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한섬닷컴, 무엇이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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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커머스는 거들 뿐

2018-03-26 오후 4:11:56

한섬(대표 김형종)은 자사몰 구축을 위해 2014년 9월 온라인비즈니스팀을 꾸렸다. 사업부는 ‘코오롱스포츠(중국)’, ‘헤드’, ‘슈콤마보니’ 등의 브랜드디지털마케팅을 맡았던 여유정 팀장을 비롯해 16명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이듬해 11월 자사몰 ‘더한섬닷컴과 모바일 앱 서비스를 시작했다. 첫 해 매출액은 250억. 지난해는 더블 신장한 500억을 기록했고 올해 800억을 예상하고 있다.  

더한섬닷컴은 온라인 패션시장을 연 선구자도 아니고 현대백화점그룹의 전체 외형이나 더현대몰, H몰 등 온라인 사업규모에 비춰 점 같은 규모다. ‘스타일난다’가 같은 해 연매출 1000억을 넘겼으니 한섬 입장에서는 출발도 꽤 늦은 셈이다. 그럼에도 패션시장에서는 더한섬닷컴을 현재 시점 자사몰 운영의 가장 바람직한 모델로 꼽는다. 그 이유는 뭘까. 한섬 스스로 내놓은 답은 ‘더한섬닷컴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 홍보실 조훈 과장은 “온라인 사업의 대전제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만들자’였다. 커머스의 결합은 CRM의 연장선상이다. 접근 방식부터 달랐다”고 말한다.

한섬이 30여 년 간 지켜온 이미지와 오리진, 각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온라인 상에서 똑같이 구현할 것, 백화점 매장 이용고객이 느끼는 만족감을 온라인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자사몰은 위축되는 오프라인 채널의 대체 창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더한섬닷컴'은 지난해 매출 5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8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그들은 무엇이 달랐기에 이 같은 매출 신장세를 내는 것일까.


오프라인과 동일한 가치 + 온라인만의 소소한 즐거움
한섬은 여타 패션기업 자사몰과 달리 판매채널 및 매출확장을 목적지로 잡지 않았다. 그러한 의도는 철저한 채널관리에서 잘 드러난다. 한섬 은 ‘타임’ 등 보유한 자체, 수입 브랜드 20개를 오로지 자사몰에서만 판매한다. 현대백화점의 계열사지만 현대백화점몰인 더현대닷컴에도 입점하지 않았고 이 같은 방침에 변화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1년 차 이월상품을 아웃렛 카테고리에서 판매하는 외에 시즌오프나 이벤트성 세일 판매도 하지 않는다.


한섬은 대신에 온라인 채널 이용 고객을 위한 전용상품을 만든다. 전용상품은 의류 보다 선물용으로 적합한 소품 패키지로 구성해 크리스마스 등 특정 시즌에 출시하고 있다. 가격 메리트도 있어 충성고객의 반응이 좋고, 한섬의 브랜드나 제품을 접해보지 못했던 소비자도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향후 목표는 상시 운용할 수 있는 전용 상품 기획이다. 


아웃렛 카테고리도 재고를 밀어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더한섬닷컴의 아웃렛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브랜드 별 지난해 춘하시즌 상품인 ‘신상품’과 함께 ‘기획상품’을 볼 수 있다. 이 기획상품들은 1년 전 베스트 아이템을 디자인, 원부자재 모두 동일하게 새로 제작된 것으로, 이월상품과 가격이 같다. 이미 수요가 검증됐을 뿐만 아니라 정상상품과 동일하게 모델 착용 컷 등 상세정보를 제공해 판매율 70%를 넘는 것은 기본이다.


무엇보다 한섬의 백화점 매장과 더한섬닷컴 간에는 소위 ‘매출 나눠먹기’가 일어나지 않는다. 더한섬닷컴이 오픈한 2015년부터 작년까지 주력 브랜드인 ‘타임’과 ‘시스템’, 신규 브랜드인 ‘더캐시미어’의 백화점 매출은 동일 매장 기준 매해 플러스 신장했다. 이는 새로운 고객이 유입되거나 객단가 향상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결과다. 500억의 매출은 어디에서 왔을까.


한섬이 회원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현재 자사몰 이용 고객은 백화점 이용 고객과 성별과 연령대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일부 상품에 한해 2030 젊은층 고객이 조금 늘어난 정도다. 한섬이 밝힌 유의미한 데이터는 배송지를 기준으로 인근에 한섬 브랜드가 입점한 백화점이 없는 지역에서의 주문이 늘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지역이 세종시다.  


혹자는 ‘한섬 이니까, 현대니까 가능한 전략’이라고 말 할 수도 있다. 물론 한섬이 백화점 유통에서 쌓은 브랜드 파워가 온리 자사몰, 노세일 전략 실행의 원동력임은 맞다. 한섬이 중소 전문기업에 비해 물적, 인적 자원의 우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규모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 설계의 절대조건이 아님은 LVMH의 투자를 이끌어낸 ‘젠틀몬스터’의 사례에서 본 바 있다.     


'더한섬닷컴'의 모델 촬영 장면


UI·물류·배송 시스템 구축의 원칙, ‘멀리보고 간다’
더한섬닷컴이 달랐던 점 또 하나. 물류, 배송, CS 등 인프라 구축으로 온라인 사업의 첫 걸음을 뗐다는 점이다. 일례로 한섬은 작년 초 이천의 새 물류센터로 물류기지를 옮기면서 1개 층 전체를 더한섬닷컴 전용으로 할당했다. 한섬닷컴을 통한 2016년 거래액은 250억원, 이천물류센터 구축 투자액은 한섬 연간 영업이익의 70%에 달하는 450억원이다. 기반시설 구축과 시스템 유지에 들어간 비용은 원가상승요인에서 배제했다. 표준 사이즈체계 정립과 같은 기초 준비도 없이 ‘쇼핑몰 만들기=온라인 사업’으로 여기는 일반적 사례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여기에 더한섬닷컴의 사용자환경(UI)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패션몰 중 최고로 평가 받는다. 특히 패션기업 자사몰 중 유일하게 업로드 된 모든 아이템에 대해 모델 착장 컷을 제공한다. 이는 ‘입어볼 수 없다’는 온라인 채널의 약점을 희석시켜 더 수월하게 구매를 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등공신이다. 


한섬은 영문, 중문 페이지도 알리페이, 페이팔 등 해외 결제와 배송 시스템을 온전히 세팅해 오픈했다. 특히 우리 패션 브랜드들이 취약한 글로벌 사이즈 표기는 참고해 볼 만 하다. 한섬은 자사몰 등록 모든 아이템에 자체 사이즈 체계와 함께 미국, 중국, 유럽 사이즈를 한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표로 명시하고 있다.


현재 더한섬닷컴의 해외 판매(해외직구) 비중은 전체 매출의 5%가 안되지만 중요한 것은 당장의 해외 주문 건 수가 아니다. 한섬은 규격화(global standard)라는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의 기본기를 장착하고 소비자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한편 한섬은 올해 구매 건 수 기준 비중이 전체의 70%까지 높아진 모바일 부문 고도화에 투자를 집중한다. 기술 업그레이드를 포함해 ‘고객과의 소통’에 투자의 방점이 찍혀 있다고 한다. 마케팅 이슈화를 위해 세부사항은 올 하반기 공개할 예정이다.


'더한섬닷컴' 중문판 사이즈 조건표

'더한섬닷컴' 온라인 비즈니스팀


이채연 기자
leecy@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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