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유명인 등이 월요일 밤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 모여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CFDA)가 주관하는 연례  시상식 ‘2024 CFDA 패션 어워즈'에서 패션계 최고를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보통 11월 초에 열리는 행사지만 올해는 미국 대선 때문에 일주일 앞당겨 행사를 개최했다.

아마존 패션이 후원하는 '2024 CFDA 패션 어워즈'의 사회를 맡은 배우 겸 가수인 신시아 에리보는 디자이너 백 포센의 마녀 후드가 달린 갭 맞춤 가운을 입고 레드카펫을 열어 이날 밤의 '아메리칸 블랙 타이' 주제와 '위키드' 프레스 투어의 균형을 완벽하게 맞췄다.

먼저 ‘올해의 미국 남성복 디자이너’로는 지난해에 이어 윌리 차바리아(Willy Chavarria)가 2년 연속 선정됐다. 윌리 차바리아는 201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론칭했으며, 2021년부터 캘빈클라인 남성복 디자인팀에 합류해 활동하고 있다.

올해의 미국 남여성복 디자이너상을 각각 수상한 윌리 차바리아(왼쪽)와 라울 로페즈

‘올해의 미국 여성복 디자이너’에는 LVMH 프라이즈 최종 후보로 주목받았던 레이첼 스콧(Rachel Scott)이 선정되며 화제를 모았다. 자신이 태어난 카리브해 스타일이 돋보이는 여성복 브랜드 디오티마(Diotima)를 전개하는 레이쳇 스캇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장의 폐쇄가 의류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목도한 후 고국인 자메이카의 전통 크로셰 니팅을 전문으로 하는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화제를 모았다. 자신의 뿌리를 참조한 매니시하고 세련된 테일러링과 장인 정신의 균형이 인상적이다.

올해의 국제 디자이너 상은 스키아파렐리의 아트 디렉터 다니엘 로즈베리가 수상했다. 2019년 베르트랑 귀용의 뒤를 이어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스키아파렐리를 이끌고 있는 미국 출신의 아트 디렉터  다니엘 로즈베리는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났으며, 동문인 디자이너 톰 브라운이 전개하는 브랜드에서 11년 동안 일하며 마지막 5년간은 남여성복의 디자인 디렉터로 일한 후 20세기 초현실주의 패션의 대가인 엘사 스키아파렐리의 유산을 이어가고 있는 프랑스 럭셔리 하우스 스키아파렐리에 합류했다.

올해의 국제 디자이너상을 수상한 스키아파렐리의 아트 디렉터 다니엘 로즈베리

특히 다니엘 로즈베리가 이끄는 스키아파렐리에서 제작한 옷들은 많은 셀럽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으로 킴 카다시안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식스팩 복근 모양이 새겨진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되었고, 레이디 가가는 조 바이든의 취임식 때 진한 남색의 야회복과 황금 비둘기 브로치를 착용해 주목을 받았으며, 비욘세와 노아 사이러스가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입고 온 스키아파렐리 맞춤 의상이 <뉴욕 타임스>와 <하퍼스 바자>에서 가장 인상적인 착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의 미국 액세서리 디자이너’로는 브랜드 루아(Luar)의 라울 로페즈(Raul Lopez)가 2년 연속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루아는 두아 리파, 줄리아 폭스 등 여러 셀럽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도미니카 공화국 이민자의 자녀인 디자이너의 경험을 컬렉션에 담았다. 그는 컬트적인 인기를 얻은 후드 바이 에어(Hood By Air)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올해의 신인 디자이너’에는 브랜드 잔코프를 전개하고 있는 헨리 잔코프(Henry Zankov)가 이름을 올렸다.

올해의 미국 액세서리 디자이너 상을 수상한 루아의 라울 로페즈(가운데)가 패리스 힐튼과 니콜 리치(오른쪽)가 수상 후 포즈를 취했다

그 밖에 ‘올해의 패션 아이콘’ 부문은 아티스트 에리카 바두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마존 혁신상'은 코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베버스가 수상했다.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브랜드’ 부문에서는 한때 뉴욕 패션계를 휩쓸었던 마이클 코어스가 선정되며 새로운 변화를 인정받았다. 안나 윈투어가 시상을 맡은 미디어 상은 여류 사진작가 애니 아보비츠가 수상했다. CFDA 패션 어워드의 전체 수상자 목록은 아래와 같다.

2024 CFDA 어워즈 수상자 명단 (괄호 안은 브랜드명)

- 올해의 미국 남성복 디자이너: 윌리 차바리아

- 올해의 미국 여성복 디자이너: 레이첼 스콧(디오티마)

- 올해의 패션 아이콘: 에리카 바두

- 창립자 상: 해미시 보울스

- 올해의 미국 액세서리 디자이너: 라울 로페즈(루아)

- 미디어 상: 애니 라보비츠

- 아마존 혁신상: 스튜어트 베버스(코치)

-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브랜드: 마이클 코어스

- 구글 쇼핑 선정 올해의 미국 신진 디자이너 상: 헨리 잔고프(잔코프)

- 올해의 국제 디자이너 상: 다니엘 로즈베리(스키아파렐리)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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