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컬프터' '디네댓' '앤더슨벨'… 유럽·일본서 인정
디지털 콘텐츠 중요성 높아지고, 전개 방식도 다양화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내수 시장에서 성장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디스이즈네버댓' '아더에러' '로맨틱크라운' 등은 중국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코로나19에도 매시즌 수주량을 늘려가고 있다. '앤더슨벨'은 올해 2월 유럽 최대 쇼룸 투모로우에 입점하면서 글로벌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해외 브랜드에 폐쇄적인 일본 시장에서도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스컬프터'는 일본 패션 기업 아다스트리아(이커머스 플랫폼 '버즈윗')와 손잡고 현지 시장에서 진출했다. '키르시' 역시 지난해 아다스트리아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현지 팝업스토어 오픈과 이커머스 시장 진출 등 다양한 채널로 현지 소비자들을 만난다.
홀세일 규모가 전년대비 크게 증가한 브랜드도 눈에 띈다. '프리즘웍스'는 유럽 편집숍 '옵션 디스트리뷰션(Option Distribution)'과 홀세일 계약을 체결하고 첫 시즌부터 1분기에만 5600만원 수주를 받았다. '마하그리드'는 전년대비 수주량이 4배 증가했으며, 같은 회사에서 전개하는 '나이스고스트클럽'은 론칭 첫 시즌만에 2억원 이상 수주를 받았다.
해외 바이어들의 러브콜을 받는 브랜드들은 뚜렷한 아이덴티티와 오리지널리티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매 시즌 자기 브랜드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탄탄한 팬덤을 쌓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비즈니스도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를 만나 안정적으로 수주를 받는 것을 넘어 '디스이즈네버댓'과 같이 자사 온라인몰에 투자해 해외직구 거래액을 늘리거나, '로맨틱크라운'과 같이 과감하게 현지 법인을 세워 직진출을 꾀하는 기업도 있다.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기업들은 전담팀을 만들어 바이어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 및 마케팅을 기획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 스트리트 브랜드 관계자는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서 탄탄한 팬덤을 형성하며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지속성장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덴티티를 강조한 콘텐츠 개발이 필수적이다. 특히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보고 DM으로 문의가 오는 경우도 많아 콘텐츠 기획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앤더슨벨’ ‘아더에러’가 입점한 투모로우 쇼룸 |
◇ 유럽-일본, 중국 다음 격전지로 떠올라
한국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최근 유럽과 일본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내수와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을 바탕으로 해외 채널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또한 브랜드 관계자들은 유럽과 일본 시장 진출은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유럽은 '슈프림' '아크네 스튜디오' '스톤아일랜드'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탄생한 패션 중심지며, 일본은 1980년대 말 아메리칸 패션을 자체 문화로 재해석한 아메카지 문화를 발전시키며 자체적인 스트리트 캐주얼 문화를 꽃피웠다. 두 지역 모두 해외 브랜드 진입 장벽이 높아 이 곳에 진출한다는 것은 현지 바이어들에게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은 것과 같다는 평가다.
루츠코퍼레이션(대표 이유태)가 전개하는 '스컬프터'는 지난해 일본 리테일 기업 아트모스 재팬과 아다스트리아와 홀세일 계약을 체결했다. 아다스트리아는 5년간 100억원 규모 사입을 약속했고, 매시즌 단독 협업 컬렉션 기획을 계획하고 있다. 아트모스 재팬은 대중적인 상품 중심으로 홀세일을 전개할 계획이다.
안진수 '스컬프터' 실장은 "해외시장 첫 단계로 일본을 주목해왔다. 지난해 100억원 매출을 넘기면서 일본에서 파트너 제안이 왔고,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아 계약 조건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책정했다"고 말했다.
유럽 시장도 지난해부터 국내 스트리트 캐주얼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스이즈네버댓'은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매출을 25억원까지 확대했다. '프리즘웍스'는 올해 초 유럽 편집숍 '옵션 디스트리뷰션(Option Distribu tion)'과 새로운 홀세일 계약을 체결했다. 1분기에만 올블루즈와 연간 거래 규모와 근접한 5600만원 규모 수주를 진행했으며, 시즌을 거듭할수록 수주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바이어 사로잡는 디지털 콘텐츠가 키포인트
'앤더슨벨'은 지난 2월 글로벌 쇼룸 '투모로우'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투모로우는 디젤그룹 산하 쇼룸으로, '아더에러'도 입점해 있다. '앤더슨벨'은 네타포르테, 센스, 파페치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에 이어 글로벌 쇼룸 '투모로우'까지 50여개 바이어들에게 인정받으며 유럽 패션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앤더슨벨'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 지난 1월 디지털 콘텐츠 기획 전담팀을 꾸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상담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콘텐츠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기 때문. 이를 위해 전년대비 4배 이상 투자를 진행했고, 영상과 룩북에 감성을 더 살릴 수 있도록 해외 작가들과 협업을 확대했다.
최정희 '앤더슨벨' 대표는 "코로나19로 현지 컬렉션에 참가하지 못하면서 SNS와 룩북이 중요해졌다. 이러한 디지털 콘텐츠 기획을 위한 전담팀을 만들었고 상품기획과 함께 콘텐츠 기획에도 더 많이 투자했다. 올해는 디지털 콘텐츠 기획의 결과가 세일즈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직구 확대-현지 법인 등 전개 방식도 변화
'디스이즈네버댓'은 자사몰 해외직구를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해외직구를 통한 매출은 15억원으로, 지난해 홀세일 매출(10억원)보다 많다. 올해는 홀세일 18억원, 온라인 매출 25억원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해외 편집숍 입점과 현지 자사몰을 병행함으로써 한국 고객들과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 홈페이지에서 '디스이즈네버댓'의 감성 짙은 아이덴티티를 경험하고 컬렉션 굿즈를 함께 증정하면서 높은 반응을 이끌었다.
조나단 '디스이즈네버댓' 대표는 "현지 편집숍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우리 자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브랜드를 느끼고 구매하는 것에 더 매력을 느낀 것 같다. 또한 자사 물류센터에서 직접 해외배송까지 직접 진행하면서 현지 소비자들에게 더 큰 신뢰감을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맨틱크라운'은 지난 2월 중국 현지에 법인 설립을 완료했다. 기존 홀세일 비즈니스가 바이어로부터 파트너사에게 수주가 전달되고 다시 이 수주를 브랜드에 전달하는 비효율적 과정을 벗어나, 현지 기업과 동등한 위치에서 거래를 하겠다는 의도다. 또한 관세 부담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로맨틱크라운' 관계자는 "현지 바이어들의 수주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가장 먼저 물류센터를 현지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또한 제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현지에서 직접 기획과 반응 생산을 진행해 재고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재필 기자
sjp@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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