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패션회사 이랜드가 외식복합관이라는 이름의 전문점을 홍대입구에 오픈했다.
한 건물에 F&B와 슈펜, 버터, CGV 등이 함께 어울려 조화를 이루었다. 그동안 패션을 중심으로 하는 복합관은 시도된 적이 있으나 그다지 신선하지도 못했고 실제로 매출이나 수익측면에서 성과가 있는지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외식복합관 만큼은 달라 보인다.
우선 매번 방문할 때 마다 대기하는 사람들탓에 한번도 식사를 하지 못했고 몇 개월 전까지 텅텅 비어있던 건물이 하루 아침에 핫플레이스가 되었다는 점에서 수치를 떠나 성과를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물론 대박을 터트린 견인차 역할을 F&B가 주도했음은 물론이다.
지난 해 말 오픈한 코엑스몰 역시 많은 F&B가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실제로 음식들이 입점해 있는 라인들은 인파들로 넘치지만, 패션만 구성돼 있는 일부 구역은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F&B 매출은 브랜드간 격차가 크지 않고 실제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패션 브랜드는 잘하고 있는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간 격차가 많아 보인다.
바야흐로 F&B 대세의 시대다. 과거 쇼핑몰 MD에서 패션이 우선순위에 있었다면 지금은 대형 F&B를 중심으로 한 집객력이 쇼핑몰을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성공사례로 회자되고 있는 판교의 아브뉴프랑 역시 계절밥상 등 먹거리와 카페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제는 다른 지역에서도 모두다 제2의 아브뉴프랑을 내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지역의 한 쇼핑몰이 F&B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리뉴얼을 계획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 F&B의 대규모 영입을 택한 것이다. 최종목적은 일종의 ‘샤워효과’를 통해 패션 등 다른 층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쇼핑몰들이 기대하는 ‘샤워효과’라는 것은 메이저 시네마 등을 대표로 대형 고객 집객 시설을 상부층에 입점시켜 고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아래층까지 내려오게 하고 전 층이 고루 활성화되길 기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은 시장에서 증명되었다. 그런데 최근 잘 기획되고 맛과 분위기가 차별화된 대형 F&B들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사례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패션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히도 패션과 F&B는 역할이나 위치가 다르다. 일단 F&B들은 일부 커피전문점을 제외하고는 구조적으로 지상층 보다는 상층부나 지하 등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은 장소를 선호하고 실제로 층위치에 따른 매출 차이도 별로 없어 보인다. 그야 말로 패션과 F&B가 컨텐츠의 결합을 통하여 시너지를 내야 할 충분 조건은 갖추어 진 것이다.
그동안 자연스럽게 패션과 F&B가 연결되는 경우는 흔히 있어 왔지만 이제는 좀 더 전략적, 유기적으로 결합을 해야 할 때다. 타겟 고객과 얼라인된 콘텐츠의 연결을 통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음이 곳곳에서 증명되었다.
실제로 대형 F&B들이 입점 되어 있는 쇼핑몰에서는 흔히 대기고객이 보통 1~2시간 정도는 감내하고 기다린다. 얼마전 새로 압구정에 오픈한 모 샐러드뷔페의 경우 대기시간이 3시간인데도 기다리는 고객들이 있었다. 마치 인기 아파트 청약 장소와 같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런 대기고객을 위한 마케팅을 한다고 하면 충분히 샤워효과 이상을 누릴 수 있어 보인다. 굳이 마케팅을 안 한다고 해도 1~2시간을 기다리는 고객에게 있어 다른 층의 패션이나 기타 시설은 충분히 볼거리가 될 수 밖에 없다.
얼마 전 수원에 새로 오픈한 스포츠 브랜드 매장주가 2층에 입점해 있는 대형 샐러드뷔페 레스토랑이 없었다면 매출의 30% 이상은 감소했을 거라고 말한 것을 보면 확실히 F&B의 효과는 검증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패션과 F&B가 한 회사에서 구성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렇다면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서라도 패션과 F&B의 결합이 필요해 보인다. 단순한 결합이 아닌 철저한 고객 조사를 통한 유기적인 콘텐츠의 결합을 의미한다.
쇼핑몰들도 이제 패션과 F&B MD를 구분 질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속칭 ‘아메바 MD’ 혹은 ‘멀티플레이식 MD’를 통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하는 것이 미래의 차별화와 경쟁력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패션 바이어는 F&B는 쳐다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를 배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최근 몇몇 회사들 사이에서 이런 움직임들이 보이고 있다. 최근 모 패션 회사가 전문 F&B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하여 동시에 입점하고 상권조사를 같이 하는 모습이 앞으로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결국 고객을 위하는 길이다. 고객이 한 곳에서 편하게 맛있게 먹고 즐기고 아울러 자기 입맛에 맞는 좋은 옷을 구입 할 수 있으면 쇼핑이 즐거워지는 것이고 그 혜택은 다시 기업들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패션과 F&B가 전략적으로 만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희영 JE어드바이저 대표
dinehoo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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