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부문의 무분별한 가격 인상 경쟁은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5년 만에 가격이 두 배로 오르는 등 최근의 과열 양상은 분명 비생산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주 밀라노에서 컨설팅 회사 베인앤코(Bain & Co.)가 이탈리아 최고 럭셔리 브랜드 협회인 알타감마 재단과 함께 연례 글로벌 럭셔리 시장 조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강조된 사실이다. 알타감마 프레젠테이션에서 프라다의 CEO 안드레아 게라(Andrea Guerra)는 명품 업계의 가격 책정 전략을 거세게 비판했다.
안드레아 게라는 "최근 몇 년 동안 럭셔리 제품 가격을 그렇게까지 올린 것은 큰 실수였다"고 말하며, 이 전략을 단순한 해결책으로 분류했다. 그는 “이는 제품의 가치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소비자를 배신한 것이기 때문에 가장 큰 실패였다. 게다가 엔트리 레벨 가격도 인상되어 전체 럭셔리 부문이 더욱 더 업마켓으로 이동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실수는 이제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올리비아 게라는 “우리는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는 것으로 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전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다. 매장에서 럭셔리 브랜드는 매력적이고 독특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동시에 ”럭셔리 그룹은 5~6%의 마진 포인트를 잃었다. 맹목적으로 가격을 쫓다 보니 비용과 운영 효율성을 모니터링하는 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용에 주의한다고 해서 현재 대부분의 브랜드가 모든 프로젝트를 중단한 중국에서처럼 투자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올리비아 게라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합리적인 브랜드 관리와 창의성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브랜드]는 어느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서는 안 된다. 이 균형은 우리 사업에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하면서, “현재 잘 나가고 있는 브랜드들은 모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장기적인 관계를 맺고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라며 프라다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2024년은 전 세계 럭셔리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온 한 해였다. 이 부문의 총 매출은 1조 4,778억 유로(2,169조 9,720억 원)로 2023년에 기록한 1조 5,000억 유로보다 2% 감소했다. 패션, 가죽 제품, 주얼리, 시계, 뷰티 제품을 포함한 럭셔리 제품 부문의 매출만 보면, 2022년에 22% 급증한 후 작년과 비슷한 3630억 유로(약 533조 219억 원)를 기록했다. 팬데믹 이후 판매 호황 이후 정상화가 예상되는 것과는 별개로, 소비자들이 럭셔리 브랜드가 시행한 정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디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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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부문의 제품은 2년 만에 생산량이 20% 이상 감소했다. |
베인앤컴퍼니의 파트너이자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인 클라우디아 다르피지오(Claudia D'Arpizio)는 “시장의 최상위권을 향해 브랜드를 재배치하는 전략은 분명히 성장 둔화에 기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략이 너무 무리하게 추진되었다. 수년간의 럭셔리 민주화와 포용성에 초점을 맞춘 럭셔리 산업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업계는 가장 가치 있는 제품의 가격을 급격하게 인상했을 뿐만 아니라 보급형 제품 가격도 인상했다. 또한 매장 이용도 더 복잡해져 예약을 통해서만 매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덧붙였다.
클라우디아 다르피지오는 “2024년에도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 즉 가장 부유한 소비자들만이 회복력을 유지했는데, 이는 이들이 사실상 럭셔리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몇 년간 세련된 스트리트웨어와 스포츠웨어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Z세대 소비자들은 이제 버림받았다. 매우 부유한 사람들조차도 명품 브랜드가 설정한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대한 정당성을 찾기 시작했는데, 이는 고가 럭셔리가 자신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더리얼리얼과 같은 리세일 사이트에서 거의 동일한 제품을 45%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베인앤컴퍼니의 연구에 따르면 가격 책정 효과는 주로 두 가지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제품 가격을 급격하게 인상하면서 그에 따라 판매량을 줄였다. 이는 공급망과 섬유 산업에 영향을 미쳐 2022년과 2024년 사이에 생산량이 20%에서 25% 감소했다.
이번 연의 다른 저자인 페데리카 레바토(Federica Levato)는 “올해는 생산량이 두 자릿수 비율로 감소하는 첫 해다. 지속적으로 번창해온 뷰티 및 안경 카테고리를 제외한다면, 우리는 전체 럭셔리 부문을 위험에 빠뜨리는 진정한 붕괴를 목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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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상으로 인해 5천만 명의 럭셔리 소비자들이 떠나고 있다. |
럭셔리 업계의 고가 정책으로 인해 2년 만에 전 세계 4억 명에 달하는 고급 소비자 중 5천만 명의 하이엔도 소비자가 사라진 것도 럭셔리 부문의 또 다른 악재다. 그 결과, 현재 전 세계 명품 시장 매출의 45%는 2%의 고객, 이른바 매우 중요한 고객(VIC)이 창출하고 있는데, 이들은 제공되는 경험의 평준화와 그로 인한 구매 압력으로 인해 스스로를 점점 덜 중요한 고객으로 인식하고 있다.
만약 더욱 경쟁이 치열하고 복잡해진 시장의 맥락에서 모든 것을 고려한다면 럭셔리 부문은 두 가지 측면에서 손실을 입을 위험이 크다. 바로 매출 손실과 시장 점유율 하락이 그것이다. 클라우디아 다르피지오는 “고급화 정책으로 인해 브랜드는 시장에 엄청난 격차를 남겼다. 이제 리테일러와 대중 브랜드는 물론 재판매 사업자와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예를 들어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성장과 자라에서 스테파노 필라티의 컬렉션이 성공한 것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로컬 브랜드의 영향력 상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상류층 고객에 집중했던 럭셔리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누구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기본에서 시작하여 헤리티지에 대한 충성도를 활용하고, 창의성과 콘텐츠를 충분히 주입하고, 완벽한 제품을 제공하는 동시에 소비자와의 관계를 형성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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