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패션, 혁신을 디자인하다
2017-10-11이채연 기자 leecy@fi.co.kr



선글라스 ‘젠틀몬스터’를 전개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지난 달 초 ‘루이비통’을 보유한 LVMH그룹 계열 투자사 L캐터톤아시아와 투자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최종 유치 금액은 600억원. 사실 L캐터톤 외에도 ‘젠틀몬스터’의 성장가능성을 알아보고 더 많은 금액,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투자자들이 나섰다. 하지만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세계적 패션하우스인 LVMH와의 조우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있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단독 투자를 받는 것으로 결정했다.

‘젠틀몬스터’가 쌓아 올린 브랜드 가치의 배경은 제품 디자인과 이를 보여주는 숍 아이덴티티에서 드러나는 ‘독창성’이다. 라비 타크란 L캐터톤아시아 대표는 "아시아에서 이만한 독창성을 갖춘 브랜드는 처음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선함’과 ‘독창성’은 해외 패션, 유통 관계자와 미디어가 공통적으로 꼽는 K-패션의 강점이다. 시장과 소비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독창적 디자인, 매니악함과 대중성을 적절히 조율해 시장성을 높이는 유연함이 내수시장의 협소함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이라는 이야기다.

최근 트렌드에 민감한 1020세대의 ‘잇 브랜드(it brand)’로 꼽히는 ‘휠라’.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휠라’의 국내 소비자 선호도는 글로벌 브랜드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묵묵히 쇄신을 준비한 2년 간의 와신상담 끝에, ‘휠라’는 슈즈 ‘코트디럭스’를 기점으로 다시 날았다. 앞서 러시아 출신의 라이징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와의 협업으로 해외에서 먼저 폭발적 반응이 나왔다. ‘코트디럭스’는 작년 9월 국내 출시 이후 최근까지 70만족 이상이 팔려나갔고, 구매자의 절대다수는 10~20대가 차지하고 있다. 이어 ‘메로나’ 콜라보 시리즈 등이 연속 히트 중이다. 

‘휠라’가 진행하고 있는 성공적 브랜드 리프레쉬 전략은 ‘헤리티지’와 ‘커뮤니케이션’이 중심이다. ‘스타일리시 퍼포먼스’라는 아이덴티티에 충실하면서 100년 이상 축적된 ‘헤리티지’를 메인 테마로 해 젊은 층과의 소통에 주력한 결과다. 전국 주요 도심에 메가 스토어를 개설하고 대대적 리뉴얼을 하는 등 유통 컨디션 개선을 위한 대규모 투자도 뒷받침됐는데, 역시 젊은층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단순 판매 공간을 넘어 ‘휠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뮤지엄 스토어로 어필한 까닭이다. 결국 클래식 디자인, 헤리티지를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 조차도 브랜딩 전략의 핵심은 오리진을 기반으로 한 혁신의 역사인 셈이다. 

이처럼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 지속성장을 실현해 가는 K-패션 대표주자들을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