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 샘플개발 - 반응 생산 - 디지털 콘텐츠 제작 등
스피드, 정확성, 효율성 강화에 월등한 효과
# 국내 대표적인 패션기업 한섬(www.thehandsome.com)은 신상품 기획 시 디지털프린터(DTP)를 활용한다. 울과 코튼, 레이온 등 천연섬유는 물론 시폰(chiffon)과 같은 나일론 소재도 소재 샘플 개발에 DTP를 활용한다. 개발된 샘플 소재는 곧바로 재단과 샘플 제작을 거쳐 품평하고, 합격이면 곧바로 소재부터 발주한다. 이 과정이 통상 2~3주 소요되는데, 외부 컨버터에 의뢰하던 것에 비해 시간이 1/5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외주 원단 제조사 역시 DTP 설비를 갖추고 있어 이메일로 오차 없이 발주가 가능하다.
# 국내 골프웨어 부문 1위 기업인 크리스에프앤씨(www.creas.co.kr)는 최근 대표이사와 CD 등 임원진이 클로버추얼패션(www.clo3d.com)을 방문해 어떻게 적용할 지에 대해 깊이 있는 협의를 거쳤다. 이에 앞서 LF는 지난 2020년부터 '헤지스맨'를 시작으로 '헤지스골프' '닥스골프' '질스튜어트스포츠' 상품기획에 클로버추얼을 도입했으며, 세정은 '올리비아로렌'에, 에프앤에프는 '수프라'에, 서양네트웍스는 전 브랜드에 활용하고 있다.
# 스트릿 캐주얼 '아크메드라비(www.acmedelavie.com)는 100% 국내 제조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원단은 국내 프로모션을 통해 재단 상태로 소싱해 중곡동 A프린트 공장에 매일 발주하고 있다. '아크메드라비'는 초도 물량은 디자인별 200장씩 프린트를 의뢰하고, 반응을 살피며 디자인별 하루 200장씩 추가로 생산 의뢰함으로써 재고를 최소화하고 있다.
# 지난 5월 런던패션위크에서 사건이라고 할 만큼 획기적인 이벤트가 펼쳐졌다. 세계 최고의 디지털 프린터 Kornit Digital이 12명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과 협업으로 패션쇼를 개최했다. 그동안 프린팅은 패션산업의 밸류체인의 기초 영역을 담당했지만, 디지털 테크 혁명이 일어나면서 산업의 전면으로 등장한 것이다. 더욱이 12명의 디자이너들은 본인의 디자인을 온디멘드(on-demand) 방식으로 제품을 제작해 제조 과정을 최단기로 압축시켰고, 행사 이후 메인 생산 과정에서도 코닛 디지털 인프라를 활용함으로써 제조 과정의 비용과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었다.
지난 5월 런던패션위크에서는 코닛디지털과 협업한 12명의 디자이너가 런웨이를 펼쳤다. 사진은 런던컬렉션 사진. |
패션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밸류체인(Value chain)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패션산업은 여타 산업에 비해 디자인 스케치부터 소재&스타일 개발, 적정 수요를 예측하는 플래닝, 제조, 물류 등 길고 복잡한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유행(trend)에 따른 변수가 많기 때문에 실력파 디자이너의 감(感)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때론 그에 따른 자신감이 대박 브랜드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패션시장이 이커머스 중심의 디지털 생태계로 진입하면서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초기 디지털 전환이 판매 채널과 마케팅 등 B2C 부문에서 시작됐다면, 지금은 '얼마나 경쟁력 높은 콘텐츠를 제대로 예측하고, 발빠르게 공급할 수 있느냐'가 패션산업 디지털 전환의 핵심 과제로 부각된 것이다. 즉, 체계적인 매니지먼트를 통해 생태적 지위를 구축할 수 있는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 것이 패션산업의 성공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것이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이커머스 초기에는 태생부터 이커머스에서 출발한 온라인 기업이 강세를 띠었다. 그러나 볼륨화 되면서 적정 재고관리와 수익관리에 허술함을 드러냈고, 때론 무리한 욕심으로 브랜드 수명을 단축시키기도 했다. 다행히 대명화학과 무신사 등 B2B 플랫폼 기업을 만나면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체계적인 SCM과 경영관리를 숙제로 안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반증하듯 코로나19 이후 한섬과 LF, F&F, 크리스에프앤씨 등 메이저 패션기업을 중심으로 밸류체인 디지털 전환에 상당한 투자를 단행했고, 최근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패션 기업들이 CLO 디자인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2021 CLO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공모전 대상작. |
