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다. 사진은 상하이 엘애비뉴 내 ‘코스’ 매장 전경

올해 글로벌 빅 브랜드들의 국내 론칭 소식이 잇달아 들려오며 국내 패션업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H&M’에서 전개하는 ‘코스’와 캐나다 SPA 브랜드 ‘조프레시’는 오는 5월 개장이 예정되어 있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1호점을 오픈하며 영국 브랜드 ‘올세인츠’는 고속버스터미널 센트럴파크 맥도날드 자리에 매장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가구 공룡’이라 불리우는 ‘이케아’ 역시 올 연말 광명 1호점 오픈을 앞두고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체험형 팝업 스토어를 열어 고객들과의 소통에 나섰다. 또 ‘H&M’은 잠실 롯데월드몰 매장에 ‘H&M홈’ 제품을 함께 선보이며 라이프스타일 열풍에 가세할 예정이다.

그밖에 ‘갭’ 세컨 브랜드 ‘올드 네이비’,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 ‘지유’, ‘자라 홈’ 등도 국내 시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진출 시기를 엿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글로벌 빅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그만큼 시장성이 높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먼저 국내 시장에 진출했던 ‘유니클로’ ‘자라’ ‘H&M’ 등의 SPA브랜드들은 매년 20~30%의 신장률을 기록하며 1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다. 2010년 이 세 브랜드의 매출규모가 3431억원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글로벌 SPA가 입점하기에 적절한 유통망이 형성되어 있는 것 또한 메리트로 작용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오픈한 쇼핑몰들은 집객력이 높은 글로벌 SPA 브랜드를 사로잡기 위해 이들을 위한 대형 매장을 구성하고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에 나섰다.

특히 ‘코스’는 베이식하면서도 시크한 스타일로 기존 백화점 브랜드 못지 않은 감도 높은 패션성을 갖춰 이미 국내 시장에 인지도가 높다. ‘자라홈’은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상품을 발빠르게 공급함으로써 집안을 꾸미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이들 신규 글로벌 빅 브랜드들이 저가와 고가로 양극화된 국내 패션업계에서 브리지 역할을 차지하며 내수브랜드에 적지 않은 파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선한 MD를 유지해야하는 쇼핑몰 입장에서는 콘텐츠가 풍부해진다는 측면에서 글로벌 SPA의 국내 진출이 반갑다”며 “현재 수많은 브랜드들과 입점을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체 SPA 시장의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기존 SPA 브랜드나 새로 등장하는 SPA는 타깃층이 비슷해 시장 전체 파이의확대가 아닌 세대교체가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유통 관계자는 “이들 브랜드가 기존의 SPA 브랜드를 쉽게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쇼핑몰들이 글로벌 SPA를 유지하기 위해 10년에 가까운 장기 계약을 맺어서 이를 파기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들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서 “게다가 이미 SPA 브랜드는 트렌드에서 벗어났다. SPA 브랜드는 객단가가 낮은데다 올들어 신장률이 눈에 띄게 둔
화되며 평효율도 떨어지고 있다”면서 “글로벌 SPA에게 대형 매장을 내주느니 차라리 내수 브랜드 3개를 입점시키는 것이 낫다. 그렇게 하면 5배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크업 책정도 관건이다. 이미 국내 소비자들이 현지 가격에 대해 빠삭하게 꿰뚫고 있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높은 배수를 내건다면 외면받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은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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