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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700년 전 철학의 아버지라고 하는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철학자와 과학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피타고라스는 ‘숫자’라고 생각했고, 데모크리스토스는 ‘원자’로 이해했고, 헤라클레이토스는 ‘불’이라고 믿었다. 그런가 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물, 공기, 불, 흙이라는 4대 원소로 세상이 이루어져 있다고 확신했다. 현대 물리학에서도 여전히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연구 중이다.
세상까지는 모르겠지만 시장은 브랜드로 이루어졌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자리에서 주변이나 창문 너머 길거리만 보아도 모든 것이 브랜드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장 자신이 입은 옷과 사용하고 있는 펜이나 노트만 보아도 그렇다. 모두 ‘이름’과 ‘상징’이 박혀 있는 상품, 브랜드다. 시장이 브랜드로 이루어졌다면 브랜드는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
물고기가 ‘물’을 모르는 것처럼, 인간도 ‘공기’를 모른다. 정말 공기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금 들이마신 공기에 대해 아는 바를 한 줄만 써보자. 공기는 무엇인가? 아마 반사적으로 ‘산소’라는 단어가 생각났을 것이다. 공기는 질소가 78%, 산소는 21% 그리고 나머지는 아르곤,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로 이루어졌다. 그러면 좀 더 어려운 질문을 해보자. 공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지구의 공기는 어떻게 모든 장소에서 일정할까? 우리는 익숙하고 당연한 것에 대해서 질문을 하지 않는다. 이런 질문의 대답을 찾는 사람을 과학자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세상이라고 하는 시장을 가득 찬 브랜드에 대해서 한 줄로 답해보자. ‘브랜드란 무엇인가?’ ‘브랜드는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진짜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 질문은 과학자가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맨이 해야 한다.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믿음에 따라서 다른 세상을 사는 것처럼, 브랜드도 자신이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비즈니스를 하게 된다. 브랜드도 아는 만큼 보인다.
◇ 마케팅 근시안과 브랜드 난시안
‘마케팅 근시안’이라는 단어는 1960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7/8월호에 발표된 테드레빗(Ted Levitt)의 소논문 제목에서 처음 등장했다.
테드 레빗은 경영학에서는 탈레스 철학 자급이다. 마케팅 근시안의 의미는 기업이 제품개발이 아닌 고객에게 초점을 맞춰, 고객의 가치 만족을 극대화하는 마케팅을 우선시 해야 하는 시력이 없는 것이다. 테드 레빗은 철도의 사례를 들어 마케팅 근시안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 철도가 문제를 겪는 것은 고객이 철도에 바라는 요구가 대체재에 의해 채워졌기 때문이 아니라, 철도 그 자체로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도 경영인은 자신이 운송 비즈니스에 종사한다기보다 철도현업에 종사한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다른 운송업 사람들이 그들로부터 고객을 빼앗아가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 자신들이 몸담은 산업에 대해 잘못된 정의를 내린 이유는 그들이 운송 지향적이지 않고 철도 지향적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객지향적이기보다 제품 지향적이다.”
1960년대에 이런 지식이 있다고 2021년 지금 마케팅 근시안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기업의 경영자와 마케터는 대부분 마케팅 근시안이다. 이런 근시안으로 인한 이른바 시장 착시 현상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마케팅 근시안을 벗기 위해서는 스타벅스가 ‘우리는 커피 비즈니스가 아니라 피플 비즈니스다’라고 말한 것처럼 고객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브랜드 관점을 가져야 한다.
마케팅에서는 근시가 문제라고 한다면 브랜드에서는 난시가 문제다. 난시는 안구에 입사된 빛이 망막 위의 한점에서 초점을 맺지 못해 발생하는 시력장애다. 그래서 ‘브랜드 난시안’이란 브랜드가 가격과 가치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일관성없이 브랜드를 운영해 브랜드가 망가지는 것을 말한다.
경영의 구루인 피터 드러커는 “마케팅이란 결국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에 동의한다면 결국 브랜드 관점에서 매출은 결과이지 목표가 아니다. 브랜드 관점에서 가격은 생산자의 이윤이 아니라 브랜드를 구축하는 핵심 요소다. 따라서 브랜드 난시에 걸리지 않으려면 매출 성과와 브랜드 구축을 ‘병렬’로 보지 말고 브랜드 구축으로 인한 매출 성과라는 ‘직렬’로 보아야 한다. 다시 한번 피터 드러커가 말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의 의미를 살펴보자. 이 말의 의미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브랜딩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전문용어로 브랜드를 정의할 수 있다고 자신의 브랜드가 잘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브랜드가 어떤 시장인지를 정의해야 한다. 애플은 휴대폰만 팔까? 나이키는 신발을 팔고 있는 것일까? 샤넬은 옷을 팔고 있는 것일까? 나이키는 스포츠 용품업이 아니다. 소비자는 신발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키와 동질감과 소속감’을 갖기 원한다. 자신의 승리를 위해서 나이키와 하나 됨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는 비본질이 본질을 뛰어넘을 때 구축된다. 브랜드는 생산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좀 더 부연하자면 브랜드 구축은 생산자의 의도와 소비자의 의미가 일치할 때 이루어진다.
연 매출 2조를 만들고 있는 스타벅스에 앉아서 30분만 스타벅스를 지켜보자. 마케팅 근시와 브랜드 난시가 없는 스타벅스는 어떤 관점으로 자신의 시장을 보고 있을까? 그 답은 소비자에게 있다. 소비자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러 왔을까? 오직 스타벅스에만 있는 메뉴를 마시러 왔을까? 스타벅스 굿즈 때문에 왔을까?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것을 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의 음료에 초점을 맞추면 근시와 난시 때문에 볼 수 없다. 커피 한 잔일까? 아니면 장소일까? 스타벅스에서 한 시간 앉아 있는 것과 일반 카페에 한 시간 앉아 있을 때 어떤 시간이 더 만족스러운 시간이 될까? 같은 시간에 같은 경험을 줄까? 스타벅스같은 브랜드에서는 [시간왜곡장]이라는 것이 있다. 같은 시간이지만 다른 경험을 주는(받았다고 믿는), 그런 브랜드 비본질 영역이 있다.
스타벅스 브랜드는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 이 질문에 정답은 없지만 대답할 방법을 소개하겠다.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자. “너에게 스타벅스란 무엇인지? 정의해줘?” 이런 질문을 했을 때 ‘커피숍’ 외에 다른 대답이 나올 것이다. 그것이 스타벅스 브랜드를 이루는 구성분이다.
◇ 브랜드를 배우자
인생은 원래 어렵다. 놀랍게도 이것을 인정할 때 인생은 쉬워진다. 브랜드도 인생처럼 어렵다. 브랜드도 어렵다는 것을 인정할 때 브랜드는 쉬워진다. 브랜드가 어려운 것은 브랜드를 돈으로 만들 수 없는데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소비자와 함께 만들어야 하는데 생산자가 혼자서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시장에서 브랜드를 살 수 있다. 하지만 돈만으로는 절대 브랜드를 만들 수 없다. 아마 돈으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면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는 벌써 수백 개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미 대기업은 브랜드가 돈으로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요즘은 브랜드를 만들 돈으로 해외 브랜드를 수입하거나 아예 통째로 사온다. 이제부터 돈으로 만들 수 없는 브랜드에 관해서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브랜드 공부는 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이 브랜드를 론칭해보면 알수 있다. 그렇다고 창업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론칭 시뮬레이션을 하자는 것이다.
올림픽 선수들은 4년 동안 훈련을 하고 올림픽에 출전한다. 4년 동안 오직 그날을 위해서 연습한다. 이런 연습은 운동선수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군인, 가수, 배우, 개그맨, 연주자, 화가들은 모두 시뮬레이션(훈련과 연습)을 한다. 이상하게도 비즈니스맨을 제외하고 대부분 훈련을 한다.
왜 기업의 사활이 걸린 브랜드 론칭에서는 연습과 훈련이 없을까? 브랜드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수억에서 수천만 원 등록금을 내면서 학습을 하는데, 브랜드 론칭을 위해서는 시뮬레이션은 왜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자신이 알고 있는 브랜드가 전부이고 그것을 ‘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시장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든 리포트를 맹신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브랜드를 론칭하기전에 브랜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하는데 이를 놓친 것이다.
브랜드는 용어 암기와 보고서로 론칭하는 것이 아니다. 직접 하면서 자신이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소비자가 어떻게 어디까지 브랜딩에 참여할 수 있는 지를 배워야 한다.
따라서 브랜드를 배우기 위해서는 브랜드 론칭 시뮬레이션을 반드시 해보아야 한다. 이렇게 가상의 브랜드를 직접 만들어 보면 브랜드에 관해 제대로 학습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몰입의 즐거움》의 저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쓴 《창의성의 즐거움》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창의성(브랜드)이라고 불릴 만한 아이디어나
업적은 한 개인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건이 어우러져서 빚어내는
상승 작용의 결과다. 창의성(브랜드)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환경(시장)을 변화시키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아울러 진정으로
창의적인 업적(강력한 브랜드 구축)은
갑작스러운 통찰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랜 노력 끝에 찾아오게 된다.
‘창의성’이라는 단어 뒤에 ‘(브랜드)’라는 괄호를 슬쩍 넣어 보았다. 이 두 가지에 뭔가 유사점이 있다는 것을 아마도 공감할 것이다. 미하이 교수는 창의성은 세 가지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난다고 했다. 첫째는 상징적 규칙들을 포함한 문화 영역이다. 둘째는 상징영역에서 새로움을 가져오는 사람과 활동 현장이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새로움을 인정하고 확인하는 전문가다. 이 세 가지의 조합이 융·복합하여 비로소 창의성이 구현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창의성이란“문화 속에서 어떤 상징 영역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브랜드는 인간의 창의성이다. 그 창의성은 미하이 교수나 피터 드러커 말처럼 ‘과정’이다. 따라서 브랜드를 알고 배우고 익히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브랜드되는 브랜딩 과정을 몸으로 체험해야 한다. 브랜드가 어려운 것은 브랜드가 과정인데 그것을 시장 거래 수단으로 보고 있어서 자신이 생각하는 브랜드와 시장에서 실재하는 브랜드가 다르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기업 이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과정이며 목적이다.
*브랜드를 배우기 위한 방법으로
1) 자신이 브랜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브랜드를 알게 된다.
2) 마케팅은 결과 지향이라면, 브랜딩은 과정과 관계 지향이다.
3) 마케팅 근시안과 브랜딩 난시안을 교정해야 한다.
4) 브랜드란 생산자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말하는 그 무엇이다.
5) 브랜드 학습에서 가장 탁월한 교육 방법은 브랜드 론칭/운영 시뮬레이션이다
정인기 기자, 권민 객원 에디터
unitasbran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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