◇ 한섬 LF·F&F·크리스F&C 변화 리드
국내 대표적인 여성복 기업 한섬은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복은 특정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컨버터와 협력해 통상 2~3주 시간을 투입해 수정을 반복한다. 그러나 한섬은 회사 내 디지털 프린터로 수시로 원단을 개발해 재단과 샘플 제작까지 1~2일에 마무리함으로써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
LF는 헤지스맨을 필두로 대부분 브랜드에 클로버추얼을 활용하고 있으며, 글로벌 바이어 대상 수주회와 패션쇼까지 3D를 활용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가장 적극적이다. 김상균 대표와 김훈 CD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김훈 CD는 폴로랄프로렌과 타미힐피거, 칼 라거펠트 출신이다.
세정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디자인 스케치에서부터 샘플제작, 발주에 이르는 상품개발 전 과정에 클로버추얼 시스템을 도입했다. 박이라 대표가 직접 시스템을 배워 사용할 만큼 오너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기에 가능했다. '올리비아로렌'이 트렌드에 민감한 여성복 브랜드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패션기업들의 변화 속도가 예측된다.
F&F는 메타버스 브랜드로 출발한 '수프라'에 이어 최근에는 'MLB' 사업부에도 클로버추얼을 도입하고 있다. 이 회사는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수요 예측 시스템으로 매시즌 베스트셀러 아이템을 배출하고 있어 '대박 아이템 맛집'으로 불리고 있다. 이 회사는 디자이너와 MD를 비롯 전사 차원에서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Tableau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제조 부문에서는 디지털 프린터(DTP)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아크메드라비'와 같은 스트릿웨어가 선도한 DTP 제조는 최근에는 중고가 여성복과 골프웨어, 애슬레저스포츠 등 전복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섬은 프린팅이 까다로운 패션 소재도 DTP로 개발하고 있으며, 골프웨어 브랜드는 울 스웨터, 애슬레저스포츠는 폴리에스터 소재의 레깅스에 DTP를 활용하고 있다.
'아크메드라비' 섬머 컬렉션. |
◇ 스트릿웨어, 200~300장 단위 반응 생산
특히 스트릿 캐주얼은 브랜드 본사에서 직접 DTP 전문기업과 제휴해 시장 반응에 따라 하루 200~300장 단위로 재고를 발주하는 것은 기본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기성 디자인에 소비자가 요구하는 커스텀 오더까지 디지털 프린터로 소화하고 있다. 국내 1위 자전거의류 브랜드 'NSR'은 동호회별 팀복을 DTP로 제작하는 등 온디멘드 SCM이 확산되고 있다.
박현 창일 대표는 "과거 공급자 시대에는 대량생산과 그에 따른 가격경쟁력과 유통장악력을 갖춘 패션기업이 시장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시장의 유행을 자기 브랜드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소비자와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가 생태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더욱이 그들은 소수의 메이저가 아닌 수 천, 수 만의 마이크로 브랜드에서 출발한다. 무신사, W컨셉에서 성장하는 연매출 100~200억 규모의 브랜드들이 시장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프린팅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일은 장안동 본 공장에 브라더DTP 28대와 PU코팅기를 갖추고 있으며, '아크메드라비'를 비롯 스트릿 캐주얼 브랜드의 주요 생산처다. 패션산업 밸류체인 혁신은 엔데믹 상황에서 비대면 소싱이 일반화되고, 관련 디지털 솔루션 기업이 늘어나면서 가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최근 변화는 메이저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어 파급력도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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