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 이제 리뉴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리뉴얼을 어떻게 배워야 할까요?
리뉴얼의 교범이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는 애플 웹사이트이다. 나는 애플에서 물건을 사지 않고 공부하려고 들어간다. 신제품이 나올 때 마다 한국어와 미국 사이트를 동시에 띄워서 비교하면서 살펴본다. 무엇이 바뀌고 무엇을 바꾸지 않았을까? 변한 것은 무엇이고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라임을 끼워 넣었을까? 어떤 단어를 사용했을까? 한국어로는 어떻게 번역했을까? 애플의 경우는 특성을 말하기 위해서 2015년에는 '애플 톺아보기'라는 표현도 했다. '톺아보기'라는 말이 신선해서 미디어에서는 이 단어를 가지고 기사까지 썼다.
먼저 애플 아이폰에 대해서 제품마다 어떻게 소개했는지 살펴보자. 개인적 취향으로 뽑은 슬로건이다.
·iPhone 3G The iPhone you have been waiting for 당신이 기다리던 아이폰
·iPhone 4 This changes everything. Again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iPhone 5 The biggest thing to happen to iPhone since iPhone
iPhone 이래 가장 획기적인 iPhone
·iPhone 5s Forward thinking 한 발 앞선 생각
·iPhone 6s The only thing that's changed is everything 달라진 것은 단 하나, 전부입니다
·iPhone X Say hello to the future 미래와의 조우
·iPhone 13 Oh.So.Pro 이게 바로 프로. 일상을 위한 비상한 능력.

개인적으로 아이폰 13[일상을 위한 비상한 능력]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러나 지금까지 최고의 슬로건을 뽑는다면 [iPod Pro 당신의 다음 컴퓨터는 컴퓨터가 아니다] 이 슬로건은 브랜딩의 절정이라고 하는 Not A But B를 사용해 쓴 카피다. [자동차가 아닙니다. 꿈입니다.] [우리는 다이아몬드를 팔지 않습니다. 영원한 약속을 팝니다] 뭐 이런 식이다.
리뉴얼 능력의 핵심은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을 소개하는 것이다. 제품이 바뀐 것보다 먼저 소비자의 마음을 바뀌게 해야 한다. 그래서 리뉴얼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시끌벅적하다. 비싼 용역을 주어서 리서치와 컨설팅을 하면서 현란한 프리젠테이션으로 경영자의 마음을 후린다. 마치 병원 드라마를 보면 의사역을 하는 배우들이 전문 의학 용어를 사용하면서 환자를 무슨 전자인간 대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것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 고집하면 리뉴얼은 '브랜드 잔혹사'로 끝나는 존속살해다. 리뉴얼을 배우고 싶다면 먼저 리뉴얼의 근본을 알아보자.

◇ 창조적 파괴, 리뉴얼의 얼굴
리뉴얼(Renewal)과 혁신(Innovation)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어렵다. 일단 리뉴얼은 행위라고 한다면 혁신은 철학이라고 생각하자. 혁신(Innovation)이란 단어는 원래 '다시 새롭게 만들다'란 뜻의 라틴어인 'Innovare'에서 유래됐다. 즉, 혁신은 '재창조'라는 뜻이다. 사전적으로는 '사회의 관습, 양식, 의식 등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것'을 의미한다. 학자들은 혁신을 그 정도에 따라 연속적 혁신과 불연속적 혁신으로 나누어 말하고 있다. 연속적 혁신이란 흑백 TV에서 컬러 TV로, 혹은 유선전화기에서 무선전화기로 바뀌는 것처럼 기존의 제품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연속적 혁신은 기본적인 사용법이나 소비 패턴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기존 제품을 대체하고 비교적 신속하게 확산한다. 반면 불연속적 혁신은 타자기에서 PC로, 마차에서 자동차로 바뀐 것처럼 기능이나 용도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바뀌거나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용도의 제품이 개발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처럼 혁신의 정도가 큰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학습과 소비 행동의 변화를 요구하므로 마케팅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한다.
그러나 '변화시키는 새로운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연속적 혁신이나 불연속적 혁신의 차이는 단순한 '프로세스'의 차이에 불과할 뿐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혁신은 프로세스의 개선이 아니다. 혁신의 시작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에서 시작된다.
경제학자인 슘피터는 그의 저서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에서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창조적 파괴 정신과 기술혁신이라고 간파한 바가 있다. 그러니깐 애플의 근본정신은 여기서 시작한 것이다. 그는 혁신이란 창조적 파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혁신은 '감성을 기초로 한 이성의 변화'에서 태생한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말하는 창조적 파괴란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 기존의 시스템, 규정, 관행, 제품, 기술, 제조공정 등을 파괴하고 새로운 환경이 요구하는 새로운 시스템, 규정, 관행, 제품, 기술 및 제조공정 등을 만드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끊임없는 혁명 상태에서만 진보할 수 있다. 즉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과 제품, 새로운 작업 방식 등에 의해서 예전의 것이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브랜드가 진보하기 위해서도 이와 동일한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고관여 시장이며 준거 집단이 있는 시장인 패션 시장에서는 더욱 창조적 파괴라는 패러다임이 중요하다. 바로 LVMH회장이 이를 간파하고 자신의 회사를 '혁명적인 혁신의 거장'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패션의 본질이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패션계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인정하듯이 트렌드는 힘이며, 트렌드는 돈이며, 트렌드는 질서이며 그리고 트렌드는 브랜드 라이프 사이클을 결정하는 운명의 신이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트렌드가 공포에 가까운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바로 트렌드 그 자체가 '창조적 파괴의 힘'을 가진 '변화'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아주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어떤 사람은 패션을 걸레 장사라고 치부해 버린다. 그것은 지금까지 걸레 마케팅만 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나온 것이다. 누가 다이아몬드를 '돌 장사'라고 말하겠는가? 다이아몬드는 최고의 사치품 사업이다. 하지만 아무리 주먹만한 다이아몬드라고 해도 원시섬에서는 짐승의 가죽을 벗기는 그런 연장으로만 쓰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모든 것은 환경에 따라서 용도가 달라진다.
창조적인 경영자는 시장환경을 변화시켜서 새로운 필요와 욕망을 만들거나, 기존시장에 대체상품을 만들어서 환경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이다. 즉 '변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기존의 질서와 욕망을 파괴하고 재편성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패션 마케터는 '파괴'라는 차원에서 시장을 바라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트렌드'가 '창조적 파괴'이며 이것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창조' 외에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패션의 리뉴얼은 방어가 아니라 공격이다.
정인기 기자, 권민 객원 에디터
unitasbrand@gmail.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