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BANG! 4조 달러 디지털 마켓 도래
2019-02-11서재필 기자 sjp@fi.co.kr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의 한계 극복 기회
국내 이커머스, 역직구 볼륨 키워 글로벌 진출해야

# 대학생 B씨(21살)는 평소 스트리트 패션을 즐겨 입는다.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슈프림’이다.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때 예전부터 눈독들이던 ‘슈프림’ 제품을 해외 사이트에서 직구로 구매했다. 국내에선 구할 수 없던 제품이라 더욱 만족스럽다.

# 여대생 A씨(24살)는 화장품에 관심이 많다. 좋은 아이템이 할인하면 미리 사서 챙겨두는 편이다. 지난해 11월 솽스이에서 ‘토니모리’ ‘설화수’ 등 국내 브랜드들의 인기 제품을 국내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구입했다.


미국의 대규모 쇼핑 이벤트 '블랙 프라이데이'(위)와 중국의 '광군절'


전세계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글로벌 마켓이 활짝 열렸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국경이 사라진 무한 경쟁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2015년 1조 5480억 달러(한화 약 1259조 3290억원)에서 2020년 4조 580억 달러(한화 약 4542조 9310억원)까지 큰 폭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패션 시장 규모가 지난해 4812억 달러(한화 약 540조원)에서 2022년까지 약 7129억 달러(한화 약 800조원) 규모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이커머스 전문가는 "국경이 사라져 전세계 판매자들과 소비자들이 만나는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라며 "디지털 시대를 맞아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Z세대에 대한 이해와 디지털 마인드셋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이커머스 공룡들, 왕좌의 게임 서막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의 '솽스이' 등은 자국 내 쇼핑 축제를 넘어 전세계인이 참여하는 글로벌 할인 이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두 행사를 이끄는 주인공들은 바로 글로벌 이커머스 공룡인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의 알리바바. 이들의 공통점은 일찍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빠르게 파악하는 디지털 혁신을 이뤘다는 점이다.


아마존의 소매 전자상거래 거래 비중은 미국 전체 중 49.1%, 거의 절반에 해당된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779억 달러(한화 약 199조원)를 기록했다. 최근 아마존은 미국증시 및 세계증시에서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이는 글로벌 디지털 마켓 시대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패션 부문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아마존의 2017년 의류 온라인 매출은 약 2400만 달러(한화 약 271억원)으로 2년새 6배나 뛰어올랐다. 뿐만 아니라 현재도 패션 부문 투자를 물밑에서 늘리며 전세계 패션 시장 정복을 꾀하고 있다.


자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자체 PB를 7개를 기획하는 등 판매 중개가 아닌 셀러의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 '룰루레몬' 등과도 제휴를 맺고 글로벌 판매를 시작했다. 업계는 '나이키'의 아마존 입점은 시작에 불과하며 글로벌 브랜드들의 아마존 입점은 점점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아마존을 위협하는 이커머스 기업이다. 알리바바는 내수 시장을 겨냥한 B2C 플랫폼 '티몰'과 C2C 플랫폼 '타오바오'를 운영하며 중국 이커머스 시장을 쥐락펴락한다. 특히 '티몰' 내 글로벌 직구 플랫폼 '티몰 국제관'을 오픈하며 글로벌 시장의 주역이 발돋움할 초석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SPA '자라'를 티몰에 입점시키며 패션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솽스이(광군제, 光棍節)'는 알리바바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다. 솽스이는 초기 타오바오만의 작은 행사로 시작했지만 점점 중국 내 대다수 온라인 쇼핑몰들이 동참하며 중국 대규모 쇼핑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11월 11일 열린 솽스이에서 발생한 매출은 약 2135억 위안, 원화가치로 환산하면 약 35조 4474억원의 규모다. 미국의 최대 규모 할인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유통업계가 하루 평균 벌어들인 62억 2000만달러(한화 약 7조원)보다 5배가 넘는다.


'징동'은 알리바바의 뒤를 잇는 중국 2위의 유통기업이다. 2004년 온라인 쇼핑몰 오픈과 함께 '절대 가짜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특히 '징동'은 온라인 비즈니스를 탄탄하게 지원사격하는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자국 내 약 7000개 이르는 배송 거점과 고객의 주문에 맞춰 상품을 포장하고 배송하는 500여개에 이르는 소물류 센터 등의 인프라로 글로벌 온라인 시장의 잠룡으로 떠올랐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매년 27%씩 성장해 지난해 7조 3000억 위안(한화 약 1268조 3750억원)까지 확대됐으며, 그 중 온라인 패션 시장 규모는 한화 약 20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곧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쿠팡’ ‘11번가’ ‘이베이코리아’ 등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역직구 시장 공략에 나섰다

◇ 국내 '역직구' 시장 글로벌화, 볼륨 확대 필요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은 세계 7위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5년 내 3위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 중심에는 '역직구' 마켓이 있다. B2C 직수출 전략인 '역직구'는 현지에 직접 진출하지 않고도 해외 소비자와 거래할 수 있으며, 보다 적은 비용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해외직판 거래액은 전년동기대비 11% 성장한 1555억원(면세점 매출 제외), 거래액 전체 규모는 2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국내 전체 이커머스 시장 규모 중 이 시장의 비중은 5% 내외만을 차지하고 있지만 볼륨 확장에 긍정적인 청신호가 켜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 이커머스 시장에서 국내 기업간 경쟁은 이미 치열한 상태"라며 "전체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역직구 시장을 강화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역직구는 한국 제품에 관심을 가진 해외 소비자가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직접 주문하거나, 국내 셀러가 아마존, 티몰, 라쿠텐 등 굵직한 현지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하는 방식이 있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K-패션과 뷰티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역직구 마켓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사드 보복' 문제로 중국과의 무역에 큰 타격을 입었으나, 지난해 중국 솽스이에서 국내 패션&뷰티 기업들이 역직구 매출 3위를 차지하는 등의 활약이 빛났다. 여기에는 이랜드, 삼성물산 패션부문,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패션&뷰티기업들의 공이 컸다. 더불어 중국과의 무역에도 한 줄기 햇살이 비출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도 역직구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기업은 단연 쿠팡이다. 지난해 비전펀드로부터 국내 온라인 기업 중 최고 규모인 2조 2천억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특히 결제시스템 간소화, 챗봇 개발 등으로 기본적인 시스템을 개선해 해외 소비자들의 유입을 늘릴 방침이다.


11번가, 이베이코리아 등 오픈마켓도 역직구 시장 진출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가 돋보인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은 영문과 중문으로 된 글로벌관 'K스트리트' 카테고리를 오픈했다. 특히 역직구 소비자가 풍부한 미국, 중국, 일본 등을 포함해 전국 70개국으로 배송할 수 있는 물류네트워크와 '묶음 배송' 서비스로 역직구 시장의 장애물 중 하나인 배송 문제를 해소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11번가 역시 배송시스템 강화를 통해 역직구 시장으로 진출을 꾀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달 해외직구 플랫폼 '몰테일'을 운영하는 코리아센터의 지분 5%를 275억원에 매입했다. 코리아센터는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전자상거래가 활발한 주요 국가에 7개 물류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11번가는 코리아센터 지분투자를 통해 이 회사의 물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카페24와 메이크샵과 같은 전자상거래 솔루션 플랫폼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들은 소호몰들의 해외 시장 진출 발판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카페24는 역직구 쇼핑몰의 장애물로 꼽히던 결제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했다. 페이팔, 알리페이, 엑시즈 등과 같은 국가별 맞춤 결제서비스를 도입하며 안정적인 거래 환경을 조성했다. 아마존과 라쿠텐, 티몰 등과 같은 글로벌 커머스들과 연동해 국내 쇼핑몰들의 해외 진출 판로를 여는 등 글로벌 비즈니스 발판 마련도 한창이다.


레이틀리코리아(대표 추연진)의 쇼핑몰 통합관리솔루션 '셀러허브'는 최근 국내 플랫폼 비즈니스를 넘어 입점 브랜드들을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에 안착시키기 위한 서비스 개발에 매진 중이다. 크로키닷컴의 쇼핑몰 모음서비스 '지그재그'는 올해부터 일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한 이커머스 플랫폼 관계자는 "국내 온라인 시장 성장에는 온라인 플랫폼들이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라며 "플랫폼들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기술과 비즈니스 개발을 늘려 나간다면 국내 온라인쇼핑몰들이 글로벌 시장에 손쉽게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 온라인수출 활성화로 역직구 시장 키우나


업계에 따르면, 역직구 시장의 확대로 물류 인프라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국내 기업들을 위한 해외공동물류센터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다수 중소 업체들은 해외 물류창고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해외에서 교환 및 반품 요청 시 배송 및 반송 비용도 만만치 않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국내 중소기업들을 위해 코트라 위탁으로 해외공동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해외공동물류센터는 지난 2015년 22개국, 44개에서 2018년 8개국 14개로 크게 감소했다. 예산 역시 54억원에서 9억원으로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역직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애로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해외공동물류센터 확충에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의견에 정부도 수긍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중소기업 온라인수출 활성화를 위한 민관협의체 회의를 열고 정부 주도 글로벌 플랫폼 육성과 수출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논의했다. 글로벌 전문몰로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을 발굴해 마케팅 비용과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주요 안건이다.


물류비용 절감을 위한 공동물류제도 실시한다. 중소기업이 개별적으로 배송하는 소규모 물류들에 대해 정부에서 한 데 모아 집적 공동물류시스템을 운영해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세관당국간의 협의를 통해 온라인수출 통관절차도 간소화할 것을 약속했다. 현행통관시스템 내 온라인수출 전용 통관시스템을 구축해 수출기업 판매 정보가 신고로 자동변환되도록 하고, 반품 시 번거로웠던 재수입 절차도 줄여 반품처리 부담도 완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