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NG·F&F … 채널 인수하고 다각적 투자 단행
한섬 '바이트 시스터즈' 누적 1420만회 조회
넷플릭스가 콘텐츠 IP를 기반한 패션, 서적, 음반, 굿즈를 판매하는 넷플릭스숍을 오픈했다 |
넷플릭스가 지난해 자사 오리지널 콘텐츠를 활용한 상품 판매를 위해 온라인 스토어 '넥플릭스숍(Netflix.shop)'을 오픈했다. <기묘한 이야기>, <루팡> 등 스테디셀러 콘텐츠물부터 지난해 인기를 얻은 <퀸스갬빗>, <인형의집> 그리고 우리나라의 <오징어게임> 콘텐츠를 활용한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서적, 음반, 장난감, 프린트물, 굿즈 등도 있지만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어패럴 라인이다. 인기작들의 로고, 아이콘, 그래픽을 활용한 아우터, 티셔츠, 후디, 핸드백, 액세서리, 주얼리 등 모든 패션 아이템이 판매되고 있다. 아직은 미국 마켓에서만 오픈된 상태이지만 글로벌 판매도 언젠가는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넷플릭스의 숍 오픈을 관심있게 봐야 하는 것은 패션 브랜드, 심지어 럭셔리 브랜드들이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는 점이다. 럭셔리 브랜드 '발망'은 넷플릭스 서부영화 'The Harder They Fall'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의 카우보이, 소녀에게 어울리는 럭셔리 패션 컬렉션을 디자인했다. 4,195달러(한화 530만원) 상당의 핸드백이 넷플릭스숍에서 판매되고 있다. 또 일본 편집숍 빔스도 넥플릭스와 협업한 컬렉션을 출시했으며 '베이프'는 오징어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반팔 티셔츠를 출시했다. 판매가는 22만원이다.
이처럼 패션 브랜드들이 넷플릭스숍에서 자신의 네이밍을 내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그 만큼 스토리 콘텐츠의 힘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드라마 등이 가진 스토리 콘텐츠 파워를 패션 소비로 연결해 콘텐츠 팬덤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모델이 충분한 저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1위 이커머스 플랫폼인 아마존도 미국 대형 제작사인 MGM을 인수하고 자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프라임 비디오의 사업 확장을 예고한 바 있다.
한섬이 CJENM과 공동 제작한 미니드라마 '마이트 시스터즈' |
◇국내 패션 기업 콘텐츠 제작 투자 러쉬
넷플릭스, 디즈니 등 OTT 기업들이 스토리 콘텐츠 파워를 패션 사업으로 연결시켰다면 패션 기업, 브랜드들이 역으로 드라마, 영화 콘텐츠 제작에 나서거나 간접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F&F(대표 김창수)의 콘텐츠 제작사 투자는 향후 패션과 콘텐츠의 시너지 효과가 어떻게 발현할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F&F는 투자 계열사인 F&F파트너스를 통해 드라마 제작사인 채널옥트를 비롯해 밤부네트워크(웹콘텐츠 전문 제작 스튜디오), 와이낫미디어(웹드라마 제작사, 연예 매니지먼트), 바이포엠(콘텐츠 유통배급사), 바운드엔터테인먼트(글로벌 콘텐츠 제작사) 최근 빅토리콘텐츠까지 4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했다. 빅텐츠는 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 <달이뜨는강> 영화 <99억의 여자>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콘텐츠 제작사다. F&F는 콘텐츠 제작사 투자 목적에 대해 사업 영역 확장이라고 밝혔지만, 장기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위한 패션 브랜드와 콘텐츠 연합을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채널JNG의 <디스이즈골프>. 출연자 전원이 '유타골프'의 의상을 착장하며 경기력을 뽐냈다 |
F&F보다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를 먼저 단행한 곳은 JNG코리아다. 제이앤지코리아(대표 김성민)는 지난 2019년 스카이라이프의 채널인 위라이크를 인수했다. 김성민 대표의 콘텐츠 제작에 대한 사업 의지로 시작했으며 지난해 5월 채널명을 <채널JNG>로 변경했다. 특히 대중적인 콘텐츠로 자체 프로그램 제작에 나서면서 시청률 상승 효과를 얻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오리지널 콘텐츠를 비롯해 유럽&아시아의 문화와 역사, 생활상을 담아낸 다양한 장르의 엄선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JNG코리아가 직접 제작하고 있는 오리지널은 다큐멘터리 <마을을 걷다>, 버라이어티 <디스이즈골프>, 라이프스타일 <배틀코덕쇼> 등이다. JNG코리아는 글로벌 문화 콘텐츠 전문 채널을 지향하면서 자사 브랜드인 '유타', '지프' 등의 홍보 및 노출 효과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패션 콘텐츠와 예능을 믹스한 '세파패TV'의 <배달의 프로들> |
◇한섬, 삼성, LF… 유튜브 채널 활용한 콘텐츠 투자
JNG코리아, F&F가 콘텐츠 제작사에 직접 투자한 과감함을 보였다면 한섬, 삼성, LF 등은 자체 SNS 미디어 채널에 최적화된 스토리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다.
