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듑 세대’의 짝퉁 구매는 무죄?

‘나만의 것’을 고집하는 Z세대는 ‘짝퉁(dupes)’ 통해 이를 실현

2023-12-23 오전 2:41:42

Z세대 부모라면 이번 홀리데이 시즌에 자녀의 위시리스트에서 모조품을 발견하고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짝퉁(dupes)'이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값싼 모조 지갑, 뷰티 제품과 기타 아이템들은 Z세대와 젊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모조품(knockoff goods)을 구입하는 것은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져 온 전통이지만, 최근 MZ 세대 사이에서는 새로운 개념의 짝퉁을 소유하고 착용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개적으로 짝퉁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Z세대의 심리를 흥미롭게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으로 보면 짝퉁은 기업이 부적절한 행동에 보이콧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의식적인 소비를 하는 Z세대의 명성에 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짝퉁 자체가 고가의 브랜드, 나아가 자본주의 자체를 약화시키는 전복적인 존재로 간주될 수도 있다. 게다가 짝퉁을 구입하는 행위는 정보 공유의 한 형태이며, 이는 Z세대의 또 다른 미덕이기도 하다.

'짝퉁 혹은 저렴이 제품'이라는 의미의 해시태그 #dupe은 요즘 소셜미디어에서 주목받고 있는 트렌드다. 예를 들어 Z세대들이 좋아하는 프랑스 향수 브랜드 딥티크(Diptyque)의 퍼브부아 양초의 짝퉁은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참고로 딥티크의 가장 작은 70그램짜리 양초는 42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구글에 '딥티크 짝퉁'을 검색하면 딥티크와 비슷한 향을 내는 진짜 제품에 대한 게시물이 수십 개 올라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판매업체들이 해당 제품을 진품으로 속이려고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잘 알려진 브랜드와 구별할 수 없게 만들려는 복제품(replica)과 달리, 짝퉁(dupe)은 실제 위조품(counterfeiting)에 못 미치는 근사치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짝퉁은 일반적으로 정품에 사용된 상표 로고나 기타 브랜드 고유의 세부 사항을 복사하지 않는다.

틱톡, 인스타그램 및 다양한 소셜 미디어 서비스가 모조품의 일종인 짝퉁의 확산을 도왔다. 크리에이터들은 이러한 플랫폼을 사용하여 위조 상품에 대한 리뷰와 팁을 게시하고 팔로워들에게 구매처에 대한 링크를 제공한다. 일부 크리에이터는 구매자가 자신의 페이지에서 링크를 클릭해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소정의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틱톡은 올해 초 크리에이터와 소규모 업체가 사용자가 앱에서 바로 쇼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틱톡 샵을 출시하기도 했다. 메타플랫폼의 계열사인 인스타그램과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틱톡은 모두 위조 상품(counterfeit goods)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짝퉁(dupe)의 확산은 독점권을 비즈니스 모델의 일부로 사용하는 럭셔리 브랜드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에르메스 버킨과 켈리 백은 소매점에서 직접 구매하기 어렵기로 악명이 높으며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도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언뜻 보기에 정품과 비슷한 짝퉁 가방을 들고 다니면 럭셔리 브랜드가 희소성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대부분의 세대는 10대와 20대 시절에 어느 정도 '나만의 것'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제도권에 도전하고 기성세대의 행동 방식을 거부할 수 있는 적절한 나이인 가장 어린 Z세대는 짝퉁을 통해 이를 실현할 수 있다.

과거 세대들은 짝퉁를 진품처럼 속이려고 노력했고 대부분 모조품(imitation) 구입을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행동이 '게이트키핑(gatekeeping)'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 용어는 다수로부터 정보나 접근을 차단하는 사람을 훈계하는 데 사용된다. 짝퉁을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것은 분명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그리고 Z세대가 정보를 공유하기에 틱톡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하지만 틱톡은 원래 짝퉁이 대중화된 곳이 아니다. 뷰티 유튜버들이 짝퉁(dupe)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쨌든 고급 로션, 립스틱 또는 아이섀도우의 저렴하지만 효과적인 버전을 찾으려는 시도는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동네방네 로고를 선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적인 제품만 있으면 된다. 드럭스토어 브랜드든 한 병에 250달러든 상관없다.

결론적으로 짝퉁(dupe)의 인기는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우선시하는 많은 젊은 소비자들의 욕구와 상반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Z세대는 거대한 단일한 집단이 아니며, 사회적 의식이 있는 소비자들도 대중을 위해 명품을 민주화하려는 짝퉁의 힘에서 사회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Z세대가 경제적인 여유가 자신의 취향을 따라잡게 되면, 이전 세대들처럼 진짜 버전의 디자이너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과연 줄을 설지 여부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UB@fi.co.kr