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 재무제표로 경영을 배우다 4>

글로벌 기업 두 곳의 2020년 실적을 참고로 비교해 보자.
기업이 소유한 여러가지 다양한 자산항목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물론 모든 자산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화폐가치가 달라지면 당연히 실질가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여기선 화폐의 액수로 대변되는 명목가치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보도록 하겠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자산을 우리는 투자목적 자산으로 볼 수 있다. 골동품이나 그림을 비롯한 희소성이 높아지는 자산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대부분 자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격이 하락한다. 그렇다. 자산에도 신선도가 존재한다.
대부분 자산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하락한다는 사실은 기업에 몸담아 본 사람이라면 모두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시간의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자산이 무엇인지 구분하고 그것에 대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접근이 필요하다.
패션기업에게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크게 가치가 하락하는 자산은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두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재고자산이고 다른 하나는 매출채권이다. 물론 감가상각(매년 일정한 약속에 따라 가격을 낮추고, 낮춘 만큼 비용으로 처리)을 공식적으로 적용하는 유/무형 고정자산이 대표적인 가치하락 자산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고정자산은 기업활동에 투입할 목적으로 구입할 때부터 감가상각이 진행될 것을 이미 알고 시작하는 자산이다. 때문에 고정자산의 감가상각은 당연하고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다. 하지만 재고자산은 처음부터 안 팔릴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매출채권 또한 못 받을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이 둘은 기업활동에서 관례적이고 결과론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서 고정자산과 다르게 관리 수준에 따라 규모가 달라진다.
먼저 국내 26개 상장, 비상장 기업의 재고자산 평균적인 규모를 2020년 재무제표를 통해 알아보면 매출액의 23.5%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한 단계 더 내려가서 재고자산이 매출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군(A그룹)과 30% 미만 기업군(B그룹)으로 나눠 그 차이를 확인해 보자. A그룹에서는 재고자산/매출이 평균 38%를 보이는 반면 B그룹은 평균 20%를 보임으로서 두 그룹 간의 차이는 거의 두배에 해당한다.
재고가 많은 그룹의 평균 재고회전율(=매출/재고)은 2.6회전인 반면 재고가 작은 그룹은 5.1회전을 보이고 있어 이들은 같은 재고금액으로 다른 그룹에 비해 두 배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패션기업에게 있어서 재고의 크기는 중요한 경영의 성적표로 인식되고 있다. 재고가 커지면 돈이 묶이고 자산의 가치는 급속히 떨어진다. 때문에 재고를 줄이거나 같은 재고로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이 패션기업에게는 사활이 걸린 일인 것이다.
매출채권의 경우엔 26개사의 매출채권/매출의 평균율이 8%로서 대부분의 패션기업들이 1개월치 정도의 매출액과 유사한 매출채권 잔액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글로벌 기업 두 곳의 2020년 실적을 참고로 비교해 보자.
결론적으로 기업실무에 적용해 본다면, 패션기업의 평균 재고금액은 연매출의 23.5%가 국내 패션업계 평균으로 보이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내어 2개월분 매출 규모인 17%(매출대비)를 목표로 관리해가면 좋을 것 같고, 매출채권은 업계 평균을 감안해 1개월분의 매출액에 해당하는 8%(매출대비) 미만으로 관리하면 좋을 것 같다. 이처럼 재고와 매출채권은 마치 우리가 체중을 관리하듯 비만에 빠지지 않도록 귀사만의 기준을 가지고 철저히 관리해야만 한다.

김성호 실전리더스쿨 대표 - 턴어라운드 전문가, 작가 <돌파하는 기업들>, (전)이랜드 유럽법인장 |
김성호 실전리더스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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