한섬은 자사 공식 유튜브 채널인 '더한섬닷컴'과 별도로 '푸쳐핸썸(Put Your HANDSOME)'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더한섬닷컴이 자사 브랜드 제품의 신제품, 편집숍 무이 소식, 더한섬닷컴 라이브 방송 등을 알리기 위한 직접적인 홍보 채널이라면 푸쳐핸썸은 콘텐츠와 결합한 미디어 채널 성격에 가깝다.
지난해 CJENM과 공동기획, 제작한 판타지 웹드라마 '핸드메이드 러브'를 패션 기업 최초로 선보였고 이어 '바이트 씨스터즈'로 히트를 쳤다. 드라마 '핸드메이드 러브'에서는 섬세하고 까다롭게 옷을 만드는 한섬의 아이텐티티와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테일러숍을 배경으로 기획했고 '바이트 씨스터즈'는 스타일리쉬한 뱀파이어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자사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노출시켰다. 한섬은 웹드라마 인기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물론 미래 소비자인 MZ 세대까지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바이트 시스터즈' 에피소드 중 인기 방영분은 320만회를 넘었으며 총 누적 조회수는 1420만회에 달했다. 드라마 오픈 첫 달 자사몰 매출이 86% 증가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한섬의 ESG 경영 철학을 좀 더 쉽게 어필하기 위해 '핸써미와 함께하는 ESG' 콘텐츠를 제작해 기업의 친환경 전략을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LF는 지난 2015년 동아TV 채널을 인수한 후 패션 콘텐츠를 기본으로 요리, 운동, 지식, 연예 등을 포괄하는 라이프스타일 여성 채널로 확대했다. 동아TV를 패션 전문 라이프스타일 채널로 정통성을 유지한다면 최근 오픈한 유튜브 채널 'LF랑 놀자'는 MZ 세대를 타겟으로 자유로운 콘텐츠 기획이 특징이다. 또 2017년 초에는 여행 전문 채널 폴라리스 TV를 인수하며 콘텐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자사몰 SSF SHOP 유튜브 채널과 별도로 '세사패TV'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패션 전문 채널로 고객 참여와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로 인기를 더하고 있다. 광희, 딘딘이 출연한 '배달의 프로들', 그리&구라 부자, 유병재 남매가 출연한 '빽투더 의상실' 등의 콘텐츠는 직접 연예인을 섭외해 촬영한 인기 콘텐츠 등이다.
패션 업계 마케팅 관계자는 "패션 기업들은 드라마 제작지원, PPL 마케팅에 수억원의 비용을 투자하며 직접적인 브랜드 노출에 힘을 쏟아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앞단이든, 뒷단이든 광고 마케팅에 피로도를 느끼고 있다. 스토리 콘텐츠와 결합한 자연스러운 마케팅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것이 마케팅 전문가들의 중론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패션 기업 외에 유통사들도 스토리 콘텐츠 제작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20년 260억원을 출자해 자회사 마인드마크를 설립했다. 마인드마크는 실크우드, 스튜디오329 등 콘텐츠 제작사를 인수하면서 드라마, 광고, 예능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현재 SNS 채널 '꿈꾸는 집'을 운영하며 까사미아, 자주 등을 활용한 홈 인테리어 콘텐츠로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있다.
CJ ENM도 미디어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미디어커머스 자회사 다다엠앤씨를 설립하고 영상 콘텐츠 제작과 비디오 커머스 사업 조직을 분리했다. 다다엠앤씨 산하에는 미디어커머스 스튜디오 다다스튜디오, 종합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다다픽을 운영하고 있고, 자체 브랜드로 나른, 유어피스, 트리플블랙, 필라이저, 뷰티비기닝, 디어디어 등을 전개하고 있다.
한 유통 관계자는 "패션, 유통사들이 콘텐츠 제작사 등에 투자를 하는 것은 현재의 라이브 커머스가 아닌 지속적인 그리고 글로벌 파워를 가질 수 있는 미디어 커머스 시장으로 확장을 꾀함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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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희 기자
yun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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