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에 디자이너가 울고 웃고
2008-03-10예정현 기자 




아카데미 시상식은 패셔니스타들의 가슴을 들뜨게 만들었다. 영화학도들은 어떤 작품이 혹은 어떤 감독과 배우가 수상자가 될 지에 촉각을 곤두세웠을지 모르지만, TV나 인터넷 앞에 모인 여성들의 마음은 파파라치 사진에서 보기 힘든 여배우들의 화려한 드레스와 그 드레스를 제작한 디자이너에게 쏠렸다. 솔직히 말해서 떠오르는 스타부터 관록의 여배우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몸치장을 하고, 레드카펫에 차례로 올라 멋진 스타일 감각을 보여줄 기회가 그리 흔한가? 그런 만큼 디자이너들은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수상 가능성이 높은 여배우와 인터뷰 요청이 몰려드는 배우, 그리고 패션 감각이 높은 스타들과 물밑 접촉을 통해 레드카펫에 자신의 드레스를 올리고자 애쓰기 마련이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평소 영화에 관심 없는 여성들조차 누가 베스트드레스가 될지, 혹은 워스트드레스의 수모를 당하게 될지 기대와 질투가 뒤섞인 기분으로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어찌 보면 아카데미 시상식은 열정과 질투가 뒤엉킨 스칼렛 컬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를 대변하듯 올 아카데미의 레드카펫은 그야말로 붉은(red) 물이 들었을 정도로 많은 여배우들이 레드 컬러 드레스로 열기를 더했다.



레드로 말하다
일찌감치 디톡스와 보톡스 작업을 마친(!) 여배우는 자신감을 드러내듯 대담한 레드 컬러에 몸을 실어 레드카펫에 설 때 안전한 울타리를 쳐주었던 블랙 컬러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분위기였다. 실제로 영화 “27번의 결혼 리허설(27 Dresses)”로 상종가를 달리는 여배우 캐서린헤이글부터 앤해서웨이, 하이드클럼, 헬렌미렌, 밀리사이러스, 루비비 등의 여배우들은 모두 레드로 장식했다. 품위 있는 쉬크한 멋을 선보여온 여배우 케이트블랜쉿과 제시카알바 또한 레드컬러를 변주한 플럼 컬러의 드레스를 입어 레드에 대한 여배우들의 명백한 선호도를 뒷받침했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작가협회의 파업으로 무산될 뻔한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것에 대한 일종의 ‘축하 무드’로 레드 컬러의 드레스가 선호되었다는 그럴싸한 이유를 들기도 했다. 혹은 블랙과 그레이가 지배했던 지난 몇 년간의 패션 트렌드가 물러가고 화려하고 대담한 컬러와 프린트가 전진 배치된 2008 S/S 시즌의 패션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편 에디뜨피아프를 연기해 여우 주연상을 마리온꼬띨라르는 장폴고띠에가 디자인한 아이보리와 실버가 매치된 가운을 입고 등장해 차별적인 모습을 보였다. 드라마틱한 의상에 능숙한 그의 솜씨를 자랑하듯 물고기 비닐 같은 패브릭이 눈길을 끈 그녀의 드레스는 여우주연상 수상의 영광과 함께 올 아카데미 시상식 중 가장 주목받은 의상으로 자리했다.
지난해 몸매의 단점을 부각시키는 볼레로 재킷을 입고 등장, 워스트드레서로 꼽히는 치욕을 겪었던 제니퍼허드슨은 심플한 화이트 홀터 가운을 입고 나타나 지난해의 악몽을 말끔히 지워냈다.
그렇다면 유난스레 임신한 여배우가 많은 올 아카데미 시즌, 이들 여배우는 어떤 드레스를 선택했을까? 예쁘게 살이 오른 제시카알바는 가슴부분에 페더 장식을 단 마취서(Marchesa)의 스트랩리스 엠파이어 가운을 선택, 여성스러움을 더했고 케이트블랜챗은 커트의 플로럴 비딩 장식이 돋보이는 드리스반노튼(Dries van Noten)의 홀터 가운을, 니콜키드맨은 심플한 발렌시아가(Balenciaga) 블랙 가운을 입고 등장해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특히 니콜키드맨은 심플한 드레스와 달리 7645개의 다이아몬드가 번쩍이는 뤤스콧(L'Wren Scott) 네클리스를 착용, 여성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렇지만 W 매거진의 패션 마켓 에디터 트리나롬바르도가 꼽은 베스트드레서는 하이디클럼으로, 그녀가 입고 등장한 존갈리아노의 풀 볼륨 드레스는 경매에 붙여 여성의 심장병 위험을 알리는 공익사업을 펼치는 Heart Truth 캠페인에 지원될 예정이다.



원 숄더 가운 hot!
레드 컬러와 함께 레드카펫을 달군 또 다른 주인공은 원 숄더 가운이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탄 힐라리스웡크의 베르사체(Versace) 가운은 물론 앤해서웨이의 마취서(Marchesa), 캐서린헤이글의 에스카다(Escada), 올리비아설비의 베라왕(Vera Wang) 가운 모두 원 숄더 스타일의 슬림한 디자인으로 그들의 몸매에 여성미를 더해주었다. 특히 앤헤서웨이의 드레스 전면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