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스타 류현진은 경기를 지배하거나 리드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현지의 기자들이나 LA다저스의 메팅리 감독의 평가는 ‘한결같다(consistent)’이다. 형용사적인 표현을 쓴다면 ‘과소 평가되어 있다.
(underrated)’라는 말도 된다. 어떠한 분야에서든 꾸준한 성적이 지속되기 위해선 메이저리그의 사이영상 후보인 ‘커쇼’나 축구의 천제 ‘호날두’나 ‘메시’ 같이 걸출하고 뛰어난 스타도 필요하다.
류현진이나 박지성처럼 꾸준하고 평균을 유지해주는, 항상 자기가 맡은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주는 기복 없는 선수가 필요하다. 어느 조직의 목표인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추구한다’ (최근에는 바뀌었지만)라는 문구처럼 뒤에서 묵묵히 받쳐주는 그런 인물들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출판업계에서 재미있는 조사자료 두 가지를 발표를 했는데, 첫 번째 조사는 서점에서 그 매장을 잘 버티게 해 주는 버팀목은 ‘베스트셀러(Best seller)’가 아닌 ‘스테디셀러(steady seller)’라는 발표로, 매출 베스트10 순위에는 들지 못하지만 세월을 견디어 내는 저류(低流)가 있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끈기(?) 뭐 그런 것과도 연결되는 표현이라고 생각을 하고, 두 번째는 향기이론인데 ‘향기는 고객을 이끈다’는 이론이다. 조선시대 김정희 선생은 유배지에서 후학들과 자식들에게 독서에 관련된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먼저 문자향(文字香)과 서권기(書卷氣)를 갖추는 것이 예법의 근본’이라는 내용인데, 즉 ‘글을 많이 읽어 몸과 마음에 문자의 향기와 책의 기운이 배어 나오게 하라’ 라는 당부였다.
우리도 가끔 대형서점이 아닌 청계천의 고서점이나 우리가 다니던 대학가의 조그만 오래된 서점에서 품고 있는 독특한 향기를 맡게 되면 왠지 그 향기가 나쁘지 않은 느낌, 그리고 뭔가 머리를 꽉 차게 하는, 일부러 책을 안 읽어도 공부 많이 한 듯한 기분을 느끼는데, 정말로 그런 향기가 매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나왔다는 것이다. 벨기에의 하셀트대학 과 엔트워프대학의 연구팀이 최근 초콜릿 향이 책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쵸코릿 향을 맡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서점에 ‘로맨스나 요리서적’ 코너를 찾는 비율이 약 3.48배 높아졌고, 하물며 구매 비율은 무려 5.98배나 증가된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또한 다른 일반적인 어려운 서적 코너도 그 향기를 맡은 결과 평균 20%의 증가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달콤하고 쌉쌀한 향기가 ‘사랑’이나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해 고객들이 주의를 환기하고 감각을 활성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이유로 즐거움과 흥분을 촉발하여 그곳에 오래 머물게 하면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더 많은 물건을 고르게 되고, 결국 구매에까지 이르도록 한다는 이론이다. 결국 어떠한 상품을 팔던 무엇을 하던 만약 우리에게 ‘꾸준함’ 과 ‘매력’이 없다면, 그것은 불꽃처럼 타오르기는
하지만, 너무도 빠르게 재가 되어버리는 유행만 따라가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하루살이’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런 이유로 우리 패션도 과연 패션 매장에서의 꾸준함은 무엇인지, 옷 향기로만 고객을 맞이 하기에는, 매력을 발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유행이 중시되는 패션 매장은 상당히 주목하고 참고해야 할 내용이라 사료된다.
젊은 매장이라는 것은?
최근 많은 패션 기업들이 ‘젊게, 좀더 젊게’ 라는 목표를 가지고 너나 할 것 없이 브랜드 리뉴얼을 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매장도 기존의 매장을 좀더 고급화시키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바꾸기 위하여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가 물밀듯이 밀려들며, 특히 SPA형 브랜드인 자라, 유니클로, H&M 등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한국의 패션 시장은 ‘아웃도어’와 ‘글로벌 SPA’ 양대 축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 중견 패션기업들도 그런 시대 상황에 맞게 자사 브랜드 재편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기존에 ‘old’ 하다고 스스로 느꼈던 브랜드들은 더더욱 그런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좀더 젊게 좀더 트렌디 하게’
이 시점에서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집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반드시 있다. 최근 국내 전체 패션시장 관련 자료에 따르면, 가격대별 시장구성비 중 고가대는 05년 23%에서 12년 29%로, 또한 저가대는 05년 19%에서 21년 24%로 점진적으로 점유율이 높아졌지만, 우리나라 패션 중견기업들의 중점 전략 가격대인 중간 가격대의 비율은 05년 34%에서 24%로 엄청나게 줄어 들었다.
특히 24%에서도 해외 SPA 브랜드가 상당비율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토종 브랜드의 설 자리가 얼마만큼이나 사라졌고, 또한 사라지고 있는지 대충은 알 수 있게 해주는 항목이다. 특히 05년과 12년의 패션 규모로 따진다면 절대숫자의 갭은 아마도 어머 어마할 것이다. 또한 연령대별 구성비를 보면 노령층은 05년 23%에서 12년 23%로 변화가 없으나, 중 장년층은 36%에서 41%로 증가한 반면, 청년층은 32%에서 29% 로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역시 인구 증가율까지 따진다면 절대적 숫자로는 상상 이상의 숫자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우리나라의 인구 구성변화, 구매층의 변화를 참고로 한다면, 우리 패션계에서 너도나도 변하려고 하는 ‘젊게’ 란 어떤 의미로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무슨 의미에서의 ‘젊음’인지 깊게 고민해야 할 주제가 아닌가 한다. 2002년 대선과 2012년 대선은 그러한 인구구조의 변화와 문화, 가치관의 변화가 급격하게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표적 실례였다고 생각한다.
2002년 당시에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SNS 를 통하여 젊은 20~30대들이 엄청난 결집력과 집중력을 보여 그 당시의 대통령을 탄생 시켰다면, 10년이 지난 2012년은 그 SNS가 오히려 엄지 족들의 반란을 유도했고, 중장년층의 새로운 시대적 문화행위를 낳았다고 볼 수가 있다.
즉 10여 년 전만해도 젊은이들의 전유물이었던 ‘on-line상의 네트워크’가 이제는 40~50대, 심지어 70대 이상까지도 자유롭게 사용하고 소통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특히 on-line의 발전은 중 장년층의 남성들이 예전에는 자식들이나 부인에게 맡겨서 처리했던 일들을, 이제는 본인 스스로가 본인의 취향대로 행동을 하게 되었다는 중요한 변화로 반전했다.
장을 보러 마트에 가는 것을 남성의 수치로 알던 사람들이, on-line상에서 그런 행위를 하며 충분한 연습이 이루어져, 이제는 off-line의 세계에까지 직접 방문,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기타 물품을 구매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남을 시켜 간접적으로 본인의 물건을 구입하게 하는 것이 이제는 오히려 이상하게 비쳐지는 시대가 왔다. <다음호에 계속>
윤태규 MPI 시니어 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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