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생태계 구축의 첫 단계는 ‘기업문화 혁신’
2019-01-25정인기 편집국장 ingi@fi.co.kr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공감하는 기업문화 선행돼야
디지털=무한경쟁, 체계적인 SCM과 ICT 구축 절실


요즘 우리 패션시장의 최대 화두는 단연 'Digital Transformation, DX'입니다. 오프라인이나 웹보다는 모바일에 친숙한 Z세대가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이커머스 플랫폼을 비롯 빅데이터, AI, AR/VR, IoT, 블럭체인 등 색다른 전문용어가 난무하면서 패션산업의 전통적인 패러다임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용어와 이론적 혼돈이 아니라 실제 시장흐름도 마찬가지입니다. 연간 수 천억원을 자랑하던 외형은 반토막 났고, 이익율은 적색경보가 켜진지 오래입니다. 새로운 채널로 이사를 가야겠는데, 사내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이나 솔루션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임시방편으로 사업부를 만들었지만 기대 이하고,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해봐도 어디부터 투자해야할 지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난관은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뉴스에서는 아마존과 티몰의 성장세와 늘어만 가는 직구 마켓을 얘기하고, 무신사나 네이버에는 연일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고 있는데 그들의 실체를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마치 영화 <인디펜던스데이>에서 외계인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지구인의 모습이 연상될 만큼 심각한 단계인 듯 합니다.


"SPA가 왔을 때는 ZARA와 유니클로를 열심히 분석해서 나름 논리를 만들어 전파했다. 또 셀렉트숍과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도 열심히 벤치마킹하니 '어떻게' 하면 되겠다는 길이 보였다. 근데 최근 '디지털 시대'는 달랐다. 무엇보다 잘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파고 들었지만, 하드웨어 관점의 IT와 투자논리가 우선이었지, 정작 패션 산업은 없었다."


최근 만난 한 패션 컨설턴트의 넋두리가 우리 패션기업들의 현 상황을 대변합니다.


◇ 사업 우선순위, 구성원 역할 근본부터 혁신 필요


과연 '디지털'에 대한 솔루션은 없을까요? <패션인사이트>는 창간 19주년 특집 테마로 '디지털 마인드셋'을 설정하면서, 패션산업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상기 했습니다. 지금까지 패션기업들은 '이커머스=싸고 실용적인 것'이란 선입견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온라인 사업을 강화한다고 발표하면 첫번째 단계는 '자체 쇼핑몰 구축'이었고, 이를 위해 수 억원을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왜일까요? 저희들은 "온라인 사업에 대한 '기본 인식'과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질문'이 틀렸지 않냐"고 반문합니다.


최근 소비 주축으로 부각하는 Z세대는 해외 직구로 유명 럭셔리 브랜드에 기꺼이 투자하고, 유니클로도 자주 이용합니다. 본인이 절실한 것에 대해서는 기꺼이 투자하고, 나머지는 최대한 절제합니다. 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나 스토리가 진실된 브랜드는 스스로가 주변에 자랑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예 배제합니다. 지구 반대편 디자이너 브랜드의 뉴컬렉션에 대해서는 줄줄 외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커머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너를 비롯 기업 구성원들의 문화부터 바꿔야 하고, 모바일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해야 한다. '문화가 뒷받침되는 기업이라면, 전략은 아침 식사만큼 가볍다'는 피터드러거의 말처럼 디지털 문화를 먼저 공유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조직 구성의 혁신과 구성원들의 역할, 그리고 무엇보다 사업의 우선 순위를 바꿔야 합니다. 상당수 기업들이 여전히 모든 업무가 오프라인 우선이고, 온라인은 재고를 팔거나 부진 상품을 싸게 파는 채널로 치부합니다. 담당자도 낮은 직급의 그야말로 담당이 도맡아 합니다. 그래서 감히 묻고 싶습니다. "담당이 어떻게 가장 트렌디한 소비자를 상대로 가장 빠르게 결정하고, 감각적으로 대응해야 할 일을 책임집니까?" 온라인 사업이 미래 먹거리라고 생각한다면 이 사업에 대한 책임자부터 제대로 임명해야 합니다.


◇ 패션산업의 본질인 SCM을 디지털화 시키는 것


패션 사업은 상품기획에서부터 원부자재 수급, 제조, 물류, 유통, 배분 등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SCM이 필요한 산업입니다. 특히 이커머스는 기획 단계부터 "어떻게 판매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성과를 최대치로 높일 수 있습니다.


요즘 온라인 세상에서 잘 나간다는 스타트업 기업들도 적지않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100억 이하의 규모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하겠지만, 그 이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SCM이 화두로 떠안고 있습니다. 사업초기 주먹구구식의 방식이 아닌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만 디지털 생태계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 패션 플랫폼에 대한 자본시장의 관심이 높습니다. 더블유컨셉, 29cm, 스타일쉐어, 지그재그, 셀러허브, 아이디어스 등 대부분 플랫폼들이 벤쳐캐피털과 연계해 또다른 성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보다 나은 ICT 시스템과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를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인 것 같습니다.


플랫폼 외에도 콘텐츠로 분류되는 브랜드들도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온라인=진입 장벽이 낮은 저비용 구조'라는 인식은 안됩니다. 디지털은 무한경쟁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SCM과 함께 ICT에 대한 투자, 글로벌 마케팅 등이 동시에 수반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VC와 제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