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진출, 이는 어쩌면 대다수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꿈꾸는 일일지도 모른다. 한계가 있는 내수 시장을 넘어서 브랜드 확장을 꾀할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이나 자본이 부족한 상태에서 해외 시장에 진입하기란 어려운 터. 그런데 여기에 글로벌 유통사와 손을 잡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이들이 있다.
‘아웃스탠딩오디너리’의 이옥선 대표와 ‘로켓런치’의 우진원 대표다. ‘아웃스탠딩오디너리’는 해외 유통 용 브랜드인 ‘사이드파티’를 ‘탑샵’ 옥스퍼드 서커스 지점에서 판매해 호응을 얻고 있으며, ‘로켓런치’는 홍콩 ‘i.t’ 에서 호평을 얻어 7개까지 매장을 확장하고 중국에도 21개 매장을 확보하게 됐다.
이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기를 자세히 들어보자.
"영국 ‘탑샵’에서 절찬리에 판매 중입니다"
이옥선 ‘아웃스탠딩 오디너리’ 대표

얼마 전 한 쇼룸 관계자를 만났을 때의 일이다. 요즘 어느 디자이너 브랜드가 잘 나가냐고 묻자 그는 서슴없이 ‘아웃스탠딩 오디너리’를 꼽았다. ‘세컨드 라인이 영국 ‘탑샵’에서 잘팔린다’는 설명도 곁들이면서.
“아, ‘사이드파티’말씀하시는 구나. 세컨드 라인이라기보다는 ‘아웃스탠딩 오디너리’와 병행하는 또 다른 브랜드라고 봐주시면 돼요. ‘아웃스탠딩 오디너리’가 국내 트렌드를 반영했다면 ‘사이드파티’는 해외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요. 영업 및 상품기획에는 영국의 편집숍 ‘아워원더링마인즈’의 바이어가 함께 하고 있죠.”
이옥선 대표와 ‘아워원더링마인즈’ 바이어 엘리사 에이메리와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데무박춘무’ ‘Y&K’를 거처 한섬의 ‘타임’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던 이 대표는 ‘에이랜드’ 등 셀렉트숍이 생겨나자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영하고 감각적이며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디자이너 브랜드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하고 독립을 결심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두타가 두체존에 매장을 내주며 2010년 ‘아웃스탠딩 오디너리’가 탄생하게 됐다.
‘입기 쉬운 옷’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싶다는 이 대표의 의지가 소비자에게도 통한 것일까. ‘아웃스탠딩 오디너리’는 론칭 초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세 달만에 A급 매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엘리사를 만나게 된 것도 이 두체 매장에서다.
‘아웃스탠딩 오디너리’를 사입해서 판매하던 엘리사는 이 대표에게 새로운 제안을 해왔다. 함께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한 홀세일 브랜드를 만들어보자고. 그렇게 오랜 기간 바이어로 활동해온 그의 영업적 마인드와 이 대표의 디자이너 감각이 만나 ‘사이드파티’가 만들어졌다.
“처음 ‘탑샵’ 옥스퍼드 서커스 지점의 디자이너 조닝에 브랜드를 전시해보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도 '잘 될까' 싶은 마음이 컸죠. 그쪽에서 원하는 매출 목표도 너무 버거워 보였고요. 그런데 예상외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목표치를 훌쩍 뛰어 넘었고 현재 두 번째 시즌을 함께 하고 있죠.”
‘아웃스탠딩 오디너리’ 또한 순항 중이다. 론칭 이후 매년 조금씩 신장 중이며 매 시즌 히트 아이템도 탄생하고 있다. 레트로 무드의 남성 스웨터에서 영감을 받은 브이넥 니트는 지난 8월 출시 이후 줄곧 반응이 좋아 7차 리오더까지 들어갔으며, 버튼 데님 스커트를 다양하게 변형시킨 스커트 또한 8차 리오더까지 진행됐다.
“캐주얼처럼 일상에서 쉽게 쉽고 편하면서도 감각적인 요소와 여성적인 무드를 간직한 옷을 만들고자 한 것이 여성 소비자들에게 어필된 것 같아요. 앞으로는 더 나아가 수집하고 싶고 주변에 자랑하고 싶은 스페셜 에디션까지 선보일테니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i.t’ 통해 해외 진출 발판 마련했습니다"
우진원 ‘로켓런치’ 대표
우진원 ‘로켓런치’ 대표(오른쪽)와 아내이자 브랜드 매니저인 김은혜 씨 |
지난 출장에서 중국 상하이 시장조사를 하던 기자는 ‘i.t’ 매장에서 만난 '로켓런치'를 보고 반가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하며 종종 'i.t'와 같은 해외 셀렉트숍 매장에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만나보기는 했지만 '로켓런치' 처럼 단독 섹션을 구성해 전체 컬렉션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찾아보기 힘든 케이스다.
“‘i.t’와 거래한 지는 벌써 2년이 넘었어요. 처음에 홍콩에서 시작해 7개까지 매장이 확대됐고, 뒤이어 중국 매장 21곳에도 들어가게 됐어요. 저희로썬 비용 부담없이 해외 시장을 테스트해볼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됐죠.”
겸손하게 말하는 우진원 ‘로켓런치’ 대표지만 이같이 ‘i.t’와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까지는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 돼야만 했다. 우선 ‘i.t’수주 시즌에 맞추기 위해 컬렉션 시즌을 지속적으로 앞당겼다. 덕분에 2016 S/S 컬렉션도 이달이면 모두 발송된다.
컬렉션은 1년에 총 4번 제작한다. S/S와 F/W뿐 아니라 핫썸머와 할리데이 시즌까지 출시하고 있는 것. 이 또한 ‘i.t’에서 요구하는 조건이었고, 잘 수용한 댓가로 바잉 규모는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이번 2016 S/S 시즌은 전 시즌 대비 수주량이 3배나 늘어났다.
서울패션위크에 패션쇼를 선보인 것도 해외 비즈니스의 기회를 높이는 데 한 몫 했다. 브랜드를 중장기적으로 이끌어가지 위해서는 쇼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시작한 것이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많이 얻었다.
“소비자나 매체에서도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고, 패션 기업 등에서 콜래보레이션 제의가 들어오거나 신규 바이어가 생기는 행운도 누렸죠. 이번 2016 S/S 쇼에서만 신규 업체 6곳과 거래를 텄고 그 중에는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아직 진출하지 못했던 국가들이 포함돼 있어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4번의 컬렉션 제작에 패션쇼 준비, 거기에 세컨드 라인인 ‘어몽’의 제작까지. 하루 24시간도 모자라 보이건만 우 대표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더 많단다.
“내년에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들어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지난해 두타의 직영 매장을 철수한 뒤로는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반응을 들을 수 없어 아쉬웠거든요. 또 해외 트레이드쇼에 지속적으로 참가할 예정입니다. 미국이나 일본 시장이 타깃이 될 것 같아요.”
최은시내/ 사진 심겨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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