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7년간 다녔던 남성복 캐릭터 브랜드를 그만두고 지난 6월 새로운 회사에 둥지를 틀었다. 개인적으로 키덜트를 좋아해 내 책상과 책장에는 항상 캐릭터 피규어들과 작은 선인장이나 장식용 소품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소품들은 나에게 일시적인 기쁨이나 편안함을 주었지만 사무실 환경이 바뀌거나 이직을 할 경우 대부분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거나 동료들에게 나눠주었고, 새로운 환경에서는 새로운 예쁜 소품들이 자리잡곤 했다.
해외출장을 가거나 국내 시장 조사를 하다 가도 예쁜 패션 의류를 보면 꼭 필요하지 않아도 그들의 매력에 빠져 구매하는 일이 종종 있다. 일년에 대여섯번 정도라도 입었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한 번도 입지 않고 옷장만 차지하는 옷들도 제법 많이 쌓이게 되어 입지 않는 옷들은 연례행사처럼 기부를 하거나 의류수거함에 버리는 것으로 마무리하곤 했다. 처음에는 너무 예쁘고 매력적인 상품이였는데 오래가지 않아 충동적인 구매를 탓하며 결국 쓰레기통이나 의류수거함에 버려지는 옷들을 보며 나는 이런 상품들을 '예쁜 쓰레기'라고 불렀다. 문제는 나와 같은 현재의 소비자들이 2000년에 비해 평균 60%의 옷을 더 구입하고 있지만, 사용기간은 이전에 비해 절반 정도이며, 옷장에 있는 옷의 40%는 입지 않는데 있다.
산업경제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세계적으로 의류 생산에 사용된 총 섬유 투입량 9,200만톤의 87%는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섬유재활용도 대부분 단열재, 청소포, 충전재 등 가치가 낮은 제품으로 12%가, 의류 재생산에는 1%가 재활용된다고 한다. 또 폐의류도 매립57%, 소각 25%로 처리되는데, 관련 비용뿐 아니라 매립에 따른 2차 환경 오염이 발생한다. 또한 중고의류 재활용 10%, 중고의류로 재사용 8%로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예쁜 쓰레기들을 어떻게 재활용해 재사용 비중을 늘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늘게 되었다. 그 중 대안이 바로 업사이클이다.

업사이클 대표 브랜드 '프라이탁'
업사이클(Upcycle)이란 용어는 1994년 리너 필츠 (Reiner Pilz)가 처음 사용하면서 시작됐고, 창의적인 크리에이터들 참여로 예쁜 쓰레기들이 심폐소생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패션비즈니스 모델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업사이클 모델의 성공 사례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브랜드는 아마도 '프라이탁'일 것이다. 1993년 스위스 업사이클 패션 브랜드로 탄생한 프라이탁은 버려진 천막과 방수포 등을 재활용해 제품을 수작업으로 만드는 기업이다. 다니엘과 마커스 프라이탁 형제가 취리히의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가방에 있는 물건들이 비에 젖어 이를 막기위해 적당한 소재를 찾다가 발견한 트럭위의 방수천을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한 메신저백이 사업의 시작이었다. 5년이상 사용해 더 이상 원래 기능을 할 수 없는 소재를 사용해 이를 세척하는 과정 또한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빗물만을 사용하여 친환경 세척을 한다. 매년 50만개를 생산하고 매출액은 연간 700억 정도라고 한다.
예쁜 쓰레기들의 반란은 이제 단순히 재활용하는 수준을 뛰어 넘어 새활용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의식 있는 패션기업이나 크리에이터에 의해 신선한 아이디어가 더해져 폐기물을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닌 우리의 자원으로 재활용되거나 재탄생되어 그 이상의 가치와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젠 예쁜 쓰레기들의 반란을 뛰어 넘어 예쁜 쓰레기들의 혁명을 기대해 본다.

신광철은 이신우, 신세계톰보이, 삼성물산에서 기획 MD와 사업본부장을 거쳐 루이코리아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플러스앤파트너스에서 지속가능한 패션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는 커머셜 디렉터를 맡고 있으며 전경련 ESG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신광철 플러스앤파트너스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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