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패션에 말을 걸다
2008-05-30예정현 기자 

전 세계를 들끓게 했던 티벳 사태에서 이어 쓰촨 지역에 발생한 대규모 지진으로 야심 차게 유치했던 베이징 올림픽이 부정적 타격을 받을까 고민하고 있는 중국.
하지만 이 모든 악재에도 불구하고 패션에 관심 많은 중국인, 그리고 모던한 중국의 패션 업계를 상징하는 럭셔리 어패럴 리테일러 ‘상하이탱(Shanghai Tang)’은 베이징 올림픽 특수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실제로, 최근 WGSN과 인터뷰를 가진 상하이탱의 CEO 라파엘르 마스네는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상하이탱이 중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럭셔리 리테일러로 성장할 기회를 맞았다며 글로벌 시장 확대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모던 차이니즈 패션의 상징
1994년 홍콩 비즈니스맨 데이빗탕왕청이 론칭한 상하이탱은 모던 차이니즈 패션을 상징하는 중국 라벨로 단순히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 아니라 전통적인 중국의 의상과 모던한 21세계 패션, 그리고 역동성을 절묘하게 조합시킨 콘셉트를 선보이며 국제 패션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상하이탱은 홍콩에 첫 번째 매장이 들어선 후 방콕, 베이징, 두바이, 싱가포르, 타이페이, 도쿄, 취리히 등지에 2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장 확대 계획을 진행 중이다.
상하이탱은 1998년 리쉬몽(Richimont)에 인수되었지만 설립자 탱이 여전히 대외적 ‘얼굴’로 활약하며, 중국 패션 리테일러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상하이탱(Shanghai Tang)은 올해 말까지 마드리드, 모스크바, 두바이 등지에 40개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고, 2010년까지 총 50개 매장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뉴욕 플래그십 매장에 이어 7월에는 관광객이 몰리는 라스베가스에, 또 소호에도 매장 오픈이 예상되고 있어 미국 어패럴 시장 점령을 위한 본격적 시동을 건 분위기다.
1994년 문을 연 이후 상하이탱 매장을 찾은 고객은 100만 명이 넘으며, 상하이 출신의 재단사들이 사이즈 측정을 통해 맞춤 제작하는 테일러드 의상은 섬세한 디테일과 장인 정신, 그리고 고급 패브릭과 핏(fit)을 인정받았고 남녀 의류와 아동복, 홈퍼니싱, 액세서리, 선물 등 다양한 라인을 구비, 글로벌 패션계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경기를 지켜보는 세계인들에게 ‘상하이탱’이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로 글로벌 유통망 확장 계획에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공산주의 시크’, 그리고 중국인의 자부심
흥미로운 점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숙청바람을 몰고 온 문화혁명과 공산혁명에 대해 좋지 않은 추억을 구세대들과 달리 패션에 관심 높은 중국의 신세대들은 미국과 대적하며 냉전시대를 이끌었던, 이른바 잘 나가던 과거 중국의 상징인 공산주의에 영향을 받은 의상과 액세서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카키 컬러나 브라운, 혹은 차콜 그레치 색상 같은 ‘정형적인’ 공산당 시절의 복장과는 달리 펑키하고 컬러풀한 티셔츠에 사회주의를 대변하는 영웅적 이미지를 가진 여자의 얼굴을 프린팅하거나, 키스하는 군인의 모습으로 포인트를 준 핸드백, 공산주의 노동복을 록앤롤 분위기로 탈바꿈시킨 트랙 수트 등 이른바 ‘공산주의 시크(Communist chic)’가 서구 패션의 맛을 알아가는 중국 젊은이들에게 트렌드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이처럼 공산주의 시크가 중국 젊은층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이머징 마켓의 맹주로 글로벌 경제에서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자본주의 도입으로 경제적 여유가 생긴 중국인들을 사로잡기 위해 콧대 높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 머리를 숙이며 ‘모시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큰 몫을 한다.
이 같은 서구의 정형적 수트 스타일에 맛 들린 정부 관료들의 스타일과 상이한 것으로서, 자유분방한 중국의 젊은이들의 특유의 자부심과 자신감을 공산주의 시크 속에 담아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산주의 시크를 이끄는 대표적인 브랜드는 베이징에 살고 있는 영국인 도니미크 존슨-힐이 선보인 ‘플래서터드(Plasterd) 티셔츠 라인으로 3년 전 베이징에 문을 연 이후 공산주의 포스터나 공산주의 시절의 베이징 모습, 투박한 버스의 이미지를 넣은 티셔츠는 문자 그대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제이슨힐의 ‘공산주의 향수 일으키기’ 작전이 통한 이유는 역발상 덕분이다. 전 세계 패션가의 시선이 중국인들에게 쏠린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