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모 대기업 회장의 비서가 고훈 사장을 찾아와 품에서 커다란 모자를 꺼냈다. 그는 “가격은 상관없으니 샘플과 동일한 크기의 모자를 제작해 달라”고 말했다. 얼마뒤 고훈 사장은 회장의 머리에 맞는 모자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쌈지길 인사동에 매장을 내 운영하고 있는 고훈 「모굴」 사장은 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크게 웃었다. 고훈사장은 “우리 매장은 맞춤이 가능해요 100% 핸드메이드거든요”라고 말했다.
‘모자 소굴’이라는 뜻을 가진 「모굴」은 디자이너의 정성 가득한 핸드메이드 제품과 유럽과 일본에서 수입한 상품들로 구성된 모자전문 편집숍이다.수입상품가격은 4만원~7만원선이고 핸드메이드는 6~7만원선이다. 특별제작상품은 20만원선.
주로 스트리트 캐주얼 스타일의 모자가 많아 연예인을 비롯해 300명 이상의 마니아층이 가게를 찾는다. 매장안에서 헌팅캡을 쓰고 있는 고 사장은 30대 후반인데도 20대의 젊은 오빠 같아 보였다. 그는 “모자 때문에 젊어보이는 것”이라며 “모자는 자기 개성을 잘 들어낼 수 있는 아이콘이며 스타일을 360도 변신시켜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만족하지 못한 고 사장은 지난 99년 일본으로 건너가 패션을 공부하면서부터 모자에 매료됐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스타일리스트였던 부인 유희정씨와 함께 모자 사업을 시작했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 소재고르기,사입,디자인,제작 모두 솜씨 좋은 고 사장 부부가 직접 직원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고훈 사장은 “모자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아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만들고 있다”며“우리 모자는 자연스러운 형태를 추구한다 챙부분에 딱딱한 심을 빼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나오도록 패턴을 하고 재봉을 한다”고 설명했다. 쌈지길 매장에서 만난 한 20대 고객은 “이 매장에 오면 이것저것 써보느라 정신이 없다. 원래 모자가 안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사장님이 권해주시는 스타일을 쓰면 이상하게도 정말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조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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