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럭셔리, 니치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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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7 오전 9:16:37

이현주의 강소 패션기업을 위한 트렌드 워치18




아시아 전문 유통 기업 Bluebell Group은 지난 7월 중국, 일본, 한국, 홍콩, 대만, 동남아시아(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소비자 2,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2022 아시아 라이프스타일 소비자 프로필'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되었는데, 소비자들이 '니치 브랜드'를 새로운 럭셔리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의하는 니치 브랜드란, 보다 소수의 사람들만 알지만 훌륭한 스타일과 품질을 제공하는 브랜드를 의미한다. 중국 소비자의 89%, 한국 소비자의 82%가 니치 브랜드가 새로운 럭셔리라는 데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러 이러한 브랜드가 새로운 럭셔리라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물으면 당연히 그렇다고 답하겠지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목할 부분은 응답의 증가율이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같은 질문에 대한 동의율이 중국의 경우는 무려 34%, 한국의 경우도 16%나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희소성'을 중시하기 시작했음을 반증한다.



<표1> 럭셔리로서 니치브랜드에 대한 인식: '럭셔리는 이제 더 적은 사람들이 알지만 훌륭한 스타일과 품질을 제공하는 틈새 브랜드에 더 가깝다'에 대한 동의율

최근 명품 브랜드들이 주요 인기 품목의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샤넬의 경우 지속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제품 가격이 평균 70%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물론 원자재비용 상승, 공급망 문제 등 다양한 인상 요인이 있겠지만, 브랜드가 대중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좀 더 설득력이 있다. 샤넬 핸드백이 인기를 끌면서 역설적으로 소매가격이 250~300만원까지 하락한 것을 그 근거로 든다. 가격을 높여 '대중성'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다.


전 에르메스 CEO인 패트릭 토마스는, 브랜드가 호감이 갈수록 더 많이 팔리지만 더 많이 팔수록 덜 갖고 싶어진다라며 럭셔리 산업의 역설을 얘기한 바 있다. 어쩌면 스몰 브랜드들의 고민이 명품 브랜드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겠다. 특별함과 차별성을 내세우며 희소성을 강조하지만, 이윤은 희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랄까?


보고서에 따르면 여전히 80% 이상의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할 때 브랜드의 명성을 중시하고, 지위를 상징하는 수단으로 럭셔리를 소비한다. 전통적인 명품 강자들이 가격을 올려 희소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그럼 명품이 아닌 브랜드는? 명성과는 거리가 먼 스몰 브랜드는 어떻게 희소성을 확보하면서 브랜드를 알리고 성장할 수 있을까? 필자는 '니치 브랜드'의 정의를 보며, 희소하다의 결이 조금 달라진 것을 느낀다. '아무나 살 수 없는'이 아니라 '아는 사람만 아는'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할까?


누구나 알 만한 샤땡 루땡이 아니어도, 아니 오히려 누구나 아는 샤땡 루땡이 아니라서 더 좋다는 뉘앙스, 조금 더 나아가 너도 알아?로 교감할 수 있는 취향의 유대감 같은 것 말이다.


<그림1>런던 브릭레인의 인기있는 빈티지 매장 194Local

얼마전 영국 가디언지에서 런던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일명 '큐레이티드 빈티지' 매장들에 대해 보도한 적이 있다. 90년대나 Y2K가 유행하면서 빈티지 아이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양질의 인기 품목들을 큐레이팅해 판매하는 매장들이 열성적인 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운영자가 인기 품목을 확보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림을 하면 고객들은 휴가를 내고 기차를 타는 시간과 노력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서는 몇 분 안에 매진사태를 만든다는 거다.


재미있는 것은 인터뷰에서 한 고객이 한 말이다. 다른 곳에서 이미 같은 아이템을 구했지만, 품질과 희소성에 있어서는 여기가 최고라서 바로 달려왔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에게 빈티지는 워낙 희소함이라는 가치로 차별화되지만 그 중에서도 매의 눈으로 엄선하는 퀄리티가 더해지니 열망의 대상이 된 것이다. '보다 소수의 사람들만 알지만 양질의 스타일과 품질을 제공하는' 니치 브랜드인 것이다.


희소성을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의 욕망이다. 누구나 얻을 수 없는 것은 희소하다. 그리고 그 희소함은 가격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될 수도, 정보가 될 수도, 커뮤니티가 될 수도 있다. 지금처럼 취향과 다양성이 중요하고, 열명 중 여덟, 아홉이 '소수만 아는 것'에 가치를 두는 시대에 스몰은 이미 새로운 럭셔리다.




이현주 미닝시프트 대표
zeki@meaningsh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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