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플러스·팔레트 컬러 리서치·오페라·테클라 등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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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라플러스(FILA+) 2024년도 가을/겨울 프레젠테이션, 무신사 엠프티 성수(ⓒ Images Courtesy of Hong Sukwoo) |
◇ 프리미엄 스포츠 웨어, ‘휠라플러스’
2024년 가을, 패션마켓은 서울 곳곳에서 꽤 재미있는 작고 큰 움직임들이 있었다.
휠라가 새로 선보이는 고급 스포츠웨어 레이블인 ‘휠라플러스(FILA+)’가 이번 가을, 런던의 도버 스트릿 마켓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컬렉션을 공개했다. 한국에도 얼마 전 무신사 엠프티 성수에서 런칭 쇼케이스를 열고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팔라스’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레브 탄주(Lev Tanju)가 직접 방문해 사람들을 만났다.
레브 탄주는 휠라플러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브랜드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스포츠웨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맡고 있다. 새로운 휠라플러스는 ‘네오 이탈리아니즘(Neo Italianism)’을 표방, 이탈리아 헤리티지와 동시대 스트릿 웨어의 감성을 결합하고, 일상에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고급스러운 스포츠웨어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남성 패션 잡지 <판타스틱 맨(FANTA STIC MAN)>과 나눈 인터뷰에서, 새로운 브랜드의 수장이 된 후 휠라가 탄생하고 오랜 아카이브가 남아 있는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Piedmont) 지역의 작은 공장 마을인 비엘라(Biella)로 떠났다고 했다. 그곳에서 레브 탄주는 1970년대와 80년대, 휠라를 세계적으로 상징적인 스포츠웨어 브랜드로 만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루이지 롤란도 (Pierluigi Rolando)에 사로잡혔다.
FILA+의 첫 번째 컬렉션 주제는 ‘러브 어게인(Love Again)’인데, 이는 레브 탄주가 ‘스포츠웨어가 이탈리아 스타일 문화에 들어오는 순간에 매료되었다’라고 언급한 20세기 중후반 스포츠웨어 황금기를 향한 헌사였다.

FILA+의 컬렉션을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서) 떠올리면, 어떤 향수가 묻어나는 이탈리아의 고전적인 운동복과 그들의 일상과 문화에 관한 탐구처럼 느껴진다. 스포츠를 즐길 때만 입는 옷이 아니라, 삶에 자연스럽게 들어온 스포츠웨어의 이야기를 지금 시대에 이식하여 새롭게 바라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혼합하여 표출하는 요즘 시대에 하나의 브랜드가 문화적 혹은 정서적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에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해야 한다.
큰 브랜드의 작은 시작이 과연 어떤 출발이 되고, 어떤 유대의 과정을 거치게 될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이 브랜드의 첫 컬렉션에 트랙 수트 집업 재킷과 ‘타이(tie)’가 함께 있는 모습이 좋았다. 아직 소셜 미디어가 없던 시절, 드물게 찾은 외국의 거리 패션 사진을 보았을 때 딱히 꾸미지 않은 듯한 젊은이들이 대충 메고 있던 타이에는 테일러드 재킷이 아니라 스포츠웨어가 함께했다.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어떤 향수 같은 것이 그들의 옷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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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트 컬러 리서치 |
◇ 프라이빗 브랜드 ‘팔레트 컬러 리서치’
썸원라이프(SOMEONE LIFE)에 새로운 브랜드가 생겼다. 김강민 대표가 직접 만든 또 하나의 프라이빗 브랜드, 팔레트 컬러 리서치(Palette Color Research)다.
‘팔레트 컬러 리서치’는 이름처럼 하나의 색을 지정하고, 그 색에 어울리는 '무언가'를 발견할 때 캡슐 컬렉션 방식으로 협업한 결과물을 내놓기로 했다. 첫 번째 결과물은 (다채로운 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썸원라이프의 다양한 브랜드와 달리) 예상 외로 '검정'을 다룬다. 그 안에 자체 제작한 검정 데님 팬츠와 블루종 재킷, 바지와 가방, 후드 파카가 있다. 정교하게 만들고 손길이 닿은 느낌이 좋은 옷이 조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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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브랜드 세컨핸즈 편집매장 오페라(OPERA)(ⓒ Images Courtesy of YIJU) |
◇ 빈티지 매장 ‘오페라’
‘트윈 픽스(Twin Peaks)’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프로젝트 팝업 공간으로 알려진 오페라(OPERA)는 국내외 디자이너 브랜드의 중고 혹은 빈티지 옷과 장신구를 파는 매장이다. 완연한 상업 거리와 떨어진 종로구 내수동에 있으나, 예상컨대 한번 방문해 보고 마음에 든다면 꾸준히 발길이 가는 그런 곳이다. 여기 자기 물건들을 내보내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나와 어느 정도 ‘옷을 좋아한’ 시대를 공유하는 듯하여 사실 더 마음이 쓰인다.
니콜라 제스키에르(Nicolas Ghesquiere)의 미래적인 발렌시아가(Balenciaga) 빈티지 재킷부터 코스믹 원더 라이트 소스(Cosmic Wonder Light Source)의 셔츠 그리고 라프 시몬스(Raf Simons)의 상징적인 검정 레이블이 사뿐하게 올라간 간결한 갈색 머플러 같은 것이 오페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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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클라(TEKLA) (ⓒ Images Courtesy of AURALEE) |
◇ 홈웨어 ‘테클라’ 팝업
‘테클라(TEKLA)’는 사람들의 패션 취향과 상관없이 집에서는 편안하게 보내고 싶다는 느낌을 준다. 정식 매장 하나 없이 이미 수많은 사람의 집에 스며든 이 정직하고 단아한 느낌의 덴마크 홈웨어 및 패브릭 브랜드는 리빙 제품을 제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원단을 개발하는 회사여서 그런지 단순히 소비자 입장을 넘어서 배울 점이 많다.
다소 변주가 있던 몇 번의 협업을 진행, 그 중 스투시(Stussy)와 테클라의 협업 제품은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물건 중 하나다. 성수동의 29CM 팝업 공간인 ‘29 성수’에서 국내 첫 번째 팝업 매장을 선보인 이후, 최근 이 브랜드는 일본의 디자이너 브랜드 ‘오라리(AURALEE)’와 함께 새로운 협업 컬렉션을 발표했다. 편안하고 단순한, 그러나 감정과 정서를 건드리고 표현하는 두 브랜드의 만남은 굉장히 시의 적절해 보였다. 요즘 같은 불안과 격변의 시대에 더더욱 말이다.
홍석우
yourboyho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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