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우의 보이후드> ‘디스이즈네버댓’, 한국 스트리트웨어의 진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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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우 패션에세이스트

2017-12-29 오전 10:24:37

지난 한해 서울에서 가장 주목 받은 패션 레이블을 고른다면 가장 먼저, 그리고 반드시 ‘디스이즈네버댓’을 넣어야 할 것이다. 수많은 젊은이가 소셜 미디어 해시태그로 #thisisneverthat을 넣고, 야구모자와 스웨트 셔츠는 물론 특유의 룩 북 사진과 비디오를 올리고 퍼트리며 그들이 행한 하나부터 열까지의 모든 행동에 열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한 ‘디스이즈네버댓’ 2017 F/W 컬렉션


그렇다고 소위 ‘스트리트 웨어’라는 범주에만 이 브랜드를 넣을 수는 없다. 지난 수년간 ‘디스이즈네버댓’의 프레젠테이션은 한국의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가 어떻게 ‘열성 지지층’을 만들고, ‘열성 지지층’은 또 어떻게 자발적으로 브랜드 정보를 퍼트리는지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마포구 상수동 ‘무대륙’과 서교동 ‘29CM’사옥, 압구정동 편집매장 ‘웍스아웃’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프레젠테이션 공간에는 긴 줄을 만들며 사람들이 가득 찬다.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의 프레젠테이션 소식을 전하는 소식통은 팬덤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질 구매층 만은 아니다. 거리 문화잡지나 그 관계자들은 물론 보그(Vogue)와 더블유(W Korea), 고급 기성복 패션을 다루는 모든 매체가 이 입지전적인 브랜드의 새 프레젠테이션 소식을 공유한다.


‘디스이즈네버댓’의 브랜딩
물론 ‘디스이즈네버댓’은 패션 브랜드다. 특히 여성복이 아니라 남성복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남성 구매자만큼 여성 구매자들의 비율이 높을 정도로 폭 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디스이즈네버댓’을 하나의 명쾌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8mm 필름과 디지털카메라를 혼용한 브랜드 영상 안에는 두서없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친구들’이 있고, 가라오케와 조금은 낯선 도시, 혹은 바다와 끝없는 절벽을 빼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이국 어딘가를 배회하는 ‘젊음’이 존재한다.


그들이 걸친 배낭과 버킷 모자, ‘리복’과 협업한 스니커즈까지, 무척 ‘디스이즈네버댓’스럽다. 이토록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조금은 신비하게, 조금은 비밀스럽게, 그리고 강력하게 내리꽂는 브랜드가 서울에 또 있을까? ‘디스이즈네버댓’은 미사여구 대신 입은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품질과 섬세한 지점을 연구한다. 굳이 대놓고 드러내지도 않는다. 이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면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디스이즈네버댓’을 한 번 검색해보길 권한다. 브랜드 일거수일투족을 상세하게 나열한 인터뷰를 찾기란 무척 어려울 것이다.


동시대 패션을 드러내는 가장 큰 키워드 중 하나는 ‘이미지’다. ‘이미지’는 의복이 패션 산업의 우산 아래 존재한 이래 언제나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패션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욕망으로 이끄는 단어였다. 수많은, 그리고 엇비슷한 패션 브랜드가 난립하는 동시대 패션을 떠올려보면 자신만의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것이 곧 브랜드의 존립 이유이자 가장 큰 목표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디스이즈네버댓’은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다. 한 명의 디자이너가 이끄는 레이블이 아니라 단단한 결속력과 완벽한 협업 체계를 구축한 ‘팀’이 작업한다. 조나단과 최종규가 각각 브랜드 경영과 생산 및 디자인 전반을 맡고, 박인욱이 브랜드 콘셉트와 그래픽 디자인, 아트 디렉팅 영역을 맡는다. 모든 영상과 사진은 ‘디스이즈네버댓’ 론칭 이래 김민태가 전담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


만일 당신이 ‘디스이즈네버댓’ 룩 북의 크레디트 페이지를 보게 된다면 모델 이름과 사진, 영상을 빼곤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고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으로만 표기된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팀 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가 의도한 부분이다.


“그저 멋지고, 어느 정도 신비로운 이미지.” ‘디스이즈네버댓’팀에게 직접 물어본 이 브랜드의 모습이다.


지난 8월 웍스아웃 압구정점에서 열린 ‘디스이즈네버댓’ 프레젠테이션. 제품을 구매할 수 없는 행사였음에도 수많은 팬들이 프레젠테이션 현장을 찾았다.


독특한 팬덤 문화와 프레젠테이션 현장
작년 8월, 가장 뜨거운 계절의 중심에 열린 F/W 프레젠테이션은 ‘디스이즈네버댓’의 저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시작 시각인 정오가 되기 전부터 ‘웍스아웃’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누가 봐도 ‘디스이즈네버댓’을 보러 온 -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나온 일반적인 압구정동 인근 직장인들과는 차림새가 꽤 다른 - 사람들이 커다란 매장을 점령하듯이 들어찼다. 그들의 프레젠테이션은 일반 패션 브랜드와 달리 기자와 관계자보다 훨씬 많은 ‘고객’이 찾는데, 프레젠테이션 당일에는 ‘웍스아웃’과 협업한 일부 모델만 판매했다.

두툼한 룩 북에는 아이슬란드에서 찍은 사진과 아이템이 가득하고, 별도로 뽑아낸 리플렛에는 16/17 F/W 시즌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여성복 라인(디스이즈네버댓 우먼컬렉션)이 담겼다. 남자들이 만들던 여성복은 내부 여성복 디자이너 영입으로 조금 더 부드러운 선이 추가되고 다양해졌다. 툭 자른 후드 파카와 허리춤에서 끝나는 코치 재킷이 눈에 띄었다. 미려한 디자인으로 알려진 스웨덴 음향 기기 브랜드 ‘수디오’와 협업한 블루투스 이어폰도 인상적이었다.


지금 시대 가장 중요한 마케팅 창구인 SNS에서도 제품명이나 발매 시기 정도로 정보량을 한정하고, 으레 하기 마련인 컬렉션 주제와 의미 등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도 시즌 제품을 당장 판매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몇 십 분을 기다려서 매장에 들어가도 ‘미리 보기’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앞다투어 옷을 입어보고 앞으로 구매하고 싶은 모델의 이름과 가격표를 스마트 폰에 담느라 좀처럼 행렬이 줄지 않았다.


진화하는 한국의 스트리트웨어
‘디스이즈네버댓’은 어떻게 2017년 한 해를 마무리했을까? 작년 봄에는 ‘삼성 패션 앤 디자인 펀드’가 한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패션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대상으로 설립한 ‘스몰 SFDF(sfdf)’ 열 명 중 1등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연말에는 브랜드 설립 이래 최고의 매출을 올렸다는 소식이 업계를 떠다니는 소문이 아닌 사실로 확인됐다.


지금도 여전히 서교동 매장 아래층은 다음 시즌과 그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로 불이 꺼지지 않고, ‘디스이즈네버댓’을 만드는 사람들은 품질과 가격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생산지 확보를 위해 베트남을 오가고 있다. 올 3월 있을 서울패션위크 데뷔를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그들보다 유명하고 오래된 패션 브랜드 사이, 과연 한국에서 이토록 마니악한 팬덤을 보유한 곳이 또 있을까. 이 브랜드를 향한 열렬한 지지는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인다. 서울에 기반을 둔 ‘청년 문화’의 상징으로, 동시대 거리 패션을 대표하는 서울의 스트리트 웨어 그 이상을 ‘디스이즈네버댓’이 걷고 있다.


‘디스이즈네버댓X리복’



yourboyho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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