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동반 성장’ ‘상생’ 말고 실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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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쿠론」등 협력사와의 파트너십 재정립

2013-06-12 오후 11:40:30

지난 4월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의류공장 ‘라나플라자’ 붕괴 참사 현장.

지난 4월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의류공장 라나플라자 붕괴 참사는 화려한 패션 산업 이면의 씁쓸한 업계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미국의 월마트와 월트디즈니 등 해외 유수 기업들마저 거래중단과 철수라는 초강수를 둔 가운데 「H&M」의 장기적 안목과 유연한 대응은 패션업계에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H&M」은 경쟁사까지 규합해 현지 노동환경 개선에 도움을 주자며 앞장서고 있다.


사실상 「H&M」은 이번 라나플라자 사건과 무관하다. 자체 규정상 주거용건물에 있는 공장과 거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노동환경 개선 협약을 주도한 건 ‘방글라데시 생산 비중이 워낙 높아 장기적 관점에서 자사의 이익을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 본사 측 입장이다.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눈앞의 어려움을 감수한 「H&M」과 같은 사례는 아직 국내 패션기업 가운데서 찾아보기 힘들다. ‘안 그래도 매출이 떨어져 죽을 맛인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유가 어디있냐’는 것이 대다수 패션기업 경영자들의 마인드일 것이다.


「H&M」 홍대 플래그십스토어.

그렇다면 국내 패션업계는 ‘을의 무덤’이기만 할까?


조직적으로 하청업체를 조이던 국내 패션업계 그물망에도 숨통이 트일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 갑을 프레임에서 벗어나 협력사와의 파트너십을 재정립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쿠론」은 지난 연말 인천 부평에 전용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기계설비ㆍ인테리어ㆍ시설 지원과 인력 강화는 「쿠론」이 투자하고, 그 동안 두텁게 신뢰를 쌓은 생산업체에게 운영권을 넘겼다. 소비자에게 최고의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체계적이고 한층 강화된 생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눈에 띄는 대목은 기계 설비뿐 아니라 식당, 휴게 공간, 냉난방 시설 등 생산자들의 근무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이는 공장 근무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하청업체가 아닌 ‘협력사’라는 의식 전환으로 이어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쿠론」이 400억원 대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과거 석정혜 디자이너가 직접 발로 뛰며 우수한 생산업체와 두터운 파트너십을 다졌기 때문”이라며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제조업체와의 긴밀한 협력과 신뢰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공동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갑의 의식 전환에 앞서 을부터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웃도어 전문 OEMㆍODM 회사 ‘인터맥스’는 소량의 샘플링 생산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와의 탄탄한 신뢰를 쌓은 케이스. 인터맥스는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세워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는 해외 브랜드의 소량 주문에 기꺼이 응하며 업체와 동반 성장했다.
 
현재「바버」「스톤아일랜드」「제냐스포츠」「잭울프스킨」등 굵직한 브랜드와 거래하기까지, 신규 브랜드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며 쌓은 신뢰 관계가 뒷받침됐다.

지난 4월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의류공장 ‘라나플라자’ 붕괴 참사 현장.



김하나 기자
kh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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