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웅변되는 현대 패션소비 시장의 메가트렌드의 이슈는 단연 채널이다. 패션 소비시장의 변화 현상은 물론 새로운 패션 비즈니스 변화 전략의 화두 역시 마찬가지다. 어찌보면 패션이 유통의 종속 변수가 된 듯한 유통과 디지털 편향적 이슈의 홍수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기조와는 확실히 결이 다르게 분출되고 있는 이슈가 주목되고 있다. 바로 '애슬레저 마켓'의 부상이다. 스포츠 시장의 역사는 패션 소비시장의 역사와 그 궤를 함께 할 만큼 전통적인 주축 마켓이다. 한국 시장을 보더라도 10년 이상의 아웃도어 신드롬으로 상징되는 스포츠 시장의 융성은 결코 새삼스런 현상도 아니라는 평가다. 그런데 최근 '안다르'를 위시한 전문 애슬레저 브랜드에 대한 기대 수준을 능가하는 성과와 투자 유치 소식은 예전의 그것과는 분명 또 다른 비즈니스 확장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애슬레저 마켓의 청사진이 그려지면서 투자 시장에서도 이들 기업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종합 애슬레저 브랜드로 성장한 배럴은 지난해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
글로벌 브랜드의 막강한 파워나 시장 수요의 폭발적인 이동 등 과거 스포츠 시장의 성장 동인은 주로 기존 수요의 확장이나 선점이었다. 이와는 달리 최근 주목받는 애슬레저 마켓 리더들의 성장 등식은 새로운 수요 영역의 창출과 이를 기반으로 한 건전한 투자를 통한 발진으로 수렴되고 있다. 이는 다소 섣부른 판단이 될 지는 모르나 어느 한편 패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투명성과 안정성 약점이란 오랜 투자 관점의 전환 국면으로 이해된다.
이미 지속가능 패션 비즈니스의 전제는 국내 수요와 자기 자본 역량 한계의 극복 없이는 성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최근 감지되고 있는 '새로운 기대 수요 창출형 애슬레저 브랜드들에 대한 투자의 활성화' 조짐은 브랜드 단위 에피소드 이슈의 차원을 넘어 미래 패션 비즈니스 생태계 전반의 바람직한 변화 방향성으로 더욱 주목된다.
◇ 애슬레저의 시장성 가치(Athleisure marketability)
전술했듯 스포츠 부문이 차지하는 패션 소비시장에서의 높은 역할과 위상은 결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현재 시점 글로벌 패션 기업의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철옹성 '나이키'는 물론 글로벌 TOP10 기업의 면면 역시 '아디다스' 등 단연 스포츠 일색이다.
이 같은 스포츠 속성 기반 기업과 브랜드의 강세는 우리나라 패션 소비시장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다. 2018년 F-MPI 지속성장가능 패션기업 평가의 결과에서도 TOP 10에 포진된 휠라코리아, F&F, 코웰패션의 선전 역시 스포츠 코드의 강점을 배제하고 전제하기는 곤란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전세계 패션 소비시장을 아우르는 스포츠의 강세는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흔히 스포츠로 압축되는 전통적인 영역 정의나 사용 가치의 범주 확장만으로 이 같은 강세를 당연시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기존의 스포츠 용칭이 지향하고 수용됐던 개념과 가치의 확장은 단지 제품의 영역과 소비 기저의 단순 확장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최근 애슬레저라는 용칭으로 수렴되고 있는 새로운 소비수요 시장의 발현은 현대 소비가 인간의 삶과 밀착된 라이프스타일 가치 기반 애슬레저 소비가치의 응집으로 재해석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애슬레저로 압축되는 최근 소비 기저의 차원 변화는 일시적 유행과 수요의 이전 융성과 다른 새로운 시장 수요의 형성과 확장이라는 해석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미래 시장가치 관점의 기대는 유난히 패션 비즈니스 부문에 인색했던 투자 시장의 관심과 유입을 이끌기에 비로소 충분한 동인으로 작용되었다는 평가이다. 왜냐하면 투자의 기준은 물론 가치와 목표 역시 궁극적으로 투자 부문의 미래 성과 가치의 극대화를 통한 투자회수 가치의 극대화이기 때문이다.
◇ 스포츠와 놀이의 융합
스포츠 시장은 엘리트 스포츠 아이콘 가치 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 친화적 소비자에 오랫동안 주목해 왔다. 그런데 소비 경제 수준의 향상과 물리적 나이 한계를 초월하는 건강 가치의 확장은 스포츠 감성 공유의 느낌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보다 적극적인 스포츠 활동 소비자로 이전되고 있다. 스포츠 시장의 확장적 범주는 이제 제한적 스포츠 참여 소비자(Homo sportcus)를 넘어 일과 쉼 모두를 아우르는 건강하고 재미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활동 소비자(Homo Ludens)로 재탄생되기에 이르었다.
소비자가 향유하는 스포츠 가치는 이제 삶의 영역 일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지배하는 건강하고 세련된 삶의 건전한 놀이로 장착된 것이다. 한국판 '룰루레몬'으로 주목되고 있는 '안다르'의 약진은 물론 '배럴' 등 스포츠 부문의 소품 영역으로 평가되던 아쿠아 스포츠 시장의 부각은 어찌보면 이 같은 새로운 애슬레저 시장 가치 발현과 무관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애슬레저 가치 속성의 거대한 변화는 스포츠 부문 시장은 물론 전체 패션 소비시장의 중요한 변화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는 그 어느 부문보다 냉정하고 엄격한 투자 시장의 태도 변화로 다시 한번 확인된다. '안다르' '젝시믹스' '뮬라웨어' 등 양호한 투자 유치로 회자되는 최근의 주목 사례들 역시 예전의 정태적 시장가치 기준 평가가 아닌 높은 미래 시장성으로 가능했다는 평가이다.
최근 성공적인 IPO로 평가받는 까스텔바쟉이나 크리스에프앤씨의 경우 역시 애슬레저 기반 시장가치의 기대 기여가 적지 않았음도 물론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미래가치 기반 검증된 이들 브랜드의 잠재 역량은 건전한 투자 자원의 지원으로 보다 안정적인 성장 기회를 앞당기는 순선환의 성과로 발현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 펀딩의 가치
맥킨지컨설팅 예하 패션기구 BOF(Business of Fashion) 연례 보고에 따르면 가장 높고 안정적인 성장세가 기대되는 부문 시장으로 애슬레저(athleisure)가 2018년, 2019년 연속으로 주목되었다. Online First의 디지털 일방의 강한 기조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으로 애슬레저 부문에 대한 높은 가치 평가 역시 굳건하다.
다수 기관의 여러 보고서에 따라 다소의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미국 패션소비 시장의 약 30% 범주가 소위 애슬레저 시장의 범주라는 컨센서스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기대 시장이다. 하지만 패션 기업 현장의 시각으로 돌아보면 사실 여전히 애슬레저 용칭의 범람에 비해 실제 애슬레저 시장 수요 확장성에 대한 확신과 이해는 여전히 미진한 듯하다. '룰루레몬' 사례 정도를 애슬레저 시장에 대한 지식의 기준으로 삼는 왜곡 역시 엄존한다. 이 시점 애슬레저 루키 브랜드에 대한 기대 이상의 투자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그저 운 좋은 에피소드로 간과하는 경솔함마저 느껴지고 있다.
흔히 헝그리 비즈니스라고 자주 표현되는 패션 비즈니스의 속성은 왠지 투자와의 결합에 대한 상상력과 기대의 부족을 야기한 듯 보이기도 한다. 어느 한면 기장 벤처 속성이 강조되고 실제 그 벤처 속성이 중요한 성공 덕목으로 공유되고 있음에도 유독 우리 패션 비즈니스 생태계에서의 투자와의 거리감은 여전하다.
수많은 IT부문의 사례는 논외로 하더라도 바이오산업의 속성 연계로 활발한 투자 유치와 IPO 성료가 일반화되고 있는 화장품 산업 부문을 비견하면 이 같은 판단은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투자의 가치는 투자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투자의 가치는 투자의 대상 주체 역시 충분한 이해와 구체적인 기대로 공유될 때 비로소 구현될 수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최근 자주 보고되고 있는 애슬레저 브랜드들의 투자 사례는 투자자 일방 활동의 결과는 아닐 것이다. 매력적인 미래 시장 기대수요와 검증된 선행시장의 사례를 바탕으로 보다 치밀하고 진취적인 투자 포트폴리오 전략의 지원이 전제되었기에 가능했으리라는 판단이다.
'안다르' 등 선행 자본 투자 기업의 관련 스토리텔링의 이면에서 발견되는 소위 포노사피엔스 소비자를 내세운 디지털 가치 강점의 부각은 우연이 아니다. 자본 투자의 유치는 자본 차입이 결코 아니다. 자본 투자의 유치는 포착된 기회와 보유한 역량이 발현되는 성장과 도약의 지렛대로 충분히 이해되고 접근될 때 비로소 양질의 자원으로 획득될 수 있을 것이다.
최현호 mpi 컨설팅 대표
jacob@mpiconsulting.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