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심겨울 기자 sku@) |
최근 유통가에서는 사입형 SPA 브랜드가 각광을 받고 있다. 언제가도 새로운 상품을 만나볼 수 있을 정도로 상품 회전력이 빠르며 가격 또한 저렴해 불경기에도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유통가의 섭외 1순위 테넌트로 꼽히고 있다. TMT트렌드의 ‘더끌리지’는 이런 사입형 SPA 바람의 물꼬를 튼 장본인이다.
“‘더끌리지’를 론칭한 지 벌써 12년이 됐네요. 초기에는 패션계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았어요. 뭔지 정체 모를 매장이 들어섰는데 손님이 바글거려 밤 10시가 넘어도 문을 못닫으니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았던 거죠. 영등포점에서는 주변 상인들이 몰려와 ‘땡처리 가게는 물러가라’고 시위를 하기도 했고, 명동점에는 수많은 패션 MD들이 시찰을 나와 비결을 캐내려고 했다니까요.”
과연 그 비법이 뭘까. 안재범 TMT트렌드 대표가 싱긋 웃어보이며 살짝 귀뜸을 해줬다. 상품 선별 과정을 시스템화 해뒀다는 것. 마치 빌보드차트처럼 소비자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둔 뒤 잘 나가는 것은 물량을 많이 투입하고 인기 없는 아이템은 뺀다. 일주일에 들어오는 신상품만 200개 스타일이니 상품 교체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안 대표는 지난해부터 이렇게 잘 나가던 ‘더끌리지’의 유통망 수를 줄여 나갔다. 비효율 매장을 정리하고 신규 브랜드 ‘라운지그레이’ 론칭에 몰두했던 것.
“현재 제도권 유통망에서 사입형 SPA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힐 거라 내다보고 있어요. 비슷한 형태의 브랜드도 워낙 많은데다 오너의 손길이 직접 닿지 않는 매장은 매출이 뒤쳐지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을 하게 됐습니다.”
안 대표가 택한 것은 제조형 브랜드다. 지난 3월 론칭한 ‘라운지그레이’는 고퀄리티와 감도 높은 디자인으로 옷을 좋아하는 까다로운 입맛의 소비자들까지 만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모한 짓이 아니냐는 질타도 있었습니다. 재고 부담이 사업의 운명을 좌우할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내 마음을 판다’는 생각으로 양질의 상품을 제공하면 소비자들이 알아주실 거라 믿고 있습니다.”
안 대표의 진심은 벌써 통했는 지도 모르겠다. ‘라운지그레이’는 높은 재구매율을 기록하며 매출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론칭 후 6개월간 14번이나 방문해 구매를 한 열혈 고객이 있을 정도다. 현재 논현점, 영등포점, 명일동점, 건대점 등 4개 매장을 확보한 ‘라운지그레이’는 내달 롯데백화점 본점 팝업 스토어를 통해 제도권 유통에서의 가능성까지 테스트해 볼 계획이다.
'라운지그레이' |
최은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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