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랜드」는 당초 유럽형 스트리트 패션몰을 제안하며 야심차게 출발했다. 시설에만 300억원을 투자했고 인테리어 컨설팅도 일본 유명 인테리어 회사에 의뢰했다. 김진현 대표를 비롯해 핵심 조직도 신세계백화점 출신들로 구성했다. 철저한 준비와 투자에도 「하이브랜드」가 아웃렛으로 전환한 이유는 뭘까? 이유 1. 인근 백화점과 경쟁 피하기 위해 「하이브랜드」는 소비력이 높은 강남지역을 배후 상권으로 한다. 하지만 현재 강남에는 유력 백화점이 6곳이나 성업하고 있다. 이들 점포는 상호간 경쟁과 견제를 통해 자신들의 마켓쉐어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역학관계 속에서 「하이브랜드」가 자유로울 수 없다. 당초 「하이브랜드」는 이들 백화점과 업태가 다름을 강조하며 이를 피해가려 했다. 하지만 백화점 역시 자신들의 고유한 업태에서 벗어나 변신을 꾀하고 있던 터라 이러한 논리는 수용되지 않았다. 「하이브랜드」는 미래가 불투명한 백화점보다는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아웃렛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유 2. 패션업체와 접점 찾기 위해 백화점 간 경쟁이 심하다 해도 결코 넘지 못할 산은 아니다. 공략 대상이 소비자라면 더욱 그렇다. 마케팅과 운영방식으로 얼마든지 극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유명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문제는 다르다. 업체별로 사정과 정책이 있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와 접점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전 「하이브랜드」는 좋은 전략과 방향을 제시했음에도 입점 브랜드와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유럽형 스트리트 패션몰이 무엇이고,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주는지 설득하는 데 미흡했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고마진의 백화점에서 벗어나는 데 관심이 없는 패션업체는 없다”며 “확신과 신뢰를 준다면 백화점의 견제 극복은 그 다음이다”고 말했다. 이유 3. 광역상권화에 아웃렛이 유리 「하이브랜드」는 강남상권의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는 양재동에 위치해 있으면서, 서울과 지방을 잇는 경부고속도 양재IC와 인접해 있다. 차별화된 콘텐츠만 구비된다면 광역상권도 가능하다. 당초 유명 브랜드 정상 매장이 이러한 역할을 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각종 유통점들의 지방 출점으로 정상 브랜드 매장으로는 광역상권을 만들기 어려워진 것. 더욱이 정상 매장도 인근 백화점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짐을 볼 때, 아웃렛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유 4. 합리적 소비행태로 재고 문제 대두 최근 부유층들의 소비행태가 합리적으로 바뀌면서 해외 명품 판매가 지난해부터 급격히 줄어 관련업체들의 재고 문제가 심각하다. 「하이브랜드」는 해외 명품 소비자가 많은 강남에 있고 시설도 백화점 수준이라 해외 명품 입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재고를 소진할 수 있는 곳이다.

박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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