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슬레저, 카테고리 확장해 지속가능 모색할 때
2019-07-15김묘환 컬처마케팅그룹 대표 
소비층 라이프스타일 변화 파악한 트리거가 시장 주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애슬레저는 애슬레틱(Athletic)과 레저(Leisure)가 합친 스포츠웨어의 신조어로, Do Sport에 대비해 '가벼운 스포츠'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현재 핫한 '룰루레몬' 때문에 만들어진 용어도, 요가 때문에 만들어진 용어도 아니다. 1970년대 촉발된 조깅 붐이 1980년대로 넘어오면서 전문적인 스포츠보다 레저처럼 일상 속에서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가벼운 스포츠를 추구하는 경향에서 출발했다.




1979년 미국 동부에서 스포츠용품 전문점을 운영하던 유태계 소매업자 Paul Fireman이 시장의 변화를 파악하고 당시 러닝화 시장에서 가장 유명했던 영국 '리복'의 북미대륙 판권을 계약하면서 애슬레저의 서막을 열었다. Paul Fireman은 본사에 미국 시장을 위한 별도의 디자인을 주문했다.


당시 여러 문제를 노출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던 조깅을 대신해 새롭게 대두된 에어로빅과 다양한 머신들로 무장한 젊은 감성의 헬스클럽 붐에서 시장 기회를 발견했다. 이를 받아들여 '리복'의 디자이너들은 하이브리드한 의미를 부여한 새로운 상품을 개발했다. 이 상품이 바로 '리복'의 히트작 'Free Style'이다. 이전까지 스포츠 운동화는 테니스화, 러닝화, 농구화 등 단일 목적의 전문화 성격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리복'은 영국의 오랜 로컬 운동화 브랜드에서 탈피해 가장 혁신적인 변화를 이끈 기업으로 역할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1984년 Paul Fireman은 급기야 영국 본사를 인수하고 이듬해 뉴욕 시장에 상장을 하게 된다. 상장으로 마련된 자금으로 '리복'은 또 한번 시장을 주도하는 혁신적 상품을 내놓았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시리즈가 출시되고 있는 'Pump'가 그것이다.


‘리복’의 히트작 Free Style


◇ 변화에는 항상 '트리거(Trigger)'가 있다


애슬레저 시장을 이야기하면서 '리복'의 지나간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의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 메이저 플레이어들을 긴장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촉발시켰던 트리거(Trigger) '리복'이 갖는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비록 2005년 '아디다스'에 38억 달러(약 4조 5000억원)에 매각되어 이슈를 만들기도 했지만 애슬레저 마켓 트리거로서 '리복'은 비즈니스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1980년대 초반 레트로 감성이 미국 사회를 휩쓸고 있을 때 애슬레저의 영향력은 대단했지만 피트니스라는 용어 뒤로 숨어있었다. 오히려 애슬레저 시대에 따라 즐기는 스포츠의 유행이 조금씩 달라지는 등 그 종류가 다양하게 확산되고 있었다.


지금 한국 시장에는 '리복'과 같은 카테고리 트리거들이 등장하고 있다. 2015년 국내 최초 애슬레저를 표방하며 등장했던 '배럴'은 올해 2월 코스닥시장 상장을 무사히 마쳤다. 뒤를 이어 요가복 전문 브랜드 '안다르'도 지난해부터 여러 투자사들로부터 166억원이라는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했다. 최근 들어 불황인 패션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를 제치고 TV 광고에 열중인 이 회사를 보면, '물 들어 올 때 노 젓는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또한 온라인 스트리트 강자 '커버낫'이 서퍼웨어 강자 '오닐'과 협업한 래쉬가드와 같이 최근 몇 년간 국내 시장에서도 애슬레저의 분위기가 강하게 달아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글로벌 패션시장이 애슬레저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라이프스타일 액티브웨어 시장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한 세기를 지배했던 워크웨어의 대명사 진처럼 애슬레저도 워라밸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도시 소비자를 중심으로 일상의 더 넓은 영역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여전히 '룰루레몬'이 촉발한 애슬레저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를 감지한 많은 패션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6월 출시된 ‘오닐 X 커버낫’ 협업 래쉬가드


◇ 후발주자 전략은 'GAP'에서 배운다?


2011년 '갭(GAP)'의 서브라인에서 독립해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애슬레타'는 현재 국내 애슬레저 시장을 기웃거리는 이들에게 충분한 교훈을 줄 수 있다. 이미 시장에서 선점효과가 가져올 브랜드 지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애슬레타'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글로벌 패션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애슬레저는 라이프스타일 추구와 더불어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TECHNAVIO의 '애슬레저 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애슬레저 시장은 매년 7%씩 성장해 2022년 1200억 달러(약 141조 6000억원) 규모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같은 예측 배경은 단지 트렌드 변화만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 더 큰 배경은 시장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과거보다 더 분주하면서도 디지털 기기의 혜택으로 시공간 관리가 편리해지는 이 시대에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모든 분야에서 경계를 구분한다는 게 무의미해지는 '보더리스 라이프'를 불러왔고 과거 스포츠웨어였던 스타일이 일상복이 되는 현상은 1980년대 포멀웨어 마켓에 등장했던 캐주얼의 등장에 비견할 수 있다.

◇ 문제는 국내 패션업계


문제는 국내 패션업계의 대응이다. 상품만 따라하고 가격정책으로 차별화해서 대응하기엔 애슬레저 마켓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요소들을 너무 많이 감추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웨어라고 애슬레저 패션을 부르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 국내 패션기업들은 성장하는 시장의 부러움에서 무작정 따라하기에 나서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질 만큼 이 시장의 기회를 날려버리고 있다. 아웃도어뿐만 아니라 여성복, 캐주얼 업계도 애슬레저에 대한 대응이 미흡한 상태에서 국내 시장의 소비자들은 직구를 통해 이미 애슬레저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지닌 셀럽들이 애슬레저 스타일에 푹 빠지면서 다양한 계층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지만, 국내 브랜드들의 이렇다 할 대응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심히 걱정된다.


애슬레저 마켓 보고서를 살펴보면 애슬레저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는 폴리에스터 파이버 사용의 증가다. 이 자료만 그대로 신뢰한다면 세계적으로 장섬유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국내 섬유산업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패션 브랜드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소재 개발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 상황은 경제 불황의 여파로 위축된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새로운 무언가가 디지털로 변화된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충분히 가능하게 한다. 여기에 가장 가깝게 다가오고 있는 조류가 바로 애슬레저다. 'Heath at Work' 또는 'Mobile Health & Fitness' 등이 만나면서 단번에 젊은이들의 삶을 흔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저 그럴듯한 모방 스타일과 카피 광고 마케팅만으로는 새로운 시장의 주역이 되는 것은 가당치 않다. 그들 안에 깊숙이 파고 들어가 공감대를 형성할 콘텐츠 없이는 새로운 시장기회도 그저 '강 건너 불구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룰루레몬'이 지역 피트니스 센터를 유지하고 '안다르'가 전국 요가 학원을 파악하고 다닌 노력이 상품보다 먼저 드러나는 것처럼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현실을 먼저 이해할 때 기회가 주어 지리라 믿는다.


TECHNAVIO의 ‘2018-2022 애슬레저 마켓 보고서’

매장에 요가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룰루레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