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인사이트>는 지난 1월 창간 22주년을 기념해 【K패션, 디지털·콘텐츠 혁신으로 생태적 지위 구축한다】를 주제로 특집을 발행했습니다. 최근 패션산업의 화두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변화를 주도했고, 패션기업도 편승해 성장하기도 했지만 플랫폼 기업의 가파른 스케일업에 비해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최근 B2C 플랫폼은 네이버, 카카오, 신세계 등 메이저 기업들까지 뛰어들면서 소위 '쩐의 전쟁'으로 상황이 바뀌었고, 이후 생태적 지위를 갖춘 콘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됐습니다. 대명화학이 일찌감치 브랜드 에그리게이터 BM을 공격적으로 추진했고, 무신사와 브랜디 같은 플랫폼들도 팔을 걷어붙이면서 콘텐츠 전성시대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디지털 생태계 시대 '콘텐츠'는 엄청난 숫자에 비해 지속가능성이 의문시 됐습니다.
진입장벽이 낮았던 이유로 우후죽순처럼 시작했지만, 반짝 스타가 대부분이고 이들 역시 비슷한 이미지로 변별력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일정 규모로 성장한 이후에도 미래가 불투명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영자 철학과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한 브랜딩 작업이 선행돼야 하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 탓에 쉽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코로나와 함께 닥쳐온 공급대란은 자칫 경영악화로 이어지기 일쑤였습니다.
<패션인사이트>의 이번 【브랜드 시그니처】는 이처럼 생태적 지위를 구축하고자 고민하는 패션기업과 고민을 함께 나누기 위해 기획했습니다. 콘텐츠의 생태적 지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비롯 ◇구성원들의 공통된 철학 ◇고객과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스토리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커뮤니티와 팬덤 ◇아이덴티티에서 비롯된 BI와 디자인 아카이브 등이 뒷받침되야 하고, 이를 시장과 고객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진정성과 지속성이 핵심이라는 것이 이번 특집의 일관된 메시지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브랜드 '시그니처'라고 생각합니다.

◇ 메타버스 시대도 콘텐츠 파워는 '시그니처'에서 출발
요즘 디지털 생태계에서 메타버스와 NFT가 이슈입니다. 약 1만개의 지루한 표정의 원숭이 캐릭터 NFT인 'BAYC'는 최근 4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국내에서도 '메타콩즈' NFT가 오픈씨 클레이튼 마켓에서 1위로 등극하는 등 연일 이슈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패션에서는 F&F가 메타버스 타겟의 브랜드를 출시했고, 한섬 삼성 LF 등은 자체 SNS 미디어 채널에 최적화된 스토리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 커버낫과 같은 스트릿 브랜드는 제페토에 홍보관을 오픈하는 등 기업별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디지털 생태계에서 지속가능한 BM 개발에 적극적입니다.
리딩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의 근간에는 브랜드 시그니처가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지켜온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경영자의 일관된 철학이 지속되면서 고객들과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시장의 신뢰를 쌓았습니다. 그리고 그 신뢰는 메타버스와 NFT, SNS, 이커머스 플랫폼과 같은 디지털 인프라를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창출해 내고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에서 레벨을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아이템을 획득해야 하듯, 우리 패션기업들이 코로나 이후 새롭게 펼쳐질 글로벌 마켓과 디지털 생태계에서 강력한 아이템을 장착하기 위해서는 그에 버금가는 브랜드 '시그니처'를 만들어야겠습니다. <편집자 주>
정인기 편집국장
ingi@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