈했고 2007년에는 인터넷을 통해 비치웨어 컬렉션을 론칭하는 등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수 패션 하우스들이 온라인 광고를 외면하던 시절에도 젊은 층을 타깃으로 쌍방향 게임 같은 흥미로운 광고 캠페인을 펼치며 네티즌을 ‘고객 타깃’에 포섭시킨 디젤은 2008년 Pitti Umo 패션 주간에는 홀로그래픽 모델이 등장하는 멀티 미디어 캣워크를 펼쳐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런웨이의 접목을 실험하는 등 디지털 테크놀로지 수용에 적극적이다.



경계가 허물어질 때

미국과 유럽에서 동시에 문을 연 디젤 온라인 플래그십 숍은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특수 효과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차용, 3D 모델이 제품의 소재부터 움직일 때의 실루엣, 그리고 실제로 옷을 입었을 때 어떤 핏이 나오는지를 보다 사실적으로 제공한다. 이 같은 방식은 평면적인 2D 사진을 내세웠던 이전의 온라인 쇼핑몰보다 한층 발전된 것으로 효율적 구매를 위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테크놀로지는 패션의 손을 잡고 따뜻하고 화사하게 데워지고, 패션계는 새로운 유통 미 마케팅 창구를 얻게 되었으니 표면적 이질성과 달리 패션과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참으로 매력적인 환상의 짝꿍이라 할 수 있다. 핸드폰과 mp3, 노트북이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비를 통해 패션 액세서리로 재탄생된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