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기술력 보이려 밤새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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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현 명장 골드핸드 대표 겸 한국맞춤양복협회 기술부회장선보여

2013-09-02 오후 5:04:46

백운현 명장 골드핸드 대표 겸 한국맞춤양복협회 기술부회장

란스미어 소재로 15일간 꼬박 수제 작업한 수트 선보여

“한국인의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 란스미어를 소재를 사용해 수제 방식으로만 양복을 만들었습니다. 국내 맞춤양복 시장이 하향세를 걷고 있지만 아직도 발전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골드핸드 대표이자 한국맞춤양복협회 기술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백운현(60) 명장은 지난 5~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5차 세계주문양복연맹총회’에 참석했다. 백 명장은 이번 행사에서 15일 동안의 수제 작업을 통해 완성한 란스미어 소재 양복을 선보였다.


란스미어는 제일모직이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소재로, 실내에서 유기농 먹이를 먹여 사육한 생후 1년 미만의 양 목덜미에서 추출한 양모로 만든다. 1g으로 무려 170m의 실을 뽑아내기 때문에 가늘고 가벼울뿐 아니라 탄력성이 좋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원단 가격만 1500만원에 달하며, 판매가는 3000만원을 호가한다.


그가 이 양복을 만든 이유는 맞춤양복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을 높이고, 나아가 세계 명장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한국인의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맞춤양복 명장인 백 명장은 1975년 스페인에서 개최된 ‘제22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양복 직종 금메달을 땄으며, 2007년에는 ‘대한민국 양복 명장’과 ‘기능한국인’,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로 선정된 바 있다.
또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제42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의 정장 단복을 제작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협회에서 총회에 나갈 명장을 지원받았고 거기에 자원했다. 어떤 양복을 만들면 좋을지 심사숙고한 끝에 언론과 일반인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손으로만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손을 놓은지 벌써 20년이나 됐는데 오로지 자존심으로 15일 동안을 꼬박 제작에만 집중했다.”


현재 국내 맞춤양복숍은 장인이 직접 재단부터 제작까지 하는 형태와 사이즈를 측정하고 기술자에게 주문하는 반수제 형태까지 합쳐 전국에 1000여 개가 넘는다. 과거 1970년대까지는 맞춤양복이 패션 시장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지만 1980년대부터 기성복이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차츰 맞춤양복에 대해 ‘비싸다’는 선입견을 갖게 됐다. 백 명장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명품 브랜드와 ‘고급스러움’을 연결지어 선망하는 대상으로 삼지만 ‘맞춤양복’에 대해서는 낮은 인식을 갖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계기로 소비자들도 맞춤양복 시장이 힘들다는 것을 인식하고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내비친 백 명장은 “다행히 최근에는 개성을 추구하는 20~30대 젊은층들이 맞춤양복을 필요로 하고 있어 희망을 갖게 됐다. 그들은 패션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많고 잠재적으로 장기적인 고객이 될 수 있는 고객들인 만큼 우리 기술자들도 더욱 많은 공부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맞춤양복 활성화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뒷받침되어야


백 명장은 맞춤양복에 대한 각별한 애정만큼이나 활성화를 위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러한 백 명장과 한국맞춤양복협회의 노력만큼이나 중요하게 뒷받침되어야 할 것은 정부의 지원. 상호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맞춤양복 기술자들이 참여하는 대회를 없애거나 후원을 줄이는 등 안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대만은 맞춤양복 기술자를 고유업종으로 지정했으며, 당국에서 총회를 개최하는 해에는 정부에서 모든 후원을 해준다. 우리 협회가 올해 국내에서 국제 총회를 유치했지만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매우 부족하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됐다면 더욱 큰 효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후계자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후계 양성에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커스터마이징이 활성화되고 있는 시대인 만큼 맞춤양복에 뛰어들겠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부족한 지원 시스템으로 인해 다시 발걸음을 돌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 맞춤양복을 만드는 장인이 되기까지는 긴 배움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 명장스쿨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제대로 된 후계자를 양성하기 위해 소수정예로 가르치고 배우는 장을 만들고 싶다. 하루 아침에 명장이 탄생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서 가르치는 기술자는 물론 배우는 교육생들에게도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끔 지원해 주어야 한다.”


백 명장은 협회 차원에서 회원들의 협력으로 이루어진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개인적인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그는 “고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할 수 있는 시스템 오더 브랜드를 만들어 회원들에게 특혜를 줄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며 “또 영업 마인드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직접 교육시킨 숍 매니저들이 고객과 만나도록 하고, 내부 인테리어나 시설도 조금 더 세련되게 연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슬 기자
ls@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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