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식사서 영감 얻고…스타일링 클래스로 소비자 니즈 파악
컬렉션 준비에 스타일링 클래스, 방송 출연까지 여느 때보다 바쁜 정두영 「반하트 디 알바자」 CD를 서울 도화동의 쇼룸에서 만났다.
Q 특별히 쇼룸을 소개하는 이유는?
A 여기는 내가 「반하트 디 알바자」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들이 집약된 공간이다. 매장과 똑같이 꾸며진 이 공간은 브랜드의 모티브가 되었던 건축가 ‘아브라함 반 델 하트’의 신고전주의 양식을 적용했다. 그는 기존에 유행하던 바로크와 로코코 풍을 존중하면서도 그 안에서 새롭고 창의적인 양식을 더해 건축계를 놀라게 한 인물이다.
나는 패션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옛 것과 현대적인 요소를 조화시켜야만 진정한 ‘새로움’이 탄생할 수 있다.
정두영 CD가 최근 즐겨보는 복식사 책 |
Q 옛 것과 현대의 조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A 예를 들면 복식사에 대한 책을 자주 읽는다. 해외에 나가면 관련 책을 꼭 사오는데 최근에는 영국에서 구한 ‘Fashion the ultimate book of costume and style’과 ‘ The day of the Peacock style for men 1963-1973’을 읽고 있다. 전자는 기원전부터의 복식사를 꼼꼼하게 기재했으며 후자는 남성복을 시대순으로 나열했다.
보면 알겠지만 1960~1970년대 의상이나 지금이나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의 의복 요소들이 현대에 반영된 것인데 이렇듯 패션은 돌고 돌며 재해석되고 있다.
보다 보면 가끔 “아! 「비비안웨스트우드」는 이 시대에서 영감을 얻었던 거구나!”하고 무릎을 탁 칠때도 있다.(웃음) 학창시절엔 고리타분한 복식사 따위는 왜 보나 싶었는데 이 안에 창조에 대한 답이 있었던 거다.
조금 더 여유가 날 땐 신설동 풍물 시장에 가기도 한다. 그곳은 정말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 같다. 다이얼을 돌려서 쓰는 주황색 전화기부터 옛날 물건들이 가득하다. 최근에는 경복궁 옆 서촌도 자주 찾는다. 자그마한 커피숍도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문화적인 요소도 풍부하다.
전에는 몰랐던 즐거움이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생활해왔기 때문에 수직적인 길들과 화려한 빛을 뿜어내는 전광판, 멀티비전 등 디지털 요소에 익숙했다. 하지만 강북은 구불구불한 길 위에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있어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
Q 그밖에 최근 가장 관심을 두고 하는 일은?
A ‘스타일링 클래스’를 통해 소비자와 만나는 시간을 늘리고 싶다. 처음에는 롯데백화점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남성들의 옷 입는 방법에 대한 강좌를 해달라고 해서 시작한 일인데 반응이 좋아 횟수를 늘려가고 있다. 벌써 30군데는 넘게 다닌 것 같다.
요즘에는 남성들도 옷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남자는 겉모습에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이 있듯이 이미지 메이킹에서 패션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스타일링 클래스에서는 격식 있게 입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수트는 물론 비즈니스 캐주얼까지 입는 노하우를 전수한다. 현장에서 스타일 체인지까지 제안하는데 동료의 바뀐 모습을 보면서 참석자들이 스타일링의 중요성을 더욱 크게 느끼는 것 같다.
전적인 형태에 현대 트렌드 요소를 가미한 더블 재킷. |
Q 방송 활동도 시작했다고 들었다
A 최근 좋은 기회가 생겨 ‘탑 디자이너’와 ‘패션왕 코리아’에 출연하고 있다. 내달 중에 방영이 시작되는데 촬영은 벌써 3,4회분 정도 찍어뒀다.
어제도 ‘탑 디자이너’에 나가 심사를 봤는데 제작진들이 서바이벌 참가자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독설을 날려달라고 부탁하더라. 막상 충실하게(?) 심사에 임하고 보니 미안한 마음도 들어 무대 뒤에서 다독여줬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SBS 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 ‘패션왕 코리아’에서는 내가 심사의 대상이 된다. 8명의 디자이너가 패셔니스타와 함께 짝을 이뤄 미션에 맞는 옷을 만들어 내는 건데 성적이 좋지 않으면 탈락되기도 한다. 때마침 방송 시간도 ‘탑 디자이너가’ 토요일, ‘패션왕 코리아’가 일요일이다. 시청자는 하루는 서슬 퍼렇게 심사하는 나를, 다음날에는 심사위원 앞에서 긴장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방송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거라 신선하기도 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기분도 나지만, 역시 악플이 가장 걱정된다.(웃음)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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