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제가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이상하게 ‘이스트로그’ 전개하면서 그렇게 운이 따르더라니까요.”
FCC에서 3위의 영예를 안은 이동기 ‘이스트로그’ 디자이너는 소감을 묻는 말에 너털한 웃음을 지으며 겸손하게 답했다. 하지만 이번 수상의 배경에는 론칭 초기부터 꾸준히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며 글로벌한 디자인 감각을 키워온 이 디자이너의 노력이 뒷받침 됐다.
2011년도에 ‘이스트로그’를 론칭한 이동기 디자이너는 4번째 시즌부터 미국 뉴욕 캡슐쇼에 꾸준히 참가했다. 처음에는 바이어들이 한국 브랜드라는 인식조차 갖지 못했다. 옷을 보고는 “어느나라 거지? 일본 건가?” 물었으며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라고 말하면 “뉴욕 베이스인가”하고 되묻기 일쑤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만 하더라도 해외 트레이드쇼에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찾아보기가 어려웠거든요. 그래도 지속적으로 참가하면서 알아보는 바이어가 점차 늘어났어요. 지금은 친구를 데려와 소개시켜 주기도 한다니까요.”
‘이스트로그’는 현재 세계 30여 개 업체를 통해 50여 개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지속적으로 거래하는 중이다. 덕분에 셀렉트숍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를 보고 바잉하기 시작한 거래처도 생겨났다.
이 디자이너는 국내 비즈니스도 알차게 꾸려가고 있다. 일찍이 100% 사입 거래를 선언해 수익 구조를 개선했으며, 최근에는 직매장인 플래그십 스토어 ‘솔티 서울’까지 오픈했다.
“홀세일이야 말로 제조자와 판매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라고 생각해요. 제조자는 오더 받은 수량만 만들면 되니까 자금적 부담이 덜하고, 판매자는 팔면 팔수록 보다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잖아요. 또 제조자는 수주를 받기 위해 좋은 옷을 옷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테고요. 이거야 말로 선순환 구조죠.”
올 F/W 시즌에는 새로운 브랜드인 ‘언어펙티드’를 론칭했다. 이 브랜드는 다양한 디테일로 재미를 선사하는 ‘이스트로그’와는 다르게 심플한 디자인에 다채로운 패턴물로 개성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세계적인 트렌드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렇다고 ‘이스트로그’만의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어 색다른 콘셉의 브랜드를 마련했습니다. 두 브랜드가 상호보완 관계가 되는 것이 목표죠.”
최은